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견가들에게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속에서 욱!~하는 그 무엇이 치밀어 오른다. 도대체 개란 동물의 특성이나 제대로 알고서 그런 말을 하는지. 개는 늑대를 순화시켜서 아주 오랜 세월에 걸쳐 인간과 함께 살 수 있도록 품종이 개량된 동물이다. 늑대는 잘 알다시피 사나운 맹수다. 아무리 오랜 세월에 걸쳐서 온순한 개로 순화되었다 할지라도 개는 늑대와 유전적으로 98%나 일치한다는 것을 사람들은 종종 잊고 사는 것 같다. 애견가들에게 애지중지 사랑받는 개는 주인식구들은 물지 않겠지만 주인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언제든지 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애견가들은 좀 명심했으면 좋겠다.
어떤 애견가는 "나쁜 개는 없고 나쁜 주인이 있을 뿐이다"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개도 인간들과 마찬가지로 부모로부터 어떤 유전자를 받아서 태어나느냐에 따라 "좋은 개"가 될 수도 있고"나쁜 개"도 된다는 사실. 똑같은 부모개로부터 태어난 새끼들일지라도 "진돌이 녀석은 자기 주인식구들에게는 좋은 개일지는 몰라도 주인이 아닌 나에게는 아주 나쁜 개에 불과할 뿐이다.
반면 진돌이 동생"진철이는 좋은 진돗개에 속한다. 진철이는 주인은 물론이고 이웃이나 동네사람들에게도 친화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친화력이 좋다 할지라도 도둑에게까지 꼬리를 흔들면서 반겨준다면 변견이겠지만 진철이는 누가 아군인지 적군인지를 금방 구별해 내는 명석한 진돗개의 우수한 유전자를 갖고 있었다.
대한민국의 진돗개는 이미 세계적인 명견으로 인정받고 있다. 진돗개가 똑똑하면서도 사람처럼 생각하는 명석한 두뇌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대한민국뿐 아니라 외국의 여러 사례에서 볼 수 있는데 한 예를 들자면, 남편을 여의고 아이들마저 독립시킨 후 1년생 진돗개 "샤샤"와 살고 있었던 한 영국인 할머니가 있었다. 어느 날, 그녀가 샤워를 하기 위해 샤워실 문턱을 넘는 순간 물기가 마르지 않은 바닥에 미끄러지면서 바닥에 뒷 통수를 심하게 부딪치고 말았는데 충격을 크게 받았던 할머니는 그만 혼수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진돗개 샤샤가 할머니가 쓰러진 것을 발견한 후 컹컹 짖어대며 그녀의 의식을 깨우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샤샤는 5분 거리에 떨어져 있었던 한 이웃집으로 달려가 문고리를 앞발로 흔들어 대면서 컹컹 짖어댔다. 자기 능력으로는 쓰러진 주인을 구할 수 없다고 여긴 샤샤가 할머니와 친한 이웃집으로 달려간 것이다. 그 이웃은 할머니와 가깝게 지내는 젊은 부부로 평소에도 자주 놀러 왔었는데 샤샤는 그 집에 도움을 청하는 것이 주인을 살릴 수 있는
길이라고여겼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진돗개의 행동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겠다.
그 이웃집 말고도 더 가까운 집에 도움을 청하지 않고 왜 그 집으로 개가 달려갔겠는가? 샤샤가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 보다는 할머니와 친한 이웃집에 도움을 청하는 게 더 낫겠다고 진돗개 샤샤가 생각을 했던 것이다. 개의 울부짖음에 뭔가 다급한 일이 발생했다는 것을 알아 채린 주인여자가 밖으로 나오자 샤샤는 그녀의 옷을 잡아끌면서 자기를 따라오라는 시늉을 하였다. 샤샤를 따라간 여자가 샤워실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 할머니를 발견하고 즉시 병원으로 옮겼는데 의사의 말로는 조금만 늦었더라면 뇌진탕으로 생명이 위험해질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단다.
한 마리의 진돗개가 주인의 꺼져가는 생명을 살리게 되었는데 이 사실이 영국 전역으로 방송이 되면서 진돗개의 명성이 널리 퍼지게 된 사건이었다. 이 외에도 진돗개의 우수성과 주인을 위한 충성심 용맹성을 증명하는 여러 사건들이 있었지만 외국의 한 유튜버가 재미있는 실험을 하였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진돗개,
중국을 대표하는 차우차우,
일본을 대표하는 시바견.
이렇게 세 마리를 놓고 어느 개가 주인의 지갑을 가장 잘 지키는지 방송을 하였는데 주인들은 자기 개에게 지갑을 맡기 면서 꼭 지켜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다음, 낯선 사람이 다가와서 개들이 지키고 있는 지갑을 가져가려고 하였을 때 중국의 차우차우견은 주인의 지갑을 지키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한국의 진돗개와 일본의 시바견만이 주인의 지갑을 지키려는 행동을 보였었고 낯선 사람이 지갑을 가져가려고 하면 두 견종은 으르렁 거리며 손도 못 대게 하자 실험자가 맛있는 고기가 든 그릇을 개들 옆에 두고 지갑을 가져가려고 하였다. 중국의 차우차우견은 고기를 먹느라 주인의 지갑은 아랑곳하지 않았고 시바견은 고기와 지갑을 번갈아 쳐다보면서 갈등을 하다가 결국 주인의 지갑을 버려두고 고기를 먹었지만 진돗개는 지갑을 자기 배에 깔고서 고기를 먹었다. 고기를 맛있게 먹다가도 실험자가 지갑을 가져가려고 하면 사정없이 손을 물려고 하였기에실험자는 끝내 진돗개가 지키고 있는 지갑을가져가는데 실패하였다.
대한민국의 진돗개만이 어떠한 유혹에도 불구하고 주인의 지갑을 끝까지 지켰던 것인데 이 방송을 지켜본 사람들은 탄성을 지르면서 진돗개의 영특함에 감탄을 하였다. 각국을 대표하는 세 마리의 개들 중에서 진돗개만이 생각을 하면서 행동한다는 것을 방송을 시청한 전 세계인들이 알게 된 사건이었다. 이 처럼 대한민국의 진돗개는 세계인들이 인정하는 명견으로 자리매김을 하였지만 그렇다고 모든 진돗개가 똑똑하고 명석한 것만은 아니다. 20년 전에 내가 세 들어 살았던 주인집 진돗개 진돌이처럼 친화력이 거의 없는 녀석도 있으니까 말이다.
친화력이 없는 진돗개는 만약 주인이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위에서 언급한 주인을 살려낸"샤샤"처럼 이웃에게 달려가 도움을 요청하지도 못할 것이다. 주인 식구들 외에 다른 사람들은 무척이나 경계하면서 정을 잘 주지 않기 때문인데 나는 정말 운 없게도 하필이면 그런 진돗개를 만나서 오지게 고생을 했었다.
필자는 비록 애견가는 아니지만 개를 싫어하지는 않습니다.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살게 된다면 진돗개만은 꼭 키우고 싶었지요. 아쉽게도 아파트에 살고 있어서 그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살고 있지만 언제라도 그런 기회가 온다면 나 또한 애견가들 못지않게 진돗개를 사랑하고 아껴 줄 것입니다. 이로써 "진돗개와 싸웠다"연재글은 15화로서 끝을 맺습니다. 애견가들에게는 원성을 살 수도 있는 글을 마지막까지 읽어주신 독자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다음에는 또 다른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