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설레게 하는 그 문자 [딩~동~]
YO! 아기다리고기다리던 택배가 오는 날이다. 그릇을 쫌쫌따리 모으는 게 나의 대확행인데, 연말엔 특히 B급 세일을 많이 한다. 각종 온라인샵을 통해 구경하던 키치키치한 도자기집 두 군데에서 그릇, 컵, 뚝배기 등을 샀다. 품절 전에 사야 하니 서둘러서 송금완료!! 룰루~.~
O집 박스가 먼저 왔다. 그런데 말입니다. 산건 그릇인데 왜 박스 안에서 악기 소리가 나지? 짤랑짤랑... 일팔.. 설마.. 들떠있던 내 마음도 파사삭 싸하게 식어버리고 눈보다 뇌가 먼저 울 준비를 하고 있다. 침착하자.
차분히 맘을 식히고 커터칼로 취급주의 스티커를 뚫어져라 노려본 뒤 조심조심 박스를 뜯었다.
꽝! 낙첨을 축하합니다!!!!!!
아.. 주옥같구나!!! 다 깨졌구나!^^ 우와우!!!
그냥 울어버리자. 용서 못해. ㄹㅈ택배!!!!!!!!!!!
1:1 문의를 남기고 처참한 뽁뽁이 속 그릇을 꺼내지도 못한 채 박스를 다시 싼 후, 인스타 스토리에 울분을 토해냈다. 도저히 내 마음이 다스려지지가 않았다. 소확행 아니고 대확행이기에 괴로운 나의 마음이 진실로 가라앉지가 않았다. 무생물에 지독스레 집착하는 미저리덕후가 된 기분이었다.
담날 다행히 판매자와 연락했는데, 교환품을 보내준단다. 벗뜨, 울 동네 ㄹㅈ택배는 내 도자기 깨는 전적이 또 있었므로 그냥 내가 간다고 했다. 반나절과 기름값이 들더라도 안전벨트를 채우고 다녀와야만 했다. 앞으로 ㄹㅈ택배는 절대 프레자일을 취급하지 마십시오! 제발요!!
두 번째 M집 그릇이 온다는 ㅆㅈㅇ의 문자가 왔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제가 어제 ㄹㅈ택배로 산산조각 난 그릇을 받아서 혹시나 염려스러워 문자를 보냅니다. 꼭 안전하게 파손되지 않도록 전달 부탁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답장을 보냈더니 알겠다고 하셔서 초조했던 마음 한편이 울컥했다. 그리고 걔네는 무사히 매우 잘 왔다. ㅆㅈㅇ따봉!
합리화하자면, 내년이 오기 전 그릇을 깨면서 액땜했다고 생각한다. 다들 알지요? 저 미신주의자인 거?ㅎ 병오년의 그 뜨거운 화기를 이 그릇이 대신 받아 장렬히 전사한 거라고 치자고!
뭐 이 기회를 빌어 택배사 몇 군데를 고찰해 본다.
씨제이: 우리나라 물량의 씨를 말리겠다는 기세. 가끔 우리 집 앞에서 박스들이 떼거지로 몰려 있을 때가 있다. 일요일도 온다. 별5
우체국: 역시 공무원. 박스 각이 살아있다. 다만 주말엔 얄짤없다. 칼같이 쉬는 그 모습, 본받고 싶다. 별4
한진: 늦은 밤에 오는데 스티로폼에 든 것들은 대체로 얘네다. 신선, 냉동을 많이 취급하는 듯. 왜 밤에 오냐? 일찍 좀 댕기자. 별3
롯데: 현관문 앞 사진을 꼭 첨부한다. 괜히 신뢰감을 주려는 거 같은데 미더운 수준은 아님. 업자들이 옷들을 비닐로 보내서 아쉬움. 별3
로젠: 말을 말자. 별0. 블랙홀!
Ps. gpt에 의하면 로젠은 외주를 많이 줘서 상당히 험하게 다룬다고 한다. 하지만 걔는 구라를 밥 먹듯 하기 때문에 백퍼 믿지는 말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