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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아상 Nov 11. 2024

착한 고통을 조금씩 달콤하게

고통의 미스터리: 내 몸이 보내는 수수께끼

  며칠 전부터 머리가 아프고 오후마다 몸살 하듯 피곤하더니, 오늘은 하루 종일 아팠다. 목덜미도 당기고 숨을 내쉴 때마다 어깨부터 팔까지 살얼음 녹듯 미세한 진동이 왔다. 몸이 철근처럼 무겁게 무너져 내렸다. 속도 안 좋아 불쾌하고 죽을 것 같다. 이 생각 저 생각이 들었다.    

  

수상한 용의선상의 고통

  독감이 옮은 걸까? 도서관 프로그램을 들으러 갔었는데 강사와 옆자리 회원이 목소리도 쉬고 심하게 콜록댔다. 그 날따라 강사는 학생들에게 과제를 내주고, 내 책상 한 귀퉁이에서 콜록대며 과제를 체크했다. 요즘 독감이 유행이라 다른 모임에도 독감에 걸린 사람이 많았다. 독감이라면 그래도 낫다. 우연히 걸린 거고, 1, 2 주 정도 견디면 나을 테니까. 그런데 나는 기침을 하거나 목소리가 쉬지는 않았다.

  다른 이유를 생각해 봤다. 얼마 전, 같은 나이지만 나보다 건강하던 이웃이 갑자기 쓰러졌다. 심장이 멈춰서 4일 만에 깨어났고, 8일 정도 후에야 완전히 깨어났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쓰러지기 전에 증상이 있다는데, 내가 평소 컨디션이 안 좋을 때와 증상이 비슷했다. 머리가 아팠고, 누웠을 때 심장도 뛰었고, 속도 좋지 않았다. 나도 심장이나 혈액순환 문제일까? 그럼 누적된 건강 악화이니, 큰 각오의 대책이 필요하다.

  그보다 더 걱정되는 것도 있다. 약 6년 반 전에 병원에서 폐암이라고 했는데 5년째 그대로고, 1년 반 동안 검사를 하지 않았다. 암에 걸리면 피곤하고 몸살 걸린 거 같다는데 폐가 안 좋은 걸까? 그럼 큰 일이다.

  하지만 좀 안심이 되는 다른 의심 가는 일도 있다. 요즘 운동을 좀 많이 했고, 어제는 필라테스 하러 문화센터에 갔다. 다들 놀러 갔는지 나만 출석했다. 강사도 당황한 눈치다. 덕분에 일 대일로 봐줬다. 자세를 잡아주는데, 강사가 나보다 더 애를 써서 미안했다. 평소 안 쓰던 근육을 써서 아픈 걸까? 운동해서 아픈 거라면 다행이다. 자세가 바르게 되고, 근육이 생기려고 그러는 거니까. 그런데 수업 전에도 몸이 조금씩 아팠었다.     


고통의 롤러코스터

  아픔에도 종류가 있다. 운동 후 아픈 것은 착한 고통이다. 독감이나 감기처럼 우연히 걸렸다가 지나가기만 기다리면 되는 일시적 고통, 병원에 가도 소용없는 만성 고통도 있다. 빨리 병원에 가야 하는 고통은 나쁜 고통이다. 왜 아픈지 모르니 여러 생각을 오가며 에너지를 빼앗겨 더 아프다.      



삶의 고통

  삶의 고통도 마찬가지다. 일상의 작은 좌절감부터 존재를 뒤흔드는 큰 상실까지. 그 스펙트럼은 넓고 다양하다. 각각의 고통은 전하는 메시지도 다르다.

  실패의 아픔은 쓰지만, 그것이 우리를 성장시키는 자양분이 되기도 한다. 마치 운동 후 근육통처럼 말이다. 하지만 사랑하는 이의 상실감은 우리 영혼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이는 즉각적인 치료와 보살핌이 필요한 급성 통증과도 같다. 더 급하게 큰 사고나 사건에 휘말렸을 때는 이유나 원인을 따지기 전에 빨리 경찰 같은 주변의 도움을 청하고 빠져나와야 하는 고통도 있다.

  때로는 만성적인 고통도 있다. 오래된 허리 통증처럼 우리 삶에도 쉽게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있다. 직장에서의 스트레스, 가족 간의 갈등 등이 그렇다. 이런 고통은 꾸준히 개선해야 하겠지만 고통과 함께 살아가는 법도 배워야 한다.

  신경성 통증은 특히 다루기 어렵다. 손상된 신경이 보내는 잘못된 신호처럼, 우리 마음속 트라우마도 때때로 비합리적인 두려움과 불안을 만들어낸다. 이를 극복하려면 전문가의 도움이나 깊은 통찰이 필요하다.     

  어릴 때는 아프고 나면 영리해지고 젊어서는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고 하지만, 나이가 들면 아플 때마다 몸이 망가지는 것 같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지만 나이 들어 고생하면 우울하고 고집스러운 성격만 굳어진다. 무작정 고통을 받아내기에는 힘에 부친다.     


해피엔딩을 향해

  고통은 이유를 몰라 답답하고 잘못 대처하면 낭패를 본다. 세상이나 남 탓, 자책도 하지만, 더 혼란만 준다. 때로는 어떤 고통인지 알면서도 모르는 척할 때도 있다. 습관을 고칠 때처럼 좋아지려는 고통은 회피하고, 과식할 때처럼 그만 먹으라고 신호를 보내는 고통은 모른 척하는 일도 다반사다.

  살아 있다면 고통은 있게 마련이다. 결국 이 모든 통증과 고민 들은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결국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하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질 수 있다.      

  오늘 밤, 잠들기 전 나는 결심했다. 내일부터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고, 건강한 음식을 먹고, 가벼운 운동도 하고, 오랜만에 집 청소도 해볼 생각이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참고, 하기 싫은 것을 하며 고통을 조금씩 겪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착한 고통을 조금씩, 미래를 생각하며 달콤하게, 마음 편히 즐겨야겠다.

  지금 삶에서 아픈 것이, 성숙해지고 근육도 생기는 착한 고통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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