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하게 된 이 생각을 대체 어떻게 글로 명료하게 표현할 수 있을지를 몰라서 몇 주를 망설였다. 그렇지만 기억력이 나쁜 나는 이 귀중한 생각을 결국 또 까먹는 날이 올까 봐.. 취기를 빌려 드디어 기록을 시도한다.
오랜 기간 나를 지배해 온 삶에 대한 불만족의 원인을 찾느라 애썼다. 좀 더 정확한 말로는 허기짐이랄까. 그리고 나는 이제야 그 원인을 좀 알겠다. 나는 그동안 나의 '진짜 삶'이 여태 시작되지 않은 것처럼 여겨왔는데, 그건 내가 가능성에 중독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더 빛나고 높은 이상에 도달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으며 현재의 시간은 그저 그곳으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 정도로 치부해왔다. 작금의 날들은 그저 미래의 어느 찬란한 날들을 위한 거름일 뿐이라고. 그러니 현재의 사소하고 하찮은 일들을 보내고 나면 무언가 더 가치 있는 것들이 나를 맞이할 것이라고. 내게 있어서 현재의 가치는 폄하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현재를 어딘가로 가기 위한 정류장 정도로 치부해서는 결코 완전히 행복하기 힘든 거였다. 모름지기 과정은 결과보다 덜 달기 마련이라.
그러나 내가 여태껏 막이 오르지 않았다고 생각해왔던 인생은 이미 시작된지 오래였다. 그러니 당장의 현실에 발 딱 붙이고 살기. 풍선 다발을 쥐고 하늘 높이 날아가 버리는 픽사 만화 속 장면처럼 둥둥 부유하고 싶어질 때마다 자꾸자꾸 생각했다. 날아가지 마. 두 발 딱 붙여. 여기가 네 삶이야. 카르페디엠의 의미를 이렇게나 늦게 알다니. 나는 정말이지 아주 느리게 성장하는 사람이다.
작년을 마무리하며 불완전한 나를 받아들이는 연습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올해가 시작된 지 3달이 지났다. 나는 이제 불완전한 인생의 완전함을 조금씩 깨닫는다.
현재에 만족하는 삶은 안주하는 것이고 결국 지는 것이라 생각하던 어린 날이 있었는데. 만족과 발전이 양립할 수 있음을 발견한 지금이 못 견디게 후련하다.
진정한 삶이란 게 어디 있어. 살아있으면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