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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Mar 04. 2024

기능 분리형 생활공간

효율만 따져본다면

내 아파트에는 냉장고가 없었으면 좋겠다.


나는 토론토 다운타운에서 2년 정도 살았다.


2022-23년 당시 월세가 190만 원 정도였는데, 돈을 모으는 게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룸메이트와 함께 살았다.


길거리에서 사는 사람들이 수두룩했고, 도심 속 공원에는 천막과 텐트가 널려있었다. 


마트에서 가져온 듯한 카트에 생필품 등을 한가득 끌고 다니는 사람들, 며칠 혹은 몇 주나 씻지 않은 듯한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외진 거리에는 쓰레기가 널려 있었고, 개오줌 사람오줌냄새가 뒤섞여 났다. 심심치 않게 사람 똥도 볼 수 있었다.


치안이 좋지 않아, 어두워지면 다니기 무서워졌다. 약에 취한 사람들이 흐느적거리며 돌아다녔다. 


신호를 기다리는 차들에게 다가가 구걸하는 사람을 보는 것은 내 일상이었다.


왜 세상은 이렇게 되어 버린 걸까?


캐나다 사람들은 10년 전에는 이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천정부지로 치솟은 생계유지비, 그중에서도 주거 비용이 큰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효율적으로 함께 지내는 주거의 형태가 없을까?


토론토에서 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한창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았어서 이런 고민을 시도 때도 없이 했다.

내가 뭔가 해낼 있을 줄 알았나 보다.


아무튼.


궁리한 끝에, 현대인들의 보편적인 생활 방식이 굉장히 비효율적이라는 결론을 냈다.


우리는 집에서 무엇을 하는가?


기본적으로 우리는 먹고 자고 씻는다. 그 외에도 여가시간을 보내거나, 휴식하고, 또 업무를 보기도 한다.


우리가 머무는 공간은 그런 용도에 따라 기능하도록 나뉘어있다.


요리를 하는 주방, 씻고 자기 관리하는 욕실, 먹고 쉬는 거실 등.


현대인의 생활 방식은, 말하자면, 정렬 방식이 '개체순'으로 되어 있다.


슨걱이라는 인간은 그의 집에서 먹고 자고 씻는다.

멍신이라는 인간은 그의 집에서 먹고 자고,...

후준이라는 인간은 그의 집에서 먹고,...


그를 위해선 각각의 집에 식기들이 있어야 하겠다. 각각의 집에서 설거지가 이루어지고, 각각의 집에 냉장고가 있겠고, 그 각각의 냉장고에는 빈 공간이 또 제 각각 있을 것이다.


목욕탕도, 세탁기도,...


이렇게 낭비되는 자원을 재배치할 수는 없을까?


잠은 12층 캡슐실에서 자고, 식사는 11층 식당, 공용 주방에서 하고, 10층 라운지에서 쉬거나 업무를 보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면 음식물 쓰레기나 분리수거 같은 것이 한 곳에서 이루어지니 폐기물 처리하는 것도 훨씬 쉬울 것이다.


접시나 컵, 전자레인지, 프라이팬 같은 것을 따로 살 필요도 없다. 개인을 위한 냉장고도 필요 없다.


사람들끼리 서로 마주치고 보내는 시간도 늘어날 테니 사회도 덜 삭막해지지 않을까?


개인이 부담하는 생계유지비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사회 전체적으로 부담하는 복지 비용도 줄어들 것이다.


환경 피해도 줄어들 것이다.


더 나은 시스템이 있는데 우리는 왜 바뀌지 않을까?


'그렇게 지내기 싫어하는' 감성이 언제까지나 우선될 수 있을까?


나는 세상을 바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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