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 한 이야기 12화

고치를 벗어나야 나비가 될 수 있다.

by 현동인

흔히들 사람은 환경의 동물이라고 하듯이 똑같은 사람일지라도 어떤 환경에 있느냐에 따라 변화될 수도 있다.

물론,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적인 요인들은 환경이 바뀐다 할지라도 근본적으로 변화되지는 않겠지만 성격은 환경의 변화와 자신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는 바꿀 수 있을 것이다.


리더가 되어서 단원들을 이끌고 보니 정말 여러 종류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선천적으론 착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조금은 모자란 듯한 사람, 얍삽하면서도 이기적인 사람,
성격이 온화하면서도 친화력이 매우 좋은 사람, 매사에 부정적이면서 나처럼 다혈질인 사람,
지적이지만 성격이 매우 날카로운 사람등, 정말 천차만별의 사람들과 부닥치면서 그들을 이끌고 나가다 보니 나의 부정적인 성격과 다혈질은 점점 더 온화하면서도 적극적인 성격으로 바뀌게 되었다. 그렇게 변하지 않고는 단장직을 하면서 도저히 청년단체를 이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내 나이 또래의 여자들과 접촉이 많아지게 되니 레지오 단체에 들어오기 전 여자들에 대한 공포심은 없어졌다.


전에 언급했듯이 난 마주 오는 여자 얼굴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할 정도로 극심한 소심남이었는데 단장이 되고부터는 여자들의 얼굴은 물론이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샅샅이 살펴볼 정도로 얼굴 두꺼운 뻔뻔남으로 변신해 갔다.

내가 그렇게 바뀌게 된 데에는 "사랑의 둥지"에서 만났던 뇌성마비장애인 요셉형제님으로부터 받았던 큰 충격 때문이었다. 자기 몸 하나도 제대로 가누지 못해서 남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앉아 있는 것조차도 못하고 말 한마디 할 때도 침을 몇 번이나 튀기면서 말을 더듬어야 겨우 한 단어 정도밖에 구사를 못하는 장애인이 자신은 하느님 안에서 너무 행복하다고 하였다.

그런 요셉님에 비하면 내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축복을 받으면서 살아왔던가?


우리가 항상 숨을 쉬고 있으며 살고 있으니 공기의 고마움을 모른다.
당연한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속에 빠져서, 혹은 불이 나서 연기로 인해 숨을 쉴 수가 없을 때야 비로소 공기의 소중함을 알게 될 것이다. 건강한 폐를 가지고 있을 때는 폐의 존재조차도 잊고 산다. 폐로 숨을 쉬는 것은 당연한데 왜 그것의 고마움을 느껴야 하는지 모를 것이다. 그러다 폐암 같은 병에 걸려서 신선한 공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숨쉬기가 어려울 때야 건강했던 폐를 그리워할 것이다.

이 세상에 당연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 당연한 것들은 언제든지 우리 곁에서 떠날 수 있다는 사실을 항상 잊지 않고 살아야 한다.
행복과 불행은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 의식의 눈에 달려있다. 많이 갖고 있는 것이 행복한 게 아니라 내가 현재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할 때 그것이 바로 행복일 것이다. 요셉님에 비하면 나는 너무도 많은 것을 갖고 살았지만 나는 이제껏 내가 갖고 있지 못한 것에 대해 항상 불만을 느끼며 살았기에 행복하지 못했다.

그러나 요셉님을 만나게 되면서부터 나는 매사에 부정적인 인간으로부터 긍정적인 인간으로 서서히 바뀌어 나갔다. 긍정적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이 세상은 너무도 아름답고 살만한 곳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긍정적으로 바뀌면서 사람을 대하는 나의 표정도 밝아졌다.
아무리 절세미인이라 할지라도 찡그리고 화난 얼굴에서 아름다움은 자취를 감추고 말 것이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라는 말처럼 표정이 온화하고 미소 띤 사람들은 주위 사람들을 부드럽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렇게, 어떨결에 리더가 되었던 나는 한 장애인의 신앙심으로 인해"부정과 편견의 고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