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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 Dec 07. 2023

김장

어젯밤 옥례의 돌발행동으로 갑자기 계획하지 않았던 김장을 하게 되었다. 

밤새도록 김칫소를  준비한 옥례는 아침에 서둘러서 배추를 건져 소쿠리에 물을 뺀다.

날씨가 제법 쌀쌀해서  안방에 비닐과 신문지를  깔아 자리를 만들고

옥례는 황태를 넣어 나름의 비법육수를 끓이고  찹쌀풀을 섞어 양념을 만든다.

김장다라이 한가득 채썬 무에 고춧가루와 온갖양념을 비벼서 먹음직스러운 김치속을 만들었다

옥례는 적당하게 잘 절여져 노르스름한 배추속 한잎을 떼어 짭조름한 김치속을 얹어 한입 씩 넣어 주었다.

아삭하고 상큼한 배추 향과 매콤 칼칼한 김치속이  어울어져 입안에 착 감긴다. 

옥례는 선옥에게 돼지고기와 막걸리를 사 오라고 하였다.  

가족들이 둥글게 모여 앉아 배추를 문질러 속을 넣고 잘 여매어 김치를 만들었디.

할머니는 부엌에서 가마솥에 물을 끓여 보쌈을 삶고 주전자에 막걸리를 담아 양은 쟁반으로 상을 차렸다.

김장하면 수육이 빠질 수 없다. 흰밥에 배추겉절이와 보쌈 그리고 막걸리 한사발로 동네잔치가 열린다.

막걸리를 사가지고 오는 길이 몹시도 흔들렸나 보다.

달달한 막걸리는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어서 오는 길에 정량에서 부족하게 되고 만다.

어른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모른척해주었다. 

많은 가족들의 손길임에도  점심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모든 일들이 마무리할 수 있었다. 

김치를 보쌈과 함께 김치통에 넣어 가까운 이웃부터 배달을 한다. 

순옥이네, 성환이네, 어렵게 살고 계시는 덕수 할아버지까지 차례대로 배달을 완료했다.

모든 일들을 마친 후에 옥례는 세수를 하고 화장을 다시 하기 시작했다. 

옥례의 자존감은 어쩌면 화장에서 나오는지도 모른다. 

일 년 365일 화장을 하지 않고 맨얼굴로 있을 때가 없기 때문이다. 

오늘은 웬만하면 쉴 만도 한데 옥례는 서둘러 시장으로 발걸음을 향한다. 

화장만큼이나 빠지지 않는 것이 장사이다. 옥례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더우나 추우나 할 것 없이 시장통 좌판을 지킨다. 어떠한 일이 있어서 집에서 편안히 쉬는 것을 볼 수 없다. 

갑자기 늦게 시장에 나온 옥례를 보고 주변 상인들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하며 모여들었다.

옥례는 평상시에 하던 데로 달달한 커피 한 잔을 사서 마시고 허리띠를 졸라매며 늦은 장사를 시작했다.

주변에는 다양한 상인들이 있다. 첫 번째로 기억나는 것은 몇 명의 <달라 아줌마>이다. 

이들은 지나가는 행인에게 "달라 있어요?" 하면서 환전을 해주고 환차익을 얻는다.

저녁이 되면 어두워지기에 리어카 장사꾼들은 카바이트 조명으로 불을 밝힌다.

야심해져서 상인들이 점포를 닫으면 포장마차가 도로를 점령하여 장사를 시작한다.

포장마차는 낮에는 지정 보관소에 쉬다가 밤 장사를 하기 위하여 나오는 것이다.

심지어는 이 포장마차를 운반해 주는 직업도 있다. 

이처럼 다양한 모습으로 삶을 영위해가는 시장은 도시의 황금 어장이다. 

오늘도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이곳에서 각자의 필요를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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