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지만

글쓰기를 막을뻔한 위험요소

2023년 처음 글쓰기를 시작했을 무렵, 감사한 인연에 대해 쓴 글이 있다. 그땐 너무 귀한 인연이라 생각했고 고마웠다. 어떻게든 소중한 기억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서 마음을 다해 진심으로 쓰긴 했다. 지금 보면 그 글이 조금 가볍게 느껴진다. 나보다 경험 많은 어른들은 당시에 '저것도 한때지'라고 생각하셨을 테다. 인연이라는 게 좋을 땐 영원할 것 같지만 온 마음을 담아 사랑을 표현한 이와 인연이 끊길 때, 나는 대체 뭐 한 거지 싶고 인연의 고리가 끊어지니 마음을 다해 기록했던 글도 싫어질 때가 있다. 이불킥이다. 지우고 싶고 두 번 다시 그런 글은 쓰기 싫다는 생각을 거친 후, 시간이 더 지나 보면 또 달리 보인다. 책에서 보고 남이 해준 조언이 아니라 스스로 깨닫는 깊은 성숙을 느낀다.

시절인연(時節因緣)

모든 인연이 제 때마다 내게 가장 필요한 시기에 선물처럼 와준다는 걸, 헤어질 시기가 되어 마침표를 찍더라도 그간의 만남에 대한 감사함과 앞으로를 축복한다.

요즘은 인연이 닿아 자주 보는 이들에게 마음을 많이 전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인연의 끝은 알 수 없지만 삶이 맞닿은 동안은 최대한 사랑을 나누려고 노력하고, 이 또한 끝나는 날이 오면 서로의 안녕을 진심으로 기도해 주길 바란다. 결혼해서 바뀐 건지 애를 낳고 바뀐 건지, 나이 들며 바뀐 건지는 모르겠지만 마음 내는 것이 달라짐이 느껴진다. 예전에 나는 나밖에 몰랐다. 마음을 표현하는 것은 항상 상대보다 한 발짝 늦었고 항상 미안했다. 그때의 나보다 지금의 내가 마음에 든다. 

저는 아내와 "안녕, 나 갈게" 인사하고
출근하는 길에는 이 사람과 마지막이라
생각해요. 매시간 함께하는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몰라요.

시간이 유한한 걸 알지만
우리는 보통 잊고 살지요.

우리는 언제 어느 때
갑자기 헤어질지도 모르잖아요?

영희 씨도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시간을 항상 마지막인 것처럼 보내길요.

(어느 중년선배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