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라이는 맛이 좋아
여행지에서 조식을 먹으면 굳이 안 먹어도 되는 것들을 꼭 먹는 사람들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해당될 듯한데 단연 계란요리가 높은 순위를 차지하리라. 흔하디 흔하고 집에서도 없어선 안될 만능 재료인 계란. 이상하게 호텔 조식에서 나오는 계란은 항상 맛있고, 어떤 스타일의 계란 요리를 선택하든지 간에 언제나 보통은 한다. 집에서 먹는 맛이랑은 너~무 많이 다르다.
달걀은 후라이부터 스크램블, 오믈렛, 찜, 말이, 조림, 간장계란밥 등 다양하게 조리를 할 수 있다. 요리똥손인 나는 후라이를 제일 많이 하는 편이며, 식단을 할 땐 삶은 계란을 기본으로 챙겨둔다. 각자 요리 취향도 다르고 요리 실력도 다를 것이며 익힘의 정도 또한 다르다. 날 것을 좋아하는 난 노랗게 용암이 터지는 후라이를 제일 편애한다.
때마침 어제 남편이 만들어준 계란후라이가 기가 막혀 소감문으로서 상세히 묘사를 하고자 한다. 코 끝을 찌르는 그 향기는 집에서 먹을 수 있는 후라이의 냄새가 아니다. 대학시절 미주리에 여행 간 적이 있었는데, 미국인 친구가 꼭 먹어보았으면 좋겠다고 동네 맛집인 그릴 샌드위치 집에 데려가주었다. 텍사스풍의 나무 간판에, 푸드 트럭은 아니지만 서부사나이들이 있을 법한 컨츄리풍이 물씬 풍기는 곳이었다.
사장님은 약간 붉은 얼굴에 흰머리,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계셨다. 이곳이 진짜 미국이구나. 역시 뉴욕은 한국이었어! 근데 미주리는 남부가 아닌데 왜 그런 스타일이었는진 모르겠다. 음료는 블러디메리를 마셔야 한다며 시뻘건 케찹과 오이를 꼽아주었는데 그 잔이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블러디메리였다. 그냥 크리스마스가 떠오르는 색. 어린이 었다면 산타주스라고 먹었으려나. 하여튼 감출 수 없는 썩은 표정 끝에 드디어 샌드위치가 나왔다.
그 샌드위치에는 계란 후라이가 들어있었다. 지글지글 버터리한 써니싸이드업, 제대로 된 그림 같은 후라이! 용암폭포처럼 노른자가 흘러내렸다. 빵을 감싸는 모습이 영롱했다. 케첩칵테일에서 나를 구해줄 것 같았다. 그리고 정말로 천상의 계란 맛을 보여주었다. 샌드위치를 살리는 에그. EGG! HOLY GLORY EGG!
그때 느낀 계란후라이 맛을 떠오르게 한 남편의 후라이가 어제 그 계후다. 집은 온통 혼돈의 카오스처럼 연기가 자욱했지만 나는 계란을 세 번이나 리필했다. 추억을 일깨워주는 음식이라니. 흑백요리사의 맛피아가 할머니의 음식을 떠올린 것처럼, 남편의 후라이도 씹고 맛보는 감각만 살아있던 미주리 여행을 떠오르게 만들었다.
무궁무진한 변신의 귀재 계란. 냉장고에 언제나 있지만 그때그때 달라지는 계란.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떤 마음으로 만들었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계란이 된다. 여행지의 조식에서, 낯선 곳에서 만난 샌드위치 속에서, 그리고 연기 자욱한 우리 집 부엌에서도 계란은 본연의 몫을 다한다. 평범한 재료가 특별해지는 순간, 그게 계란의 참된 맛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