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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F Jun 07. 2024

재밌을 때 조금이라도 더 가지고 놀고 싶어요

Episode 18: 잘 사랑하기 위해 노력하는, 드러머 이재현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다양한 일과 삶의 이야기를 글과 영상을 통해

세상에 전달하는 인터뷰팀 ONF입니다.   

   

한 사람의 ON과 OFF를 함께 조명하며

그 고유한 이야기를 더욱 입체적으로 담아내는 것.

그것이 우리 ONF의 의미이자 목적입니다.   

   

ON: 직업, 일. 사회적 시선에 노출되는 대외적인 모습의 ‘나’

OFF: 일을 제외한 일상, 휴식, 다소 꾸밈이 없고 자연스러운 모습의 ‘나’




Episode 18: 있는 그대로, 즐길 수 있을 만큼, 마음껏


사랑과 끈기에 대해 생각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닭과 달걀처럼 사랑이 먼저인지, 끈기가 먼저인지는 딜레마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사랑이 있으면 끈기가, 끈기가 있으면 사랑이 생긴 다는 것이죠. 


10년 차 드러머이시자, 드럼강사로도 일하고 계시는 재현님은 인터뷰 내내 드럼에 대한 사랑과 끈기가 돋보였습니다. 드럼의 베이스처럼 진중하고도 마음을 울리는 끈기를 보이시기도, 심벌처럼 장난스러우면서도 마음을 사로잡는 사랑을 보이시기도 하셨죠. 다양한 사운드의 조합으로 음악을 만들어내는 드럼과 같은 시선을 가지신 재현님의 이야기를 ONF가 담아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재현님! ONF 구독자분들을 위해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드럼 치고 있는 27살 이재현이라고 합니다. 



What's your ON?


Q. 드럼강사로 일하신 지 2년이 되어가신다고 들었어요. 드럼강사로 일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해요.


처음 계기는 제가 좋아하는 드럼으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었어요. 드럼을 좋아하니까 일도 드럼과 관련되어 있다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했죠. 그중에서 강사를 하고 싶었던 건 많은 사람들이 편하고 재밌게 드럼을 접하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시작했습니다. 드럼이라는 악기가 아무래도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더 사람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드럼을 대하시길 바랐어요.  



현재 취미레슨을 주로 진행하고 계신 만큼 가장 중요한 건 수강생들의 흥미를 증폭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레슨을 하시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이 있나요?  


제가 드럼을 시작하고 지금까지도 쭉 치고 있는 이유가 ‘재미’거든요. 그래서 말씀하신 대로 재미를 가장 중시해요. 재미를 느낄 수 있으려면 기본기가 있어야 하니까 기본기와 재미, 이 두 가지를 가장 중요시하는 것 같아요.

또 수강생분들의 취향을 최대한 많이 파악하려고 해요. 저는 아직까지도 드럼을 치면서 가장 재미있는 순간이 좋아하는 음악에 리듬을 얹었을 때거든요. 그래서 레슨을 받으러 오시는 분들도 이 재미를 느끼셨으면 해서 최대한 편안한 분위기로 수업을 진행하면서 수강생의 성향이나 취향을 알아가려고 노력해요.    



Q. 현재 드럼을 가르칠 수 있는 자리에 오시기까지의 많은 과정들이 궁금해요. 언제 처음으로 스틱을 잡으셨나요?  


드럼 스틱을 처음 잡아본 건 제가 중학교 2학년, 15살 때였어요. 그때 한 친구가 졸업 공연에서 밴드 무대를 했는데 그 무대가 엄청 멋있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음악학원에 갔는데 당시엔 기타가 유행이었어서 처음엔 기타를 먼저 배웠었어요. 시간이 지나고 기타 유행이 조금 사그라들어서 음악 학원을 그만두었다가 다시 학원에 갔더니 수업을 못 따라가겠더라고요. 음악은 하고 싶은데 기타 수업은 못 따라가겠고, 그때 어머니께서 드럼을 제안해 주셔서 시작하게 되었죠.  



처음 드럼을 시작하시고 지금까지 계속 그것을 사랑할 수 있게 만들어 준 드럼만의 매력도 궁금해요.  


제 터치로 섬세하고 또 미묘하게 다른, 다양한 사운드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저에게 가장 매력적이게 다가온 것 같아요. 드럼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소리를 타점이나 파워를 다르게 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해 낼 수 있거든요. 드럼을 쳤을 때 통을 통해서 나오는 울림도 좋고요.  



Q.  드러머로서 이루고 싶은 최종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제 음악으로 무대를 해보고 싶어요. 

대학교 때 신입생 공연을 했던 게 저한테 되게 기억에 남았거든요. 제가 지금껏 한 공연 중에 가장 규모가 크기도 했고, 그때 제가 스스로에게 가장 바라왔고 원해왔던 플레이를 했었어요. 자유롭게 제가 원하는 위치에 제가 원하는 사운드를 냈던 플레이였죠. 

