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머리 말고 너, 서브
어릴 적 순정만화를 많이 봤던 탓이다.
항상 내가 밀던 커플은 이뤄지지 못한다. 참나.
여자 주인공은 매번 까만 머리 남자 주인공과 이어진다.
퉁명하고 서늘한 카리스마 있는 남자.
그렇지만 잘 생긴 남자.
눈꼬리는 올라가 있고, 미소는 거의 없다.
그리고 머리카락은 새까맣다.
가장 인기 있는 남자주인공은 꼭 그런 식이다.
까만 머리들은 일단 폼 잡는 것부터 지밖에 모른다. 그뿐이랴.
지조도 없는 게 꼭 어릴 적 부모님끼리 알고 지내던 여사친이 있다. 매우 잘난.
여주의 속이 타들어가고 고통받아도 까만 머리는 이기주의자라, 여주가 떠난 뒤에 후회를 하면 했지 첨부터 잘해줄 생각일랑 안 한다.
그에 반해, 내가 응원하는 갈색머리 서브남은 어떤가.
언제나 여주 옆에서 친구의 모습으로 응원하고 기다리며 지켜본다.
힘들어할 때 어디에선가 나타났다가, 여주를 달래주고 웃겨준다.
끝에는 후회하는 남주에게 여주를 아껴주라며 양보하지만 여주를 생각하는 마음은 까만 머리 남주보다 갈색머리이다.
그들은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여주는 보는 눈이 없어서 까만 머리한테 가니까. 어휴.
이런 나의 갈색머리이론을 이해해 주는 사람이 많아지면 좋겠다. 근데 뭐 잘 이해받지 않아도 괜찮다. 정서적 완성형은 바로 갈색머리거든.
나에겐 갈색머리가 정답이다.
어쩌다 한 번 비싸고 싸갈탱인 맛집에 가느니 언제든 꺼내먹을 수 있는 따뜻한 집 밥이 낫단 거다.
결혼하고 보니 더 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