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업글할매 Dec 06. 2024

안녕이라 말했다 해도, 한강 작가의 노래

업글할매 책방 이야기

대한민국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으신 한강 작가님이 노래 앨범을 낸 적도 있다는 말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2006년에 23분짜리 음반을 내신 것이다.


음반을 만들게 된 계기또한 너무도 시적이다.


2005년, ”채식주의자“ 3부를 쓰고 있을 때, 어느날 갑자기 꿈에 어떤 음악이 들려왔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참 이상한 일이다 싶어서 꿈에 들었던 이 음악을 외우고, 그리고나서 노래로 만드셨단다.


꿈에서 들었던 음악 가락에 노랫말이 붙어 있었다면서, 시를 만드는 것처럼 문장을 앞뒤로 펼치면서 만들어봤더니, 노래가 되었다는 기가막힌 말씀을 하신다.


음악을 따로 배워봤던 적이 있었냐는 질문에, 중학교 3학년 시절에 9개월간의 피아노 교습을 받은 것이, 작가님 인생의 음악공부의 전부라고 하신다.    


어려서부터 피아노를 배우고 싶었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워서 학원에는 다니지를 못하고, 십원짜리 종이 건반을 책상에 붙여두고 연습을 하셨다는 말씀에, 괜히 눈시울이 뜨거워져 온다.


몇 십년동안 전혀 음악하고는 무관한 생활을 해오셨는데도 불구하고, 갑자기 악상이 떠올라서, 계속해서 반복하고 또 반복해서 20곡이나 만드신 것이다.


작가님 표현에 의하면 “노래가 쏟아져 내려왔다”고 하신다.


피아니스트이신 작가님 친구분의 도움으로 결국 음반까지 내신 것이다.


한강 작가님이 직접 작사 작곡까지 하신 곡이라는 말씀에 그저 어안이 벙벙해져온다.


도대체 못하시는 것이 무엇일까?


노래도 잘하시고, 피아노도 잘 치시고, 시도 잘 쓰시고, 소설도 뚝딱 만드시고, 게다가 영어까지 유창하시다.




“안녕이라 말했다 해도”

안녕이라 말해본 사람
모든 걸 버려본 사람
위안 받지 못하는 사람
당신은 그런 사람
그러나 살아야할 시간
살아야할 시간

안녕이라 말했다 해도
모든 걸 버렸다 해도
위안받지 못한다 해도
당신은 지금 여기
이제야 살아야 할 시간
살아야 할 시간

이제 일어나 걸을 시간
이제 일어나 걸을 시간

( 누가 내 손을 잡아줘요 )
이제 일어나 걸을 시간
( 이제 내손을 잡고 가요 )



“안녕이라 말했다해도”

가만가만 부르시는 작가님의 노래를 들으면서, 왜 그리도 억장이 무너지듯이 가슴이 아팠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오랫동안 글을 쓰시면서 고통과 함께 해온 작가님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오기 때문 일 것 같다.



이토록 아름다운 분이 바로 가까이에 있었다는 사실 조차도 모른채, 그 머나먼 이국 땅에서, 그저 하루 하루 먹고 살기 위해서 바쁘게만 살아왔던 내 자신이 너무도 부끄럽다.


이렇게 아름다운 감성을 가진 사람이 , 자신의 의견을 내세울 때에는, 어쩌면 그리도 강인하고 심지가 굳은지 그저 할 말을 잃을 뿐이다.


웬만한 가수분들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의 아름다운 음색을 지니셨다.


기교를 부린 음악이 아니라, 그야말로 내면 깊숙한 곳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어린 목소리에 그저 한없이 빠져든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한없이 연약해 보이면서도, 막상 정의랑 부딪힐 때는 얼마나 강해질 수 있는 가를 손수 보여주시는 한강 작가님의 매력에, 칠십대 업글할매는 그저 감탄하고 또 감탄하는 것외에는 달리 할 것이 없다.


이 음반을 어디서 구해야 하는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