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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업글할매 Jun 19. 2024

그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다

업글할매의 책방 이야기

《 그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다 》  


책 제목이 너무도 멋있고 근사해서 무조건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매일 일상을 기록하는 사람이라고 본인을 소개하시는 오평선 작가님은 쉬는 날에는 그저 텃밭을 가꾸면서 호사를 즐기신다고 한다.


남은 삶은 오로지 사랑하는 아내와 아름다운 노을을 함께 걷고 싶다는 그런 멋진 말씀도 함께 하시는 작가님이 그렇게 근사해 보일 수가 없다.


이런 분이라서 《 그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다 》,라는 근사한 책이 나왔나 보다.


이제 어느 정도 나이라는 것을 먹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런 책들이 눈에 들어온다.

뒤를 돌아보면 후회가 밀려오고, 앞을 바라보면 초조하고, 얼굴을 아는 사람은 많지만 마음 알아주는 사람은 없고, 외로움이 안 들래야 안들 수가 없는, ​이따금씩 쓸쓸해지는 인생 후반에 이런 책들을 읽다 보면 위로가 되고 응원의 메시지가 느껴지는 것 같다.


아마도 그래서 이런 책들을 더 자주 읽는 것 같다.


진실하게 맺어진 부부는 젊음의 상실이 느껴지지 않는단다. 같이 늙어가는 기쁨이 나이 먹는 괴로움을 잊게 하기 때문이라는 “모로이‘의 말이 너무도 가슴에 와닿는다.


늘 마음이 안 맞아서 티격태격하면서, 죽어라고 일만 하고, 부지런히 남 퍼주는 것 외에는 전혀 같은 취미를 갖고 있지 않는 우리 부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마 우리 두 사람은 다행히도 진실되게는 맺어졌나 보다.


젊음의 상실을 불행으로 느끼지 않고, 이렇게 늙어가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아주 행복한 것을 보면 잘 늙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감사하고 또 감사할 뿐이다.


“늙어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고 있다.”는 말에 지극히 공감하면서 꾸준히 노력하고 있음에 감사한다.


풍요롭지는 않지만 모자랄 것 없는 삶, 나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고 작가님은 말씀하신다. 쉽지 않은 바람 같지만 내 눈높이만 바꾸면 가능하다는 말씀에 지금의 내 눈높이는 어디에 있는 가 다시 한번 들여다보게 된다.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간다는 말이 어쩌면 살아가는 데 있어서 나한테 맞는 적당한 눈높이를 발견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지금 살아가고 있는 나의 모습이 많이 풍족하지는 않아도 딱히 모자란다는 생각은 안 하고 살고 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그런대로 잘 살아가고 있다는 마음에 괜히 한시름 놓게 된다.


지나치게 욕심부리지 않고 내 눈높이만 조금 낮추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많이 편안해졌다.


그러면 된 것이다. 나이 들어가면서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내 마음 하나 편하게 지키는 것이라는 것을 너무도 절실히 느끼면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설렘이 사라진 마음은 고목과 같단다.

설렘이 있는 사람이 청춘인 것이다.


늘 마음만은 이팔청춘이라고 부르짖고 다닌다. 칠십하나라는 나이에도 아직까지 새로운 것에 대한 설렘이 남아있다는 것에 너무도 감사하면서 살고 있다.


오히려 중년이었던 때보다 지금 이렇게 노년에 접어들면서 더 새로워진 설렘에 도전하게 된다. 젊었을 때는 그저 먹고산다는 것에 너무 치우진 나머지, 나를 기쁘게 하고, 나를 설레게 하는 것들에 대한 생각을 미처 못하고 살았었다.


이제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 이 세상을 다시 들여다보니, 모든 것이 다 아름답고 신기하고 궁금한 것투성이다. 그동안 이 많은 것들을 어쩌면 그리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그저 스쳐지나 버렸는지 너무도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래서인지 지금의 나에게는 지나가는 하루하루가 너무도 소중하다.

허투루 보내기에는 시간이 너무도 아깝다는 생각에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려고 노력한다.


고목이 되어서 말라비틀어지기 전에 이제라도 이 세상의 아름다운 모든 것들을 맘껏 누리고 싶다.


나이 들수록 둔감해져야 한단다.


나쁜 일은 바로 잊어버리고, 듣기 싫은 설교나 잔소리는 한 귀로 흘려보내며, 언제 어디서라도 잘 잘 수 있는 그런 둔감력이 필요하다고 작가님은 말씀하신다.


가뜩이나 복잡한 세상에서 민감하게 반응하면 반응할수록 살아가기가 더 힘들지 않겠는가.


세월을 먹어도 여전히 날 선 채로 살아간다면 스스로 괴로울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조용히 떠나가 버릴 것이란다.


노인이 되어서까지 날 선 채로 살아가는 모습은 아무리 좋게 상상을 해 보려고 해도 영 보기가 안 좋을 것 같다.


푸근한 웃음을 지닌 그런 노인이 되고 싶다.

넉넉한 마음을 지닌 그런 노인이 되고 싶다.


그저 시골 양반들처럼 허허, 괜찮아유~~라는 여유를 부리고 살자.


연륜이 쌓여갈 때 비로소 그 사람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연륜이라는 것은 결코 허루 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


그저 나이가 먹어가는 어른이 아닌, 남이 흉내 낼 수 없는 자신만의 따뜻한 연륜을 쌓아가면서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


그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다.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는 너무도 멋진 말이다.


있는 그대로의 새하얗고 고운 백발에서 기품이 묻어 나오는 것이란다.


언제부터인가 나한테 찾아온 새하얀 백발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게 되면서 있는 대로 흰머리를 뽐내면서 다니고는 있는데, 과연 나한테서도 작가님이 말씀하시는 기품이 그대로 묻어 나오는 가에 대해서는 확신이 안 선다.


어떻게 익어가야, 나 한테서도 기품이 흘러나올 수 있을까 또 공부를 해봐야겠다.


덜 익은 푸른빛의 사과는 풋풋해서 아름답고, 잘 익은 빨간빛의 사과는 빛깔과 향이 아름답다는 작가님의 말씀처럼 이래저래 인생은 살아볼 만한 것 같다.


젊어서는 젊은 대로, 또 늙어서는 늙은 대로 그때그때의 인생의 참 맛이라는 것이 있는 것 같다.


늙어간다고, 나이만 먹는다고 결코 슬퍼하지 말자.


잘 익어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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