그래서 최종 목표도 자유라는 단어를 표현할 수 있는 무대를 하고 싶어요. 자유롭게 내가 원하는 대로, 틀에서 벗어난 플레이를 하면서. 저만의 표현방식과 색깔을 찾아서 말 그대로 자유가 느껴지는 공연을 하고 싶습니다.  





What's your ONF?


Q. 드럼을 취미이자 직업으로 대하고 계세요. 그만큼 재현님의 작업실에선 ON과 OFF를 오가는 다양한 생각들을 하고 계실 것 같아요. 최근 작업실에서는 어떤  시간을 보내고 계시나요?


요새는 드러머로서,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저만의 색깔이 뭔지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이런 음악 하는 사람입니다'라고 확실하게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 있다 보니 지금 내가 음악을 하는 게 맞나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하고요. 연주자로서 저라는 사람을 필요로 해야 무대에 서고 공연도 할 텐데 그 자리로 가려면 어떤 모션을 취해야 하나, 드러머로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인가, 어떻게 내 음악을 찾을 수 있나 이런 생각들을 계속하고 있어요.   



그 목표이자 고민들을 어떻게 해결하거나, 조금이라도 해소하고자 하시나요?


아직 해결은 못 해봤고, 스스로에게 스트레스나 압박감을 필요 이상으로 주지 않도록 해소는 하는 편인데요. 그냥 잠시 그 고민을 놓고, 옆으로 빼놓아요. 


제 고민들은 처음부터 답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저만의 답을 써내리는 것밖에 해결책이 없거든요. 잠시 고민덩이들을 옆에 두고 시간이 지나면, 조금이라도 그 답이 보이거나 살짝이라도 들리는 순간이 오기도 해요. 나라는 사람 자체에 더 초점을 두고 집중할 때,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나를 바라볼 수 있고 또 그런 나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결국 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들을 더 잘 알 수 있게 되더라고요.  



재현님이 하시는 고민들을 들으면서 아주 거대한 빛을 좇는 모습이 생각났어요.


당장 이 빛을 보고 싶고 빛에 닿고 싶지만 너무 밝아 눈도 제대로 뜰 수 없죠. 빛에 닿고 그것을 손에 넣기 위해선 한 발자국 물러나 그 빛이 비추어주는 길로 잘 가고 있었나 본인을 확인하는 수밖에요. 

어떤 꿈을 가지고 그를 향해 정진하고 있었으나 꿈에 절대 닿을 수 없다고 생각이 될 때, 그건 빛이 사라진 게 아니라 빛이 거의 닿을 만큼 가까웠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빛 근처에서 방황하는 우리의 모습도 눈부시겠다는 생각도요.



Q. 음악에 대한 재현님의 시선이 궁금해요. 음악을 어떻게 대하시는지, 음악이 재현님에게 어떻게 다가오는지요. 


아직까진 잡을래야 잡을 수 없지만,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꿈같아요. 너무 음악을 사랑하고 싶어서, 그래서 잘 사랑하려고 노력하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음악이랑 더 가까워질 수 있는지, 음악과 더 교류할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어요. 저에겐 너무 간절한 꿈입니다.



장인정신이 뛰어난 도공들은 사람들이 아무리 그 도자기가 멋있다고 해도 조금이라도 자신의 기준에 미달하면 그 도자기를 주저 없이 부숴버린다는 이야기가 있죠. 


재현님의 드럼에 대한 시선을 엿보며 장인의 프라이드가 연상되었습니다. 재현님은 자신만의 기준으로 자신의 음악을 찾고자, 자신만의 경지에 이르고자 노력하시죠. 타인의 평가에 휘둘리거나 안주하기보다는 끊임없이 도자기를 깨며 새로운 점토를 빚어내는, 이런 자신에 대한 프라이드가 재현님이 10년간 드럼을 사랑하실 수 있는 이유가 아닐까요?



Q. 예술만큼 재능과 노력에 대한 논의가 뜨거운 영역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재현님은 재능과 노력을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재능과 노력은 나누어지는 게 아니라 어디서 바라보느냐, 어떻게 바라보느냐의 차이인 것 같아요.

제 인생을 돌아봤을 때 가장 열정적이었던 때가 재수를 했던 1년이었어요. 원하는 학교라는 목표를 향해서 가장 뜨거웠던 노력을 투자하며 보낸 시간이 가장 크게 재능을 느낀 순간이었거든요. 누구보다 노력할 수 있는 제 재능을요. 각자마다 가지고 태어나는 것들이 모두 다 다르기 때문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강점이 빛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재능이 가장 값지지 않나 생각합니다.



