또 한 해가 지난다. 아니 아직 세 달 남았는데 12월에 구질구질하기 싫어서 미리 보낼 준비한다.
미처 서른도 되지 못했는데 해를 떠나보내는 일이 점점 더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익숙해진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콤마를 자주 찍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의미 있는 순간들을 영영 잊게 될까 봐.
이 땐 이랬고, 저건 저랬고. 어떨 땐 좋았고, 슬펐고, 즐거웠고, 행복했고, 무서웠고.
기억력을 너무 믿지 말아야겠다. 그러려고 쓴다. 세계 최초로 문자와 사진을 발명한 사람이 누군지는 몰라도 아마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았으려나.
올해 읽은 문장 중 가장 마음에 박힌 것을 떠올려봐, 하니 마침 딱 하나가 있다.
'어른스러운 어른이라는 말은 사랑스러운 사랑이라는 말만큼 이상하다.'
늘 어른스럽다는 수식어가 필요 없는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아마 올해도 실패한 것 같지? 그래도 불행인지 다행인지, 실패하는 내가 이제 조금씩 덜 미워진다. 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건 스스로의 초라한 부분을 받아들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게 슬퍼서 싫을 때는 일단 반짝이고 예쁜 걸 대신 쓰다듬는 일이 의외로 도움이 된다. 그러니까 나는 올해 나의 어떤 점이 예뻤지? 자꾸 말해줘야 한다. 남은 두 달 동안 많이 떠올릴 거다.
세상 무엇도 쉬지 않고 끊임없이 영원히 사라진다는 사실이 너무 서운해서 못 견딜 때가 있다. 그런 순간들이 점점 더 늘어난다. 이러다 예순쯤 되어버리면 나는 아주 슬픈 사람이 될까 봐 걱정이 된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영영 사라지지 않으면 뭐든 하나도 서운하지 않겠지? 생각해 보니 그것도 별로다.
그냥 나는 올해도 깨닫는 중이다. 나는 아직도 지겹게 나다. 보통은 게으르고, 여전히 잠을 잘 못 자고, 제일 작아졌다가도 재수 없게 오만해지고, 쉽게 다짐하고 그걸 순식간에 내팽개쳤다가, 우주에서 가장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었다가, 또 가장 쉽게 용서하는 사람이었다가.
그래도 뭐 어쩔 수 없지. 시간도, 젊음도, 사람도, 사랑도, 마음도.. 모든 것이 몽땅 다 사라지는데, 내 안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건 오직 나뿐이라서. 나는 이런 나로도 충분히 괜찮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