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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풍토끼 Dec 04. 2023

서문: 심해에서 보내는 유리병 편지

오늘도 우울의 심해를 헤메는 나와 당신께

당신에게 일어난 일이 궁금하다고 들었습니다. 내가 알기로, 당신은 나와 같은 고통을 겪거나 겪을 예정이겠지요. 아니면 저와는 또다른 갈래로, 당신만의 고통이 가지를 뻗고 나아갈 겁니다. 저는 우울의 예언자 따위가 되고 싶지 않아요. 그저, 그런 고통을 겪는 것이 당신 혼자만이 아니며... 도움이 되고 싶다는 거지요. 저에게는 아무도 없었거든요. 


나와 당신 같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지 생각해봅니다. 돈,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아무리 큰 재력가라도 모든 우울증 환자들에게 돈을 주다가는 남아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사랑과 위로, 좋긴 하지만, 제가 가장 심했을 때를 생각해보면 그 역시 큰 지지가 되지 않을 것 같아요. 


그저 옆에 있어주는 것, 들어주는 것, 가장 지쳤을 때 당신의 말을 기꺼이 들어주고 함께 눈물흘려 주는 것. 제가 가장 필요했던 것을 주고 싶어요. 그렇지만, 어떻게 당신에게 닿을 수가 있죠? 비록 지금은 이런저런 공부를 하고 있지만, 당신을 찾아내 옆에 있는 것조차 까마득한 일일 텐데요. 


그래서, 우선은 이 글이라도 옆에 두시라고 먼저 보내드립니다. 제가 공부를 해서 자격을 갖춘 뒤에 당신 곁에 가려면 너무나 아득한 시간이 필요한 탓에, 또한 저란 인간은 말보다 문자가 더 배려있는 사람이기에 이 방법이 더 빠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저는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우울증과 불안, 공황장애로 은둔하면서 일기를 썼습니다. 이 브런치는 그 일기 일부를 블로그에 연재하면서 쓴 글을 모을 예정입니다. 공백 포함 약 30만 자에 달하는 이 글뭉치를 어디에 쓸지 고민하다가, 저와 같은 사람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어준다면 좋겠다고 생각해 세상에 내려고 합니다.


당신의 슬픔이 잠시나마 가라앉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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