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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요 Jan 03. 2024

"엄마 저 여자친구 생겼어요"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의 첫 여자친구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로 생성한 아들의 여자친구 가상 이미지 (명령어 : 초록색 핀을 꽂고 연두색 니트옷을 입고 웃고 있는 단발머리의 초등학생 여자아이 그려줘)


"엄마~ 엄청 엄청 대박 소식이 있어요"

"뭔데?"

"저 여자친구 생겼어요!"

"뭐? 저번에 핫팩 준 그 친구야?"

"네!"




20살까지 모태솔로로 살겠다 말하던 아들의 철석 같은 다짐이 무너졌다. 내 그럴 줄 알았지. 아들이 신이 나서 엄마에게 여자 친구의 존재 유무를 나불대는 이유는 "여자친구가 생기면 꼭 엄마에게 말해줘 엄마가 정말 축하해 줄게"라 신신당부를 해놓았던 덕이다. 친구 같지만 때론 엄한 엄마를 표방하는 나는 모든 부모가 그렇듯 아이들이 내게 숨기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아들이 초등학교 2~4학년 초반까지 다 들킬 수밖에 없는 작고 사소한 거짓말을 너무 많이 해서(게임을 하고 안 했다 하거나 핸드폰을 몰래 풀어놓는 일 등) '거짓말 잘하는 아이 훈육법', '아들이 거짓말을 하는 이유'등을 검색하며 원인 파악과 혼내기에 열을 올렸다.  


한 전문가가 거짓말을 상습적으로 하는 아이들은 미래 예측능력이 좀 떨어진다 말하는 영상을 봤다. 결과(혼나는 것)를 예측하는 능력이 부족하므로 당시의 상황에만 몰입하고 있다 혼날 상황이 닥치면 무마하기 위해 거짓말을 상습적으로 한다는 내용이다.


그런가? 내 아이에게 빗대어 상황을 생각해 본다. 물론 그런 아이도 있겠지만 내 아이는 저지른 일에 혼날 상황을 예측하지 못한 것 같진 않다는 결론이다.


그럼 무엇이 문제일까? 당시에는 아이의 거짓말에만 초점을 맞춰서 거짓말의 유무를 가려내기만 급급했다. 자식의 거짓말은 부모를 향한 일종의 배신이라 생각해 아이의 인성이 바르게 자라지 못한다는 마음이 들어 양육자의 자질이 부족한 걸까 아니면 아이의 기질일까 초조했다.


"네가 혼날 것 같아서 거짓말이 하고 싶을 때 엄마에게 솔직하게 말해줘. '엄마 제가  혼날까 봐 거짓말이 하고 싶은데 지금부터 사실을 말할 테니 봐주세요'라고 말해주면 네가 어떤 거짓말을 했어도 용서해 줄게"


라 말해도 전혀 소용없다. 아이는 작고 사소한 거짓말을 계속했고 내 핸드폰을 가져다 본인 핸드폰의 시간을 풀어놓기 일쑤였다. 결단이 필요했다. 외할머니 집으로 일주일간 유배를 보냈다.(이쯤 되면 내쫓기가 취미인가..)


 결과는..? 놀랍도록 성공. 아들은 그 이후로 내게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내게 거짓말을 들킨 적이 없다 말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아들이 뉘우쳤을까? 뭐 조금은 스스로 느껴 양심의 자정작용이 일어났을 수도 있겠다만 결론은 내가 마음을 바꿔 먹었다. 조선미 교수님의 영상에서 힌트를 얻었다.


아이가 거짓말을 할 틈을 주지 말라는 것이었다. "숙제했어?"라고 물어보지 않고 "숙제한 것 가져와"라 하고 "군것질 사 먹었어?"라 하지 말고"누구 엄마가 봤는데 뭐 사 먹었다며?"라고 직접적으로 말하라는 내용이다.


아이가 눈치를 보며 거짓말할 상황을 전면차단한다. 예를 들어 돈을 훔치다 들켜 거짓말을 한 아이가 있다면 애초에 아이의 손에 돈이 닿지 않게 했으면 되었단 말이다. 조선미 교수님의 다른 영상에서 18살 이전에 자기주도학습(스스로 일기를 쓰거나 문제집을 푸는)을 바라는 건 부모의 욕심이라며 부모의 역할은 반복과 일관성을 통해 매일 학습을 할 습관을 만들어 주라는 내용도 굉장히 와닿은 부분이었다.


나는 열정적인 부모가 아니라 아이들의 학습을 지켜봐 주는 타입은 아니지만 간혹 "문제집 풀었어? 월요일 화요일 풀라 했잖아 왜 안 풀었어" 실랑이하는 일이 줄었다. 결국 모든 것은 나의 탓! 아들에게도 꾸준히 확인하며 지켜보고 있음을 알리고 팩트로 지그시 눌러주니 거짓말할 상황이 없어졌다. 피노키오 아들의 늘어난 코가 좀 납작해졌다.



여자친구가 생겼어요의 고백은 나중의 상황이 들키지 않기 위해 선빵 친 고백은 아니지만 아이와의 심리적 유대가 가까움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준 고백임은 분명하다. 여자친구가 생겼다고 자랑할 수 있을 만한 친구 같은 엄마의 산물이다. 다음에 아들의 여자친구를 마주치면 떡볶이 한 사발 사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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