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사 가는 길

할아버지 할머니

by 천문학도

꽃상여를 탄

할아버지는 웃으며 떠나셨다.


할머니는 아프셔서

가족들에게 슬픔을 안고 떠나셨다.


시골 가는 길이

너무 멀게 느껴지는 나에게


어릴 적,


화엄사까지 가는 길은

인내의 한계


차 안에서 말씀이 많던

아버지는 말씀이 없으시다


틀던 라디오도

자주 듣던 유튜브도


아무 응답이 없다


아직 아물기엔

50일도 안된 이 시간


꼬부랑꼬부랑

도로를 차가 들썩이며


도착하니 친지들이

목탁을 든 스님 앞에


촘촘히


이미 보냈지만

진짜로 보내줘야만 할 시간이 왔다


눈물 한 번도 없던 장손인

의 안경이 촉촉해지니


할 말은 잃었다.


희미한 경운기 소리

고스톱 치는데 필요한 동전 소리


그 소리들 앞에

아버지는 침묵 중


나도 뒤돌아

발끝에서부터


검붉은 침묵이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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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