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집착하는 놈이 이긴다

미스터비스트처럼 3년만 미쳐보는 법

by 기록습관쟁이

재능, 실력, 운.


세상을 지배하는 거대한 세 가지 단어를 가볍게 즈려밟고 올라서는 녀석이 있다. 바로 '집착'이다.


눈을 떠서 감을 때까지, 밥을 씹어 삼킬 때도, 화장실 변기에 앉아 있을 때도, 심지어 꿈속에서도 오직 한 가지만 생각하는 미친 상태. 뇌 구조 자체가 그 하나로 도배되어 버린 완전한 몰입. 보통 이런 사람을 가리켜 광기를 가졌다고 말하지만, 유튜브 생태계의 절대자 '미스터비스트'는 이를 성공의 유일한 열쇠라고 부른다. 그렇게 미친 사람인 양 빠져들어 3년을 버티면, 어느새 세상이 나를 다르게 부르기 시작한다는 거다.


잠깐 내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책에 파묻히고, 활자의 바다를 헤엄치며, 빈 화면에 깜빡이는 커서와 씨름한 지 정확히 1년. 초반에 미친 듯이 타올랐던 그 뜨거운 열정의 불길은 어디 가고, 지금은 손을 대면 델 듯 말 듯 한 미적지근한 난로 하나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영혼을 갈아 넣었는데, 돌아온 결과는 대성공은커녕 절반의 성공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아주 작은 성취뿐이다. 가끔 '내가 진짜 좋아서 읽는 건가, 아니면 남들에게 그럴싸하게 보이기 위에 책을 펴는 건가?' 스스로를 의심하기도 했다.


글을 쓴다는 건 참 기이한 일이다. 자리에 앉기 전까지는 세상에서 제일 하기 싫은 숙제 같은데, 막상 한 줄 두 줄 쓰다 보면 또 묘한 희열이 찾아온다. 피할 수 없는 글통(글쓰기의 고통)을 알면서도, 하기 싫은데 좋아서 또 꾸준히 키보드 앞에 앉는 나. 이 지독한 애증 관계 속에서 그나마 스스로에게 건넬 수 있는 가장 위로는 이거 하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잖아."


맞다. 나는 살아남았다. 1년을 묵묵히 버텨내고 키보드 앞을 떠나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가장 잔혹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했다는 완벽한 증거다. 불씨가 미적지근해진 건 나의 열정이 식어서가 아니다. 이제 활활 타오르다 금방 꺼져버리는 종이호일 같은 에너지를 넘어, 은은하지만 절대 꺼지지 않는 지속 가능한 숯불로 진화해야 할 때가 왔다는 자연스러운 신호일뿐.




그렇다면, 미스터비스트는 도대체 어떻게 그 지독한 집착을 3년이나 유지했을까? 그가 가진 비결은 뼈를 깎는 인내심이나, 허벅지를 찌르는 초인적인 의지력 따위가 아니었다. 나는 자료를 찾아보다가 미스터비스트가 미친 집착을 유지한 세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첫 번째, 미친 사람들의 수용소를 직접 만들었다.

그는 홀로 골방에 갇혀 의지를 다진 게 아니다. 자신과 똑같이 유튜브 알고리즘에 영혼을 판 다른 초보 크리에이터들을 싹 다 모았다. 매일 스카이프로 통화하며 밥을 먹을 때도, 쉴 때도 오직 썸네일 색감, 시청 지속 시간, 도입부 5초에 대해서만 침을 튀기며 토론했다. 혼자서 "나는 할 수 있다!"를 외치는 대신, 집착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사람이 되어 버리는 '환경' 속에 자신을 멱살 잡고 끌어다 놓은 거다.


두 번째, 100만 구독자가 아니라 '3초'에 집착했다.

그는 "올해 안에 100만 유튜버가 될 거야!"라는 거창한 결과에 목매지 않았다. 대신 "어떻게 하면 시청자가 영상 시작 3초 만에 시선을 뺏기게 만들까?", "어떻게 하면 조명 하나를 더 맛깔나게 칠 수 있을까?" 같은 아주 작고 구체적인 '과정'에 집착했다. 거대한 산을 보며 한숨을 쉬는 대신, 눈앞에 놓인 작은 레고 블록을 조립하는 재미에 미쳐있었기에 지치지 않았다.


세 번째, 실패? 그건 감정이 아니라 데이터다.