Q. 처음 음악을 대하고 드럼을 치셨을 땐 취미로 삼고 계시다가, 후에 전공을 하고 업으로 삼고 계세요. 취미였을 때와 현재 드럼을 바라보시는 시선에 차이가 있었나요?  


취미로 드럼을 칠 땐 그저 재미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걸 전공으로, 업으로 받아들이다 보니 책임감이 커지면서 재미가 전부가 아니게 되더라고요. 드럼을 치는 시간이 쌓일수록, 더 어려워지고 있는 것 같아요. 

드럼은 간격, 그러니까 내가 원하는 위치와 원하는 박자에 정확하게 터치를 주는 걸 되게 중요하게 생각해요. 업으로 받아들이면서부터는 이런 터치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이다 보니까 스트레스가 커졌죠. 취미로, 재미로만 시작했던 게 스트레스를 주니까 드럼이 부담감으로 다가오기도 했었어요. 그럼에도 한 번도 드럼이 치기 싫었던 적이 없는데, 저한텐 그런 스트레스나 부담감을 이길 만큼 드럼이 주는 재미가 훨씬 커서인 것 같아요.  



재현님에게 드럼이 일과 삶의 경계선에 있는 무언가이다 보니 그 밸런스는 어떻게 유지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저는 드럼을 일과 삶으로 나누지 않아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드럼이 저한테 일로서는 스트레스를 주기도 하지만 재미가 더 크거든요. 취미나 일로 생각하지 않고 저한테 재미를 주는 장난감으로 생각해요. 가끔 싫증이 날 때도 있지만 가지고 놀 수 있을 때 조금이라도 더 가지고 놀고 싶어요.

음악에 대한 고민이나 수업할 때의 두려움을 가지고 있던 때에도 놀러 간 곳에 드럼이 있으면 또 가지고 놀고 싶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업무의 연장선이겠지만 저는 그렇게 받아들인 적이 없어요. 재밌으니까.




 

Q. 음악을 업으로 삼고 있는 길을 가고 있는 선배로서 그 길을 걷고 싶어 하는 분들을 위해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그냥 원하는 거 합시다. 그냥 본인이 원하는 거, 좋아하는 건 하고 하기 싫은 건 안 하고. 

자기가 본능적으로 하고 싶어 하는 것과 하기 싫어하는 거에 귀 기울이다 보면 자기 자신을 더 잘 알게 되는 것 같아서요. 제가 하는 고민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이 돼서 저에게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What's your OFF?


Q. 드럼을 처음 치신 건 중학생이라고 하셨어요. 1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하나에 몰두하신 꾸준함이 정말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꾸준한 노력의 원천이 궁금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음악, 드럼은 저에게 꿈같은 존재예요. 제 음악과 제 드럼을 가지고 있지만 가지고 싶어서 놓지 않은 것 같아요. 아직까지 무언가를 만들어내지도 않았기 때문에 계속 그 크고 희미한 꿈에 다가가고자 해요. 제대로 이걸 더 깊게 대하고 싶고, 더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이 아직도 큽니다. 지금도 이렇게 재밌는데 가까워질수록 얼마나 더 재미있어질지도 기대돼요.



인터뷰를 마치며  


Q. 앞으로 삶을 대할 때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길 원하시나요?


세상을 낭만 있게 보고 싶어요. 

저는 고생을 사서 하는 편이에요. 남들이 볼 땐 그게 그저 고생일지도 모르겠지만 저에겐 그 고생에서 오는 힘듦, 극복, 성취감 등등 모든 감정들과 경험들이 다 낭만이에요. 고생을 고생으로만 보면 그냥 힘들었던 기억이지만 그 와중에 좋은 점들을 끄집어내면 그건 더 오래 남을 기억이 되고 낭만이 되니까요.


삶이 항상 좋을 수만은 없으니까 모든 부분을 다 좋게 받아들이고 바라보기는 힘들겠죠. 그래서 더 좋은 것들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만큼 마음껏 즐기고 느끼고자 해요. 





<Editor's Note>

같은 상황을 겪더라도 자신만의 메세지를 얻는 것, 자신의 역사를 어떻게 정의할지와 자신의 현재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우리의 고유한 시선으로 결정하는 것, 이것이 낭만이려나요.


“우리네 삶이란 어느 길을 가려 걷든 뭐 그리 유별날까. 어떤 삶이든 기쁨과 애달픔과 안타까움과 간절함 따위가 뒤섞인 채로 존재하리라. 때로는 넘어져 무릎이 깨지기도 하고, 때론 골짜기를 빠져나가는 계곡의 물처럼 거침없이 흘러가기도 하는 것이 바로 인생일 테지.” 

- 등대지기 中 -


이처럼 우리는 같은 세상에서 어찌 보면 비슷한 일생을 살아갑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유별나게 자신과 자신의 인생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은 전부 우리의 시선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해요. 마치 착시처럼요. 남이 그렇지 않다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내 세상을 채우는 건 나의 시선이니까요. 



격주 목요일 오전 8시, ONF "시소레터"가 새롭게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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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홍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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