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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아상 Mar 02. 2024

식물에 대한 감탄이 필요한 이유

작년 6월, '유기농 쌀로 만든 대왕쿠키교환권'이 문자로 왔다. 

친환경식품을 판매하는 곳에서 온 것이다.

큰 수술 후, 건강에 신경이 쓰여 

식품 가격이 시중보다 비싸지만 조합원 회비를 내고 가입한 곳이다. 

행사참여 문자를 몇 차례 받았지만, 홈페이지에 들어가 로그인하고

홍보물을 읽고 댓글을 남겨야 하는 것이 귀찮아 참여를 안 했었지만,

계속 문자가 오길래 친환경 행사에 응원댓글을 남기고 받은 교환권이다.


곧 근처 매장에 갔다. 사은품 만 받고 오긴 그래서 

몇 가지 장 본 것을 계산하며 같이 교환권을 내밀었다. 

"지금 매장에 쿠키가 없으니 다음 주에 오라"고... 

그다음에 가니... 또 그다음에 오라고..

서너 차례 가니 7월이 되었다. 

쿠키하나 받으려고 자꾸 가는 것도 창피하고, 여러 번 오라 가라 하는 것도 화가 나

꼬치 꼬치 물으니, 솔직히 5월에 한 차례 본사로부터 쿠키를 받아

행사를 시작하지 마자  전부 소진되었다고 한다.

5월부터 이미 교환권 받으신 분들이 그냥 돌아갔다고 한다.

추가로 오는 물량은 없다고 했다.


그 행사는 5월부터 12월까지 하는 것으로, 홈페이지에 들어가니

아직도 참여를 독려하는 광고로 계속 눈 길을 끌고 있었고, 

행사 페이지에는 내가 참여하기 전보다, 이후에

더 많은 댓글이, 쿠키를 받기 위해 올라와 있었다. 

회원탈퇴를 하고 조합원비도 돌려받으려고 본사에 전화한 김에

물어보았다. 거기서도 답은 같았다.

"본사에서도 5월에 유기농 쌀 대왕쿠키가 떨어졌다"는 것 

"그럼 행사진행과 문자를 그만 보내야 하지 않냐"라고 물으니

"파악할 수는 없지만 어느 매장에선가 남아있을지도 모르지 않냐?

그러나 전국매장을 다 전화해서 재고를 확인할 수는 없다."라고 했다.

".. 12월까지???"

플라스틱 제품도 아니고 5월에 행사시작하자마자 소진되는 물량에,

반년이 넘게 행사를 이어가겠다니 어이가 없다. (애당초 쿠키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친환경, 유기농,  생명운동... 이런 것을 내세우고 비싸게 파는 곳에서

그곳 유기농 쿠키는 유효기간이 7개월 이상인 것일까.


먹거리에 대한 오염, 공해도 주의해야 하지만 

정신과 집중력을 빼앗아가는 정보의 오염과 공해도 문제다.

자기들이 "친환경운동"하는 걸 널리 알리려고 

문자 자꾸 보내고 홈페이지 들어가게 하고 

매장에 방문하게 하는 것이 더 '공해'다. 

차라리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에서는 신용이라도 지킨다.


유기농 비싼 당근을 사 먹는 것보다 일반 당근을 먹고 

가공식품을 줄이고 정신건강을 지키는 게 나을 것 같아 조합원 탈퇴를 했다. 




현대인의 집중력이 산만해지는 문제는 심각하다.

TV, 인터넷, 휴대 전화기에 오는 문자와 알림, 앱에서 클릭하면 지급되는 포인트, 등으로

혼자 깊이  오래 생각하거나 집중하지 못한다.


자동차나 편리한 기계, 제품 생산과 공급망 등으로

과거에 비하면 생활이 편리해졌고, 출산과

생존의 위협적 상황도 줄어, 그로부터 빼앗기는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 곳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주의를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더 짧아지고 있다.

흩어진 집중력은 다시 집중하려면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진정 가고 싶은 길이 아닌 다른 목적지로 데려간다.

집중력 문제는 개인은 물론 집단의 집중력까지 파괴하고

쓸데없는 것에 과하게 각성시키는 것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피로하게 만든다.

사회의 토양까지 무너뜨리고, '인류 퇴화'까지, 언급된다.


나도 '성인 주의력 결핍'(AD, attention deficit)이 아닐지 혼자 의심해 볼 때가 있다.

유튜브를 틀어놓고도 동시에 휴대전화기를 보거나 다른 자료를 찾기도 하고...

일을 하다가 지루하거나 집중력이 요구되면, 괜히 다른 것을 할 핑계를 대며

앱이나 광고, 여러 사이트를 방문하고 내가 정작 하려던 것에는 집중하지 못한다.

그러고는 게으름, 의지력 부족, 주의 산만... 등 자책을 하게 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서로 우리의 주의력을 빼앗으려고 혈안인데, 

노력, 의지, 자책과 같이 개인을 탓하는 것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사회 전체를 보는 시각의 문제의식을 갖고 구조와 환경을 바꿔야 하는 문제다.


