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휴지통은 어디에 있을까?
해가 지날수록 집에 수리해야 할 부분들이 늘어간다. 한 곳을 고치면 또 다른 곳이 생겨났다. 여기저기 손길이 필요한 곳들이 많아졌다.
나는 수리 업체를 알아보고 견적을 비교해 본다. 선택의 연속이며 귀찮음은 덤이다. 적당한 가격, 업체의 신뢰도가 결정의 조건이다. 일 처리가 꼼꼼하면 좋다.
일하는 사람이 친절하면 더욱 좋다. 하지만 그건 약간의 행운이 필요한 듯하다. 모두 다 갖춘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 큰 행운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나는 어떤 것을 선택할까.
무엇이 더 좋을까?
얼마 전 금이 간 타일을 보수공사 하는 날이었다. 상담을 받을 때 좋은 기억이 있어 작업하는 사람에 관해 특별히 걱정은 하지 않았다.
친절한 사람이니 일도 세심하게 잘하지 않을까 하고 나는 나름 안심을 했다. 작업하는 시간이 지날수록 무언가 살짝살짝 거슬렸다. 좋은 사람인데 좋은 사람 같지 않다고 할까.
그 사람은 친절하게 설명을 잘해주는 좋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일을 꼼꼼하게 하지 못했다. 작업 전에 먼지 덮개를 제대로 설치하지 않아 주변을 지저분하게 만들었다.
원래 있던 물건의 위치를 확인하지 않아 여러 번 나에게 묻고 옮겨야 했다. 그나마 결과물이 나쁘지는 않아서 다행이었다. 일을 티 나게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뭐랄까.
경계를 왔다 갔다 하는 느낌이었다. 결과적으로 일을 잘하는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 공사가 끝나고 찝찝한 마음으로 집 안을 정리하고 있는데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나는 친구에게 하소연도 할 겸 물어보았다.
“오늘 보수공사를 했는데 작업했던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 잘 모르겠어. 사람은 참 친절해. 결과도 나쁘지 않았고. 하지만 일을 꼼꼼하게 못해서 주변을 다 어지럽혔어.
그래서 정리하기 힘드네. 어때? 일을 잘하는 사람 같아? 좋은 사람 같아?”
“무슨 소리야. 당연히 그러면 일을 못하는 거지. 결국 너에게 좋은 사람도 아니야.”
나에게 친절했던 사람. 일은 잘 못하는 사람. 좋은 사람이지만 반대로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어릴 적 나는 착하고 친절한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고 배웠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할수록, 인간관계가 많아질수록 좋은 사람에 관한 기준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나의 상황에 따라 좋은 사람이 달라진다는 사실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다. 회사에서 능력 있는 상사를 만났다. 일 처리 하나만큼은 꼼꼼하게 잘해 배울 것이 많았다. 일을 할 때는 나에게 좋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나와는 성향이 다른 사람이었다. 늘 불편했고 피곤했다. 그래서 훗날 내 기억 속의 상사는 아이러니하게도 그리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일에서는 좋았지만 내 마음에 스트레스가 상당했던 탓이었다. 좋은 사람의 기준은 내가 느끼는 바에 따라 달라졌다.
좋은 사람을 찾기는 늘 힘들었다. 나의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의 생각에 따라 달라졌다. 막연히 성격 좋은 사람, 일 잘하는 사람만으로 좋은 사람을 판단할 수 없었다.
내가 좋은 사람이 되기는 더욱 어려웠다. 사람마다 생각과 바라는 바가 달랐다. 어느 하나 정확한 기준에 맞추기 쉽지 않았다.
차라리 다른 이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이 좋은 사람에 더 가깝게 느껴졌다. 같은 사람이라도 어떤 때에는 좋은 사람이지만 다른 날에는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주어진 환경과 마음에 따라 좋은 사람이 계속 달라졌다. 성격이 착하고 괜찮으면 인간적으로 좋은 사람이었지만, 그런 사람이 꼭 환영받지는 않았다.
이기적 이게도 나를 기준으로 나에게 좋으면 좋고, 나에게 안 좋으면 안 좋은 사람이었다. 교과서 같은 좋은 사람은 정해져 있었지만, 그것만이 정답은 아니었다.
커피를 주문할 때 직원이 친절하면 좋지만, 맛이 없거나 계속 실수를 한다면 그 직원은 여전히 나에게 좋은 사람일까.
반대로 일은 너무 잘하는데 성격이 별로인 사람은 정말 좋은 사람일까.
착하고 일 잘하는 좋은 사람을 찾기는 힘들다. 다른 누군가가 내게 언제나 좋은 사람이 되기도, 내가 누군가에게 언제나 좋은 사람이 되기도 힘들다. 참 어렵다.
나는 오늘 어떤 사람이었을까. 다른 누군가에게 어떻게든 좋은 사람이었을까.
결국엔 또다시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나 끼치는 내가 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