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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무지개 Sep 26. 2024

명절- 한가위

끄적거림

‘팔월(가을)의 한가운데 있는 큰 날’


-한국민속대백과사전-


이번 명절 길다. 뭐 할까?

명절이 되면 가족들이 모인다.

음식을 잔뜩 했던 엄마는 음식의 가짓수와 양을 줄였고 명절에도 손님맞이로 늘 바빴던 아빠는 자식들과 손주들을 기다린다.

맘껏 뛰어놀 수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 집을 좋아했던 아이들은 게임기 없는 집이 심심해지기 시작했다.

제사에 늘 책임을 다해야 했던 남동생 부부는 조금씩 자유로워졌지만 여전히 해야 할 일들은 남아있다.

몇 년 전부터 더욱 바빠지고 휴일이 맞지 않아 보기 힘들어진 여동생의 자리는 늘 아쉽다.

친정이 머니 얼른 가보라며 등 떠밀어주는 시부모님과 언제나 같이 서둘러 주는 고마운 남편 덕에 나는 편안한 맘으로 친정으로 출발한다.

거리를 핑계로 친정집에 자주 내려가지 못했던 나는 신나는 발걸음과 함께한다. 이번 명절에는 뭘 할까?

내가 어릴 적 명절이 되면 집이 북적북적거렸다. 어른들은 제사 준비를 위해 장을 보고 음식을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우리 집뿐만이 아니었다.

동네 집집마다 기름냄새가 가득했다. 갓 부친 부침개는 맛있었고 엄마가 만든 식혜는 달콤했다. 자주 못 보는 친척들과 친구들을 보는 반가움도 함께했다.

가족들과 함께 먹는 명절 음식은 그날들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나는 명절이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설렘과 불편함이 함께했다. 명절이 되면 학교나 회사를 가지 않아 좋았지만 귀찮은 일이 많았다.

집에서 마냥 쉬고 싶은데 시키는 심부름은 많았고 사람들이 북적이니 내 집인데도 편하게 돌아다닐 수 없었다. 명절 당일에만 들리는 친척 동생들이 부러웠다.

그래서 방에 들어가 잘 나오지 않거나 하루 종일 텔레비전을 보았다.

명절에 고향으로 내려와 만나는 친구들은 언제나 반가웠다. 친구들과 수다를 떨거나 술 한잔 기울이는 시간은 내가 익숙한 곳으로 돌아왔구나를 느끼게 해 주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만나는 친척들은 반갑기도 하면서 불편하기도 했다. 나에게 안부처럼 묻는 질문들이 너무 형식적이고 불편했던 것 같다.

만나서 반갑지만 빨리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제일 속상했던 것은 큰 아들과 큰 며느리라는 이름을 가진 부모님이었다.

명절은 온 가족이 모여 맛있는 것도 함께 먹고 함께 즐겁게 시간을 보내야 하는 날인데 우리 부모님은 늘 피곤해 보였다. 명절이 끝나고 며칠이 지날 때까지 말이다.

정작 우리 가족은 손님과 친척맞이로 서로 함께하는 시간을 온전히 누리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명절이 되면 친척들이 조금 얄미웠다. 그냥 서운했다.

친척들의 안부가 궁금하지만 보고 싶지 않고, 가끔 보고 싶지만 만나고 싶지 않은 명절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명절의 모습들도 많이 달라졌다.

달라진 명절에 집집마다 풍기던 기름냄새는 줄어들었고 가족여행으로 인해 공항과 여행지가 북적거린다.

예전처럼 친척들도 쉽게 볼 수 없다. 명절에 모이던 친척들은 잠깐 얼굴을 비추거나 전화나 선물로 안부를 묻는다.

나는 솔직히 지금의 명절이 좋다.

명절 음식이 가끔 그립기는 하지만 힘들게 누군가 음식을 하지 않아도 돼서 좋다. 일만 하고 헤어지는 명절 대신 여행처럼 모두가 함께 하는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다.

늘 가깝게 지내고 반가운 사람들은 명절이 아니어도 만날 수 있으며 그리운 사람들은 언제나 찾아온다. 그래서 나는 지금의 명절이 좋다.

내 가족의 범위가 좁다고 할 수도 있지만 나는 내 가족을 온전히 느끼고 싶을 뿐이다.

나는 명절을 좋아한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보고픈 이들을 볼 수 있는 명절을 좋아한다.

제사준비가 다였던 그 명절 말고 떠나간 이들을 그리며 남은 가족들이 부담 없이 보낼 수 있는 명절을 좋아한다.

명절이 되면 무엇을 할지 고민하고 여행이나 맛있는 음식들을 먹으며 즐겁게 함께하는 명절을 나는 좋아한다.

과거에 비해 많이 달라진 명절이지만 마음만은 한결같다. 가족들과 함께하고 싶다. 늘 보고픈 가족이지만 명절이 되면 더욱 보고 싶어 진다.

명절이란 그런 날이 아닐까. 가족에 대해 생각하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서로를 더욱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는 시간을 주는 큰 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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