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레방아의 재미

by 박붕어

물레방아의 재미

박경리 토지의 드라마 배경인 최참판댁을 구경하고 왔다. 윤우가 묻는다. 엄마 물레방아 옆에 저기 들어가면 어떻게 돼? 갇히지. 못 나와. 라고 설명을 해주고선 표지판을 한번 스윽 읽어봤다.


이런. 낭만적인 연애의 장소라고 적혀있구나?

설마, 그걸 읽어보고 물어본 건 아니었을 거 같은데요.

인간의 본능인 건가 왜 하필 저 옆에 문 잠긴 방이 보였던 걸까!


토지를 아직 제대로 읽지 못했음을 반성하며 물레방아는 왜 낭만적인 장소였는지, 내년에는 기필코 완독 하겠다는 목표를 삼으며 추측해 본다.


물레방아는 물을 끌어와야 하니 보통 마을 중심가가 아닌 외딴곳에 있어야 한다. 그래서였을까. 이곳에선 마을 초입에 있었는데, 밤늦게 사람들이 나올 이유가 없었을 거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만나기에는 이만큼 좋은 '아지트'가 없었으리라. 으슥하고, 사람 발길이 드문 곳이라 자연스럽게 은밀한 연애의 성지가 된 것이다!


특히나 가로등도 있을 수가 없는 그 시절, 캄캄한 밤엔 아~주 조용했을 거다. 썸 타는 남녀가 몰래 속닥이면 쥐도 개미도 다 들을 수밖에 없다.

허나, 물레방아는 다르다. 오늘 듣고 왔다. 물 쏟아지는 소리와 삐걱대는 물레방아소리, 그리고 방아 찧는 쿵덕 소리. 잡소리들이 많이 나더라.

이 '화이트 노이즈'들이 합해지면 안에서 무슨 얘기를 하는지 전혀 들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계란판을 구태여 붙이지 않아도 방음실이 되는 셈이다.


여튼 물레방아가 여러 문학 작품들에서도 사랑의 결정적 장소로 묘사되면서, 우리한테 낭만과 로맨스라는 공식이 박히게 된 거 같기도 하다. 메밀꽃필무렵, 다시 읽어보자.

그렇다면, 요즘의 물레방아는 어디일까요? 주차장 차 안? 시끄러운 코인노래방? 알 수가 없다. 감다죽... 내년엔 토지 완독하고 낭만감수성 충전해야겠다. 혹시 아시는 분 알려주시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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