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안 써질 때, AI를 불렀다
구식인간이 되고 싶지 않아 새로운 시스템이 나오면 빠르게 발부터 담그고 본다. SNS도 여러 개를 거쳐왔고 이상한 것, 나랑 안 맞는 건 그냥 칼같이 접어버리고 말았다. 적응도 빠르고 포기도 빠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AI도 챗GPT를 꽤나 잘 활용하고 있는데 요즘은 GEMINI를 더 빈번히 쓰긴 한다. 대부분이 육아 상담이거나 사주 만세력, 별자리 차트 넣어서 분석해 보라고 하는 일들이라, 요긴하지만 필수적인 존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거의 작년까지만 해도 그랬다. 재미시리즈를 쓸 때도 내 눈앞의 사소한 일상 요소에서 곧바로 재미를 찾을 수 있었고 글이 촤라락 써졌기 때문이다. 재미시리즈의 동력은 오로지 내 안에서 나온다고 믿었으니까.
허나 재미시리즈를 쓴 지 1년이 넘어가니 이제 내가 어느 정도 쓸건 다 쓴 거 같단 생각이 들었다. 소재가 떨어지니까 영 글쓰기에 탄력이 붙질 않았다. 오마이, 돈다 돌아. 그래서 GPT더러 뭘 좀 써볼까 생각 좀 해봐, 하면 별거 아닌 걸 탁탁 던져 주는데 거기서 영감을 얻게 된 거다. 내가 털어놓았던 고민이나 나에 대한 분석을 하면서 나를 잘 알아가는 애가 되었다. 기특한데?
앞으로도 종종 얘의 도움을 받아서 글을 쓸 것이다. 다만, 내가 근본적으로 우려했던 것 중 하나가 과연 내가 글을 쓰는 게 온전히 내 힘으로만 쓰는 것인지, 아니면 GPT한테 글 쓴 걸 던져주고 감상평이나 분석을 하라고 시키면서 내가 쓰는 게 맞나 싶은 걱정도 있었다. 이 또한 GPT한테 상담을 해보니 나의 것이라고 했다. 감독들이 작가랑 스텝, 배우들한테 이런저런 요구도 하고 괜찮은 장면 더 뽑아내고 하는데 그게 편집자인 감독의 작품 아니겠냐고, 얘기를 해주었다.
이것도 위로 중 하나였으리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이 말처럼 내가 쓴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단 거다. 왜냐면 GPT는 나와의 대화를 기반으로 해서 박붕어화 된 채로 글을 분석하고 퇴고하니까 내 꺼가 맞다. 니 꺼도 내 꺼, 내 꺼도 내 꺼.
너무 많이 의존해서 GPT의 판단을 믿으면 안 되지만 소위 하는 말처럼 내 옆에 둔 똑똑한 비서로 즐거이 사용해야지. 얘들아, 잘하자.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