온갖 정성을 쏟은 영상의 조회수가 바닥을 쳐도 그는 침대에 누워 이불킥을 하지 않았다. "아, 내 인생은 망했어"라고 자책하는 대신, "왜 이 영상에서 사람들이 나갔을까?"를 냉정하게 분석했다. 실패를 감정적인 상처로 받아들이지 않고, 다음 영상을 위한 고급 데이터베이스로 활용했다.




글쓰기와 독서에 빠져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지독한 집착의 방식이 결코 유튜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것이다. 활자, 스포츠 세계에도 미스터비스트 못지않은 집착의 괴물들을 찾아볼 수 있다.


스티븐 킹(영감은 아마추어나 기다리는 것)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탄생시킨 스티븐 킹. 사람들은 그가 번뜩이는 천재성으로 글을 쓴다고 생각하지만, 그의 진짜 무기는 지루한 반복에 대한 집착이다. 영감을 찾아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다.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에 문을 걸어 잠그고, 할당된 단어 수를 무조건 채운다. 심지어 끔찍한 교통사고로 죽을 고비를 넘기고 뼈가 으스러지는 고통 속에서도,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휠체어에 앉아 다시 펜을 쥔 것. 글쓰기는 그에게 특별한 예술이 아니라, 밥을 먹고 숨을 쉬는 일상적인 강박 그 자체였다.


코비 브라이언트(화려함 대신 기본기에 미치다)

맘바 멘탈리티로 대변되는 코비의 집착은 화려한 덩크슛이나 마법 같은 패스가 아니다. 그는 남들이 모두 깊은 잠에 빠져있는 새벽 4시에 일어나, 매일 수천 번의 지루한 슛 연습을 반복했다. 세계 최정상의 자리에 오르고 나서도, 가장 기초적인 농구 풋워크와 슛 폼을 수만 번 반복하며 완벽을 향한 집착의 끈을 절대 놓지 않았다.




이들 이야기에서 우리는 지속 가능한 집착의 명확한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 아래에는 나와 당신의 그 미적지근한 난로에 다시 산소를 불어넣어 줄 세 가지 행동 강령이다.


첫째, 동기를 기다리지 말고 먼저 움직여라!

가슴이 뛸 때까지 기다리는 건 아마추어다. 이들은 일단 책상에 앉고, 일단 카메라를 켠다. 글쓰기가 고통스럽더라도 한 줄 쓰고 나면 그 행위가 다시 작은 불씨를 만들어낸다. 얄팍한 의지력은 금세 고갈되지만, 몸에 새겨진 루틴과 습관은 절대 우리를 배신하지 않는다.


둘째, 보상보다 행위 그 자체를 징그럽게 사랑하라!

글을 써서 얻는 명성, 타인의 인정, 쏟아지는 좋아요보다 조금 더 나은 문장을 깎아냈을 때의 그 짜릿한 쾌감 자체에 중독되어야 한다. 글통을 겪은 뒤에 찾아오는 그 소소한 성취감. 과정 자체를 오락으로 여기는 사람은 어떤 결과 앞에서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셋째, 의지를 믿지 말고 환경을 통제하라!

인간은 생각보다 나약하다. 혼자만의 굳은 다짐은 내일 아침 침대의 포근함 앞에서 무너진다. 내가 책을 읽고 글을 쓸 수밖에 없는 시간, 공간, 그리고 동료를 영리하게 세팅해야 한다.




책을 읽고 글에 파묻힌 지난 1년.

나는 아주 작은 성공이라며 자조할지 모르지만, 단언컨대 그건 본격적인 성장을 위해 가장 깊게 파놓은 탄탄한 주춧돌이다. 이제 막 굳은살이 배기고, 글쓰기의 고통에 내성이 생기며, 진짜 집착의 근육이 붙기 시작한 시점이라 확신한다.


미적지근해진 난로는 꺼져가는 게 아니다. 이제 불꽃놀이처럼 요란하게 타오르던 시기를 지나, 은근하고 묵직하게 방안 전체를 데우는 진짜 열기로 변해가는 거다.


미스터비스트가 말하는 그 집착의 불씨를, 오늘 다시 한번 활활 피워볼 준비가 되었는가? 다시 그 즐거운 글통(그 외 다른 모든 고통) 속으로 기꺼이 뛰어들어 보자. 나와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님들은 이미 충분히, 훌륭하게 미쳐갈 준비가 되어 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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