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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 깐느(Canne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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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프랑스 여행중 깐느(Cannes)에 가면 내가 모시고 간 손님들에게 2가지 미션을 드린다.


첫째, 자기 인생영화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자신을 위해 가장 멋진 레드카펫 사진을 남기기


둘째, 자기가 먹고싶은 가장 맛있는 메뉴로 자신을 대접하고 인증샷을 단톡방에 올리기(물론 소정의 식비지원도 해드린다.)


올해로 79번째를 맞이하는 깐느국제영화제

영화, TV 드라마, 소설, 웹툰, 유튜브, 블로그... 너무나 많은 매체들을 통해 남의 인생, 남의 이야기를 엿보고 듣느라 갤러리로 사는데 익숙해진 여행자들에게 잠깐 동안만이라도 자기 인생이라는 영화의 주인공으로 자신을 대접하고 으쓱할 정도로 격려해주는 시간을 드리는 것이 나의 컨셉이다.


깐느 시내의 전경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요새 위에서 ©EuroKor Travel

기존에 예약되어 있던 중국식 점심을 취소시키고, 차라리 그 예산을 손님들에게 현금으로 나눠드린 뒤 자유롭게 각자가 원하는대로 즐거운 시간을 갖도록 배려해드렸는데 이 결정이 가장 만족스러운 여행을 만드는데 큰 기여를 했다. 빡빡한 패키지 여행에서 기대하기 힘든 최대한의 자유시간을 3시간 이상이나 드렸으니 얼마나 좋았겠는가!

갈대밭으로 무성했던 작은 어촌 깐느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영화제의 도시로 거듭났다. ©EuroKor Travel

투어디자이너로 여행업에 뛰어들어 일해온 이래 지금까지 한결같이 추구해온 여행은 뻔하지 않은 여행이다. 모든 것이 정해진 대로 움직여야 하는 패키지 여행에서도 어떻게 운영하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여행을 창출해낼 수 있다. 내게는 반복적이고 일상적인 여행일지 몰라도 어쩌다 한 번 귀한 시간과 돈을 써서 나온 손님들에게는 인생에 길이 남을 특별한 여행이기 때문에 절대로 대충 무난하게 섬길 수 없다.


지중해의 시원한 파도에 발을 적시며 깐느의 곱디 고운 모래해변을 거니는 나만의 시간 ©EuroKor Travel

어떤 가이드가 내게 물었다. 

"무슨 패키지 여행을 그렇게까지 최선을 다해서 진행하세요?"

내가 대답했다.

"최선을 다하지 않는게 더 힘들어서요. ^^"


한 번 뿐인 인생처럼, 한 번의 여행 역시 그러하다.

가성비를 추구하는 저가 패키지 여행이든, 돈을 많이 낸 비싼 여행이든 고객은 최대의 만족을 누릴 자격이 있다. 그것을 위해 내가 존재하고, 그 댓가로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한다.


제1회 깐느영화제 포스터부터 모든 영화제의 역사가 곳곳에 남아있다. ©EuroKor Travel

1939년에 개최되자마자 터진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1946년에야 다시 재개된 깐느국제영화제는 올해로 79회를 맞이한다. 나는 앞으로도 깐느에 가면 나의 소중한 손님(길벗)들이 남의 이야기가 아닌 자기 자신의 이야기, 자기만의 인생영화에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자신을 맘껏 축하해주고 대접할 수 있도록 짧지만 충분한 시간을 배려해드리려 한다.


깐느국제영화제의 개최장소인 Palais des Festivals et des Congrès ©EuroKor Travel


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습니다.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래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새벽에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 부는 달콤한 바람, 

해 질 무렵 우러나오는 노을의 냄새...

어느 한 가지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엄마였고, 누이였고, 딸이었고 

그리고 나였을 그대들에게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


-2019.5.1.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대상 김혜자님의 수상소감중


영화관처럼 벽화가 그려져 있는 깐느 시외버스 정류장 ©EuroKor Tra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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