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조각들
살을 파고들던 한기 오싹하던 바람도 이제 서서히 힘을 잃어가나 보다. 기분 좋은 바람은 아니지만 낮의 햇살을 듬뿍 품은 바람이 얼굴을 스칠 때 상쾌함마저 든다. 나를 스치고 지나간 꼬마 바람은 새싹을 틔우려는 풀밭의 봄까치꽃을 간지럽히고 일어나길 바라고 있을 것이다.
계절이 알려주는 시간은 참으로 고귀하다. 자연이 이토록 끊임없이 자신들의 시간에 충실할 수 있는 것은 그 시간의 진짜 주인으로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나의 계절을, 나의 시간을 온전하게 주인으로 살고 있을까?
끼니를 벌기 위해 나의 순수한 자연성을 잃어버리고 사는 것은 아닌지, 고단한 하루의 삶 속에 요행을 바라는 마음으로 게으름을 피우고 있지는 않은지, 비교의 사다리에 매달려 불안한 눈을 이리저리 헤저으며 누군가의 뒤를 바짝 따라가고 있지는 않은지.
누군가는 간소하고 단순한 삶으로 시간의 진짜 주인이 된다. 또 누군가는 밀도 높은 계획을 실행함으로써 시간의 진짜 주인이 된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있지만, 그 시간의 진짜 주인이 되지 못하면 그 시간은 죽은 시간일지 모른다.
바쁜 일상을 등지고 오랜만에 자유를 갖게 된 산책길에서 나는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 시간의 진짜 주인으로 사는 방법에 대한 사유로 지금의 시간은 온전히 나의 것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