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마다 찾아오는 흰 패거리 관찰기
겨울이라 집 앞에는 백조가 온다. 큰고니라고 해야 한다지만, 백조란 이름이 더 와닿는다. 두음절이라서 부르기 더 편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백조라고 해야 탐조기처럼 느껴지지 않아서다.
백조의 울음소리를 들어보았는가? 밤엔 특히 단체로 모여 다니며, '꾸에꾸에에이익' 하고 괴성을 지른다. 고라니급이다.
한 마리도 아니고 패거리로 다니기에 소리가 엄청나게 웅장하다.
우아할 줄 알았던 환상이 1차로 깨졌고, 가까이서 보면 기다란 목이 상당히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지네들끼리 다툴 때 모습은 꽤나 전투적이기까지 하다. 발레가 아니고 격투기다.
어릴 적, 백조의 호수 이야기를 좋아했다.
낮에는 백조, 밤에는 공주. 교대 근무도 그런 교대가 없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주 옛날이라 노동강도에 대한 의식이 없었던 것일까? 심지어 연애까지 성공해야 마법이 풀리는데, 저렇게 바쁜데 연애할 시간이 어딨냐? 힘내자, 오데뜨. 화이팅!
애석하게도 집 앞 백조는 그런 드라마는 안 보인다. 산책하면서 조류 스토킹을 하는데, 가끔 짝꿍의 모습으로 두 마리씩 다니기도 하지만 대체로 무리를 지어 다닌다.
"어데 갔지?"
"목말랐나 보네. 목 이빠이 꺾고 마시네."
"걷기도 하네. 오리발 꼈나? 발 왜래 크노?"
혼잣말이 늘어난다. 탐조는 사람을 중얼거리게도 한다.
관찰은 생산성이 제로에 가깝고, 정신건강에는 백점만점이다.
물 먹는 애들을 보고 있으면, 단순하게 사는 게 최고다.라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이제 봄이 오면 왔던 길로 다시 돌아갈 텐데, 왔던 애가 또 올까. 고생스러운 비행길을 떠올리니 새들도 고생 많다는 생각이 든다.
하염없이 보게 되는 백조들.
질리지가 않는다.
몇 년째 보아도 늘 그 모습 그대로다.
이런 탐조라는 취미는 얼핏 고급 취향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시간 때우기, 집 앞 조류 스토킹이다.
말만 바꾸면 다 취미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