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이 아니라 장기를 위한 운동에 대하여
이 글을 시작하는 순간에도 훌라우프를 돌리고 있다.
한때는 달리기만큼이나 열광적이었던 살빼기 운동 중 하나가 지압 훌라우프였다. 그저 놀이로만 보이는데 과연 저게 운동이 되는건가? 의구심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가게에서 홀린듯 홈쇼핑 광고를 보다 훌라우프를 주문했다. 미용실에서 일하면 운동할 시간 내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가만히만 있으면 가마니처럼 몸뚱이가 불어나게 된다. 밥먹는 시간도 일정하지 않거든.
곧 지압 훌라우프가 도착했고, 미용실 의자들을 구석으로 밀어 넣고 한 가운데서 훌라우프를 돌렸다. 그 모습이 미용실에 썩 어울리진 않지만, 못할것도 아니었기에 미용실 이모들과 엄마는 종종 훌라우프를 돌렸다. 서서 티비를 보며, 도깨비방망이로 요리를 하는 채널, 양면팬으로 고기를 굽는 채널, 이상하게 음식이 나오는 화면과 함께 운동을 하더라. 흠.
그렇게 짧은 몇달이 흐르고 모두의 예상처럼 지압훌라우프는 집으로 밀려 들어왔다. 나름 개미허리였던 자로서 솔직히 그게 운동 효과가 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냥 지압고무가 뒤지게 아프기만 했다. 또 한쪽 방향으로만 돌려서 짝짝이 허리가 되는 기분에 금세 관두었다. 하지만 동생은 일주일만에 사이즈가 1-2인치는 줄어든다며 꾸준히 훌라우프 예찬론을 펼쳤다. 글쎄. 밥 한끼 굶는게 낫지 않냐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사람은 믿고싶은 것만 듣기 때문에 말하기를 관뒀다.
그랬던 내가 이제야 훌라우프를 돌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허리 사이즈를 줄이기 위해서? 땡. 아닙니다. 그 이유는 바로 늙어버린 나의 장기로 인한 소화력 박살이 원인이다. 빵을 비롯한 각종 밀가루를 주식으로 삼는 내가, 운동도 꾸준히 해오던 내가 소화력이 떨어지다 못해 처참해졌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위가 기능을 멈춘 듯이 작동을 안 하는 것 같다. 또 낮에 빵폭식을 하면 밤까지 속이 더부룩해서 예민보스가 되어 증짜를 그리 내더란 말이다.
내 인성이 원래도 썩 좋은 편은 아니지만, 위와 장의 역할이 자비로움 향상에 굉장한 역할을 한다는 걸 뒤늦게야 깨달았다. 더부룩함 때문에 항상 베나치오를 구비해두고, 효소 공구 파티에 참여할까 말까 끊임없이 고뇌했다.
그러던 와중에 갈맷길 공원에서 운동기구를 하는데 정자에 놓인 훌라우프를 돌려보았다. 꺼~억. 와, 미쳤네, 이거. 진짜 멈춰있던 위가 움직이는 것이다. 순식간에 소화기관의 기능을 뼈저리게 느끼는 기적적인 순간이었다. 최고, 따봉!
사랑하는 빵들을 끊지 않아도 되고 이 추운 바람에 싸닥션 맞으면서 갈맷길을 걷지 않아도 된다. 더구나 늦은 밤 중에도 할 수 있고 층간소음도 걱정없다. 왜 엄마와 이모들이 미용실에서 훌라우프 삼매경에 빠졌는지 이해가 됐다.
이젠 나이 들어서 소화가 안 돼~ 라는 말을 하지 않을테다. 지압훌라우프를 돌리며 글을 쓰는 지금, 꽤 흡족한 미소가 얼굴에 번진다. 이따 무슨 간식을 먹을지 생각하며 킥킥 웃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