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 리뷰 (1)
2만 원짜리 책이 중고시장에서 10만 원에 팔렸습니다. 유명 자기 계발 유투버(자청, 신사임당 등)가 소개하면서 다시 유명해진 책이죠. '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라는 뇌과학 마케팅 책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 감정이 어떻게 우리를 지배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유튜브에서 이 책을 소개하는 영상들을 훑어봤는데요, 깜짝 놀랐습니다.
대부분 책 뒷부분에만 집중하더라고요. 이 책의 중고가격 10만 원 중 9만 원어치 내용은 책 앞부분에 숨어 있는데 말입니다.
다들 주목하는 책의 뒷부분에서는 7가지 인간 성격 유형을 다룹니다. 이를 이해하면, 사람들이 성격에 따라 무엇을 추구하고, 어떤 이유로 돈을 쓰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성격 유형별로 돈을 쓰게 만드는 마케팅 기술도 배울 수 있고요. (이 내용도 뒤에서 다루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책의 앞부분에 주목하려고 합니다. 감정의 역할을 간결하게 설명했기 때문입니다.
감정은 학습과 의사결정을 주도합니다.
다시 말해, 우리의 기억과 행동은 감정이 이끕니다. 이 한 문장을 제대로 이해해야 뒤에서 다룰 성격 유형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한, 나중에 이야기의 작동방식을 다룰 때에도 감정의 역할이 등장하니 기억해두어야 합니다.
우리가 느끼는 희로애락, 기쁘고 슬프고 화나고 즐거운 느낌이 모두 감정입니다.
그런데, 감정에 휩쓸려 바보 같은 선택을 한 적 없으신가요? 사지 않아도 될 물건을 충동적으로 사버리고, 그리 배고프지 않은데 야식을 먹어버리고, 홧김에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운 적, 한 번쯤은 다들 있으시죠? 감정 때문에 아름다운 기억도 있겠지만, 후회할 선택을 내리는 일도 적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감정은 왜 존재할까요?
감정은 우리의 생명을 보호하고, 삶의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정신과 육체를 지배하는 일반화된 프로그램이다. (46p)
인간이 야생에서 생존할 때, 감정은 꽤 유용했습니다. 호랑이 발소리가 들리면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튀어나옵니다. 두려움은 피를 팔다리로 보내서 빠르게 달리게 도와주며, 생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복잡한 사고를 잠시 막습니다. 호랑이를 마주쳤을 때, 바로 허겁지겁 도망가는 겁쟁이는 아마 살아남았을 것입니다. 만약 같은 상황에서 정말 호랑이가 맞는지 차분히 이성적으로 판단하려는 사람은 이미 잡아먹혔겠죠.
이처럼 감정은 생존을 위해 아주 빠르게 작동하는 장치입니다. 야생에서 생존할 때는 빠른 감정이 유용했지만, 현대인은 생존의 위협을 느낄 일은 별로 없지요. 그러다 보니 감정의 효능보다는 부작용을 더 많이 느끼는 것 같습니다.
좋은 예시로, 사람이 사자를 마주치면 강한 스트레스를 느낍니다. 위험한 존재를 마주한 몸이 생존에 집중하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소화 기능과 면역체계가 멈춥니다. 대신 몸이 싸우거나 도망칠 수 있도록 팔다리를 비롯한 근육에 힘이 들어갑니다. 당연히 졸음도 깨고, 휴식이 필요하더라도 피로감을 느끼지 않습니다. 이런 모든 반응은 정말로 사자를 만났다면 유용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현대인이 직장 상사를 마주쳤을 때 벌어집니다. 감정은 위협적인 존재를 마주했다는 점에 반응합니다. 이빨이 날카로운 맹수인지 말투가 날카로운 부장인지는 구분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몸은 같은 감정을 느끼고, 반응을 보입니다. 실제로 회사에서 몸싸움할 일은 없습니다. 그래도 신체는 전투태세가 됩니다. 소화가 안 되고, 잠이 안 오며, 근육이 굳습니다.
사자는 매일 마주치지 않지만, 부장은 매일 자주 마주칩니다. 그렇게 불면증과 소화불량, 근육통에 걸립니다. 이 모든 일은 감정이 생존을 위해 자발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에 벌어집니다.
우리는 대부분 감정을 통제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앞에서 말했듯, 감정이 행동을 유발합니다. 즉, 사람은 감정도 느끼고 결정도 내리는 존재가 아니라, 감정에 휩쓸려서 이런저런 결정을 내린다고 보면 좋습니다.
고객이 하는 모든 중요한 결정은 감정적이다. 감정적인 요소가 없는 결정은 뇌에서는 아무 의미도 없다. (110p)
책에서 언급하듯, 의미 있는 결정은 감정이 내립니다. 나아가 감정과 의미가 연결되어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무언가 우리의 감정을 흔든다면, 의미 있는 것입니다.
감정은 어떻게 행동과 기억을 결정할까요?
하나씩 살펴봅시다.
매주 일요일 똑똑해지는 방법을 연재합니다. (설득법, 의사결정, 글쓰기, 마케팅)
지금 구독하시고, 다음 주 글을 알림 받으세요!
위에서 말했듯, 의미 있는 결정은 감정이 내립니다. 감정에 충실한 결정을 내릴 때, 우리는 가슴이 시키는 대로 산다고 합니다. 하지만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모든 결정은 가슴이 시키며 이성은 따를 뿐입니다.
그렇다면 감정은 우리를 어떻게 움직이게 할까요?
감정이 구체적인 행동을 유발하려면, 우선 지금 상황을 이해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배고픔이라는 감정을 느끼더라도, 근처에 냉장고나 편의점이 있어야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 감정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때 감정이 유발하는 구체적인 행동을 '동기'라고 합니다.
동기는 감정 프로그램을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의 삶과 상황으로 전화하는 것을 말한다. (46p)
즉, 배고픔이라는 감정이, 음식 배달앱 '두잇'을 여는 구체적인 동기로 변환되어, 결국 행동으로 이어집니다.
인간은 합리적인가요?
라는 질문을 받으면, 대부분 그렇다고 답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인간은 감정적입니다. 책에서 말하듯, 진정한 결정자는 바로 감정입니다. (115p) 그렇다면 왜 우리는 사람이 이성적이라고 생각할까요? 그 이유는 우리가 (감정으로) 결정을 내린 이후에, 이성으로 합리화하기 때문입니다.
의식은 행동에 관여하지 않았음에도 나중에 행위에 의미를 부여한다. (144p)
사람은 가슴으로 결정하고, 합리적인 이유를 만들어냅니다. 충동적으로 야식을 시켜놓고는, 배고파서 잠을 못 잘 뻔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인간의 모습입니다.
이 때문에 우리는 스스로를 합리적인 의사결정자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책의 핵심입니다. 이를 이해해야 나머지 내용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보니, 결정을 내린 기억 역시 감정에 영향을 받네요. 합리화하려는 동기(감정)가 '합리적인 나'라는 기억을 만들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기억과 감정의 관계를 살펴봅시다.
매주 일요일 똑똑해지는 방법을 연재합니다. (설득법, 의사결정, 글쓰기, 마케팅)
지금 구독하시고, 다음 주 글을 알림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