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프랑스 여행중 깐느(Cannes)에 가면 내가 모시고 간 손님들에게 2가지 미션을 드린다.
첫째, 자기 인생영화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자신을 위해 가장 멋진 레드카펫 사진을 남기기
둘째, 자기가 먹고싶은 가장 맛있는 메뉴로 자신을 대접하고 인증샷을 단톡방에 올리기(물론 소정의 식비지원도 해드린다.)
올해로 79번째를 맞이하는 깐느국제영화제
영화, TV 드라마, 소설, 웹툰, 유튜브, 블로그... 너무나 많은 매체들을 통해 남의 인생, 남의 이야기를 엿보고 듣느라 갤러리로 사는데 익숙해진 여행자들에게 잠깐 동안만이라도 자기 인생이라는 영화의 주인공으로 자신을 대접하고 으쓱할 정도로 격려해주는 시간을 드리는 것이 나의 컨셉이다.
기존에 예약되어 있던 중국식 점심을 취소시키고, 차라리 그 예산을 손님들에게 현금으로 나눠드린 뒤 자유롭게 각자가 원하는대로 즐거운 시간을 갖도록 배려해드렸는데 이 결정이 가장 만족스러운 여행을 만드는데 큰 기여를 했다. 빡빡한 패키지 여행에서 기대하기 힘든 최대한의 자유시간을 3시간 이상이나 드렸으니 얼마나 좋았겠는가!
투어디자이너로 여행업에 뛰어들어 일해온 이래 지금까지 한결같이 추구해온 여행은 뻔하지 않은 여행이다. 모든 것이 정해진 대로 움직여야 하는 패키지 여행에서도 어떻게 운영하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여행을 창출해낼 수 있다. 내게는 반복적이고 일상적인 여행일지 몰라도 어쩌다 한 번 귀한 시간과 돈을 써서 나온 손님들에게는 인생에 길이 남을 특별한 여행이기 때문에 절대로 대충 무난하게 섬길 수 없다.
1939년에 개최되자마자 터진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1946년에야 다시 재개된 깐느국제영화제는 올해로 79회를 맞이한다. 나는 앞으로도 깐느에 가면 나의 소중한 손님(길벗)들이 남의 이야기가 아닌 자기 자신의 이야기, 자기만의 인생영화에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자신을 맘껏 축하해주고 대접할 수 있도록 짧지만 충분한 시간을 배려해드리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