전문가들이 모여 우리의 주의력을 빼앗기 위한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기업에서는 우리의 주의력을 뺏을수록 수입이 증가한다. 

수익을 목적으로, 원하는 이미지를 심고 그들이 원하는 생각을 하도록 하기 위해

개인에게는 필요하지 않은 정보로, 에너지와 시간을 빼앗아 간다.

알고리즘을 통해 하나가 끝나도 계속 눈길을 사로잡으려고

우리의 주의력을 잠시도 가만히 두지 않는다.

주의력을 끄는 것은 긍정적이고 편안한 것보다는 

자극적인 것과 우리의 심리적 약점을 이용한다.


집중력의 문제가 사회전체적 차원에서 다뤄져야 하지만 내적인 선택도 필요하다.

집중력을 빼앗기으려는 사업 문제에 대한 인식과 사회적 차원의 개선이 필요하지만 

당장에 개인적으로 집중력을 지키려는 선택 또한 필요하다. 

사람이 집중하고 소모하는 에너지는 어느 정도 비슷하고 정해져 있다.

전 미국대통령 오바마를 비롯 유명인 중에는 

집중력을 위해 같은 옷을 여러 벌 사서 입으며

옷 선택 때문에 뺏기는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다고 한다. 

미니멀라이프가 유행하기도 하고, 

웹브라우저 첫 화면에 정보들을 없애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그런 회사들은 여전히 주의력을 빼앗기 위한 정보를 수집한다.

필요 없는 앱을 지우고 불필요한 인터넷사이트 방문을 자제하기로 마음먹기도 한다.

그렇다고 문명의 기술을 전부 거부하는 것만이 방법은 아니다.


기술이 문제가 아니고 '사업 가치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미 기술은 발전해 가고 있고 멈출 수 없으며, 유용한 정보들도 많다. 

기술을 잘 활용할 수 있으려면

우리의 집중력을 잘 지켜서 엉뚱한 방향으로 정신이 팔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집중하는 일에서 휴식이 필요할 때, 

과집중시키는 자극과 에너지를 소모시키는 것으로 빠져들 때,

좁아진 시야를 회복하고 에너지를 얻고 

좋은 파장을 갖게 되는 방향의 휴식이 필요하다.


식물의 유혹은 집중력을 지키는데 유익하다                                                                                   

학교 다닐 때 '딴생각'을 하거나 '멍 때리기', '졸기', '잠자기', '놀기''먼 산 바라보기'는 

공부에 집중을 안 하는 것이라고 혼났다.

하지만 이러한 자발적으로 집중력을 배회하는 시간은 필요하다.

'산책하기', '자연물 바라보기', '운동하기''명상하기'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것들은 혼자서 생각하는 시간을 주고, 

좌뇌와 우뇌의 회전을 돕고 과부하 된 뇌를 식혀주고 에너지를 공급하고

시야를 넓혀주어 오히려 집중과 창의력에 도움이 된다.


앞에서 언급한 주의력을 빼앗기는 것과는 다른데

빼앗기는 자극적인 주의력은 자기가 스스로 하는 생각이 아니다.

뇌가 피로해지고 생각을 깊이 못하게 된다.

자극적인 식품으로 입맛을 들이고 나면 자연의 맛이 처음에는 싱겁게 느껴지듯

일상에서의 자극도 마찬가지다. 타인의 주의력을 빼앗는 자극에 익숙해지면

잠시도 자극이 없으면 불안하거나 허전해진다.

집중하는 시간은 점점 짧아지고 깊이 있는 몰입을 통해 얻는 진정한 감동은 찾지 못한다. 



몸이 무리를 했다면 쉬어야 하지만 올바른 정신적 휴식이 더 필요한 사회다.

식물을 바라보거나 키우면서 얻는 기쁨이나

산책과 자연의 아름다움, 생명에 감탄하는 시간은 '명상의 시간'과 같아서

에너지나 생명력을 받으면서 집중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식물 같은 자연은 주변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공기정화나 기타 이로움을 주지만 

일정 시간 바라보며 감탄 하면 정신적으로 효과가 더 있다. 

식물 옆에 있어도 짜증이나 화나는 일을 생각한다면 정신적으로 

식물의 생명 에너지를 적게 받는다. 

정신정화를 위해서는 좋은 것에 집중의 시간이 있어야 

경이로운 에너지의 정신적 소통이 이루어지고 

에너지가 축적되고 파장의 진동이 바뀐다.

좁아졌던 시각에서 다른 차원의 시각이 생겨나

정신을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다. 

깊이감, 생명력, 웅장함은 오랜 몰입을 통해 나올 수 있다.


주의력이 산만해 지거나 허전하고 휴식이 필요할 때

식물을 감상하고 감탄하는 시간을 가지며 휴식하는 것이

진정한 생명보호, 친환경, 환경보호이고, 공해로부터 

자신의 정신을 지키는 유기농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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