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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Feb 05. 2024

의지력의 물리적 실체

'하기 싫은 기분'에 도전해야하는 이유

오늘 아침에 비가 내렸다. 아니, 지금도 내리고 있나.


'이런 젠장할...'


여섯시 십분쯤 복부 팽만감을 느끼며 눈을 떴을 때 속으로 생각했다.


어젯밤에 자기전 '내일 아침에 조깅을 해야지'하면서 잠들었을 때는 미쳐 상정하지 못했던 상황이다.

아직도 나는 인생이 내가 원하는대로 굴러갈줄 알고 있었나보다.


빗물 방울이 두드리는 유리창 너머로 집 앞 공원을 바라보며 고민했다.


'이걸 나가야하나 말아야하나...'


'에이 비도 오는데, 상황에 맞게 판단해야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어나자마자 화장실을 다녀온 터라, 이불 밖은 추웠다. 


그래서 일단은 알람을 맞춰 놓은 6시 49분까지 다시 이불 속에 있기로 했다.


포근한 그 순간은 화살처럼 지나간다. 별안간 알람이 울리고, 다시 고민했다. 


오늘 볼 면접에 대한 각오를 다지기 위해 조깅을 하기로 했는데, 건너뛰자니 영 찝찝한 마음이 들었다.


'다섯 바퀴만 돌고 오자.'


체육복 바지로 갈아 입고, 패딩을 걸쳐 입었다. 마스크를 쓰고 현관을 나서는 순간까지 '누가 비오는 날 아침에 조깅을하냐, 이건 좀 미친 짓 같은데'하는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들렸다.


미친 짓을 하면서 살아야 다른 결과가 나오지. 이때까지 했던대로 살면서 삶이 바뀌기를 바라면 그게 진짜 미친거다. 


고작 다섯 바퀴를 도는데도 숨이 찬다. 숨이 차는데도 기분은 좋았다. 오늘 아침, 나는 나를 이겼다.


면접은 잘 보고 올 것 같다.




우리의 의지력에는 물리적 실체가 있다.


최근 밝혀진 연구에 의하면, Anterior Mid-Cingulate Cortex, '전대상피질'이라고 하는 뇌의 한 부분이 있는데, '하기 싫어하는 일'을 해내면 이 부분이 커진다고 한다.


비만한 사람은 이 부분이 작고, 다이어트를 성공한 사람은 전대상피질이 커진다. 대부분의 운동 선수는 전대상피질이 비교적 크다고 한다. 


우리가 주목해야할 부분은 '실제로 의지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얄궂게도 '하기 싫어하는 느낌'이 포인트다. 하기 싫어하는 일이 익숙해지고 어느 순간 즐기게 되면, 그 일은 전대상피질이 커지는 데 큰 효과가 없게 된다.


뇌를 계속 마찰 시켜야만 커지는 전대상피질. 인생은 역시 고통이다.


//참조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nDLb8_wgX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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