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가 지났는데 아직도 더위가 한창이다. 이 무더위에 무려 18분이라는 버스 배차 간격은 조금 너무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거의 매일 하고 있다. 그럼에도 운전을 시작해야겠다는 다짐은 생기질 않는다. 나는 길치에 방향치다. 운전이 과연 삶에 이로울지 해로울지 장담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번 주는 운이 좋게도 광복절을 전후로 5일을 통으로 쉬었다. 답지 않게 내내 밖으로 나다니며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실컷 잘 놀고 와서 갑작스레 기분이 가라앉길래 다소 의아한 상태가 되었다. 그러다 알아낸 사실은 나는 늘 여름 한 가운데가 되면 조금 이상한 기분이 된다는 것이다. 작년 여름에도, 재작년 여름에도 꼭 이맘때쯤 알 수 없는 뭉근한 감정이 들었던 게 기억이 났다. 우울이라고 이름 붙일 만큼 선명하지도 않고 슬픔은 더더욱 아니고. 좀 무겁고 찐득거리고 지독하게 지겨운 어떤 것인데 안타깝게도 이것의 이름을 모른다. 이름도 모르는 게 명치 부근에 여름 내내 걸려있다. 가끔은 그게 거기 있는 줄도 모를 만큼 크지도 않지만 잊을만하면 쿡 찔러대서 미묘하게 거슬리다가 선풍기나 에어컨이 아닌 자연의 선선한 바람에만 쉽게 녹아 없어진다.
이름도 모르지만 원인은 궁금해서 고민해 보았는데 결론이 비과학적이다. 사주의 조후가 따뜻한 편이기 때문에 이미 명식에 가득한 목, 화가 탱천하는 여름은 좀 부담스럽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웃기는 생각을 했다. 솔직히 영 말이 안 되는 얘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사주를 아주 맹신한다는 뜻은 아니다.
어쨌든 간 나는 미래에 식물이 없는 집에서 살고 싶다.
어떤 시기가 되면 꼭 가벼운 감기를 앓고야 마는 사람들이 있다. 반드시 그 감기를 거쳐야만 살아냄을 증명할 수 있다는 듯이.
감기를 앓듯 여름을 앓는다.
조금 불편하지만 못 견딜 만큼은 아니다.
그렇지만 여름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는데. 좀 안타깝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