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아빠 기절초풍
평범한 직장인 가정에 남편 외벌이. 남편이 기절초풍할 일이 일어났다. 아내와 아들이 뭐 하고 돌아다니는지 모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영어유치원 이야기를 꺼냈다.
"뭐? 얼마? 어디를 보내? 내 월급이 얼만데…"
생각지도 않던 영어유치원을 보낸다? 더군다나 회사원 월급으로 영유를 보내는 건 일반 가정 살림에는 부담이 큰 가격이었다. '와, 1년이면 얼마야? 쭉 보낼 수나 있겠어?' 남편이 오기 전에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해봤다. 아이가 좋아한다고 해서 다 시킬 수는 없었으니 말이다.
아이가 다녔던 곳도, 아빠들 직업이 거의 -사 혹은 사업을 하시는 듯했다. 벽에 걸린 아이들의 가족 소개를 보고 알았다. 나 같은 회사원 가족은 없나? 당시 우리 반에는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주눅 들 내가 아니다. 혼자 시골에서 아이 낳고, 키우며 단단해진 엄마였다.
선택과 집중을 하자!
교육 정보는 무수히 많았다. 다양한 프로그램이 가득한 도시의 교육 환경 속에서, 시골에서 돌이나 줍고 개미나 쫓던 우리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 또 엄마의 주관이 필요했다. 누구한테 흔들리지 않고, 내 아이만 보고 가는 것. 그리고 이왕 교육을 시킬 거면 제대로 된 걸 시켜주고 싶었다. 우리는 일반 회사원 가정이니,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고, 또 아이의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교육이 맞다고 생각했다. 또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보다 멀리 보고 선택을 하고 싶었다.
어려서부터 봐왔던 아들은 말에 재주가 있었고, 영어를 좋아했다. 그냥 영어로 떠드는 걸 좋아하고, 노래 부르고, 좋아하는 것은 화석, 심해의 생물, 과학수사대, 레고뿐이었다.
과학과 영어 중에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하다가, 체험 과학 수업이 있다고 해서 갔는데, 수업 자체와 커리큘럼은 너무 훌륭했지만, 왠지 우리한테는 단순한 과학 체험으로 끝날 것 같았다. 몇 년을 보냈을 경우, 약간 영재코스로 가는 분위기였고, 내 아이가 영재도 아니고, 나는 그런 교육에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엄마가 아니었다.
잘하는 분야에 더 힘을 실어주자.
아이를 키우다 보면, 내 아이가 잘하는 분야가 있고, 못하는 분야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보통은 잘하는 분야는 그냥 놔둬도 잘하니까, 못하는 부분에 더 신경을 쓰고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다. 하지만 못하는 부분에 대한 빠른 성과가 나오지 않으니 또 스트레스를 받는다.
내 생각은 달랐다. 잘하는 부분을 더 살려주면, 아이는 정말 그 분야를 즐겨서 하고, 자존감도 더 높아진다고 생각했다. 어른인 나 자신도 취약점이 있는데, 어떻게 아이가 모든 걸 잘할 수 있을까. 아이의 어린 시절의 환경은 부모만이 해줄 수 있는 거고, 부모의 선택에 따라서 아이의 인생의 길이 달라진다고 생각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영어'에 대한 스트레스와 공부 압박을 받는 것보다, 지금 아이가 영어를 좋아하는 상황이라면, 자유로운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언어를 배우는 것도 괜찮은 방법 같았다. 단, 가격이 문제였다.
어떠한 기회가 찾아왔을 때 선택의 결과에 따라 인생의 길이 달라진다는 걸 배웠다.
예전에 아이 이름으로 혹시나 나중에 어학연수나 유학을 보내면 쓰려고 들어 놓은 보험 상품을 손해를 머금고 해제했다. 그걸 당겨서 지금 쓴다고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면 일단 월 몇 십만 원의 보험료가 영유 원비에 메꿔졌다. 다른 보험 상품들도 상품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금액으로 낮췄다. 또, 3년은 저축양을 줄이고, 아이가 좋아하는 분야에 투자하자고 생각했다. 초등학교만 들어가도 아이들의 오후 수업료가 절반 이하로 확 줄어드는 걸 보고 조금만 고생하자고 생각했다.
아들을 영유를 보낸다는 소식에 친정에서도 난리였다. "야, 너 남편이 혼자 뼈 빠지게 돈 벌어오는데, 그걸 아끼고 저축해야지, 무슨 유치원 비용에 그 많은 돈을 쓰니?" 부모님한테 한 동안 갈 때마다 잔소리를 듣는 건 나의 몫이었고, 아들은 하루하루를 너무 신나게 다니고, 영어에 대한 관심이 더 커져가기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한 수다쟁이 역할을 했던 터라, 말이 급속도로 늘고, 추천해 주셨던 원어민 선생님이 담임을 맡았으니, 둘의 친밀도는 엄청났다. 그 선생님 아니었으면, 아이는 영유라는 곳에 발도 못 붙였을 텐데.
유치원이라는 기관 자체를 처음 가는 아이라서 화장실, 밥 먹는 문제 등도 걱정되었는데, 다행히 잘 적응했고, 지금 생각하면, 최소의 비용으로 큰 효과를 봤다. 우리가 몇 년 뒤에 중국으로 발령날 줄은 아무도 몰랐으니까. 갑자기 국제학교를 가야 할 상황이 생길 줄은 그 누구도 예상 못했으니까.
그때는 원비 대느라 참 힘들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선택과 집중으로 맞는 교육 투자를 한 것 같다. 이제는 남편이 이야기한다. "그때 네가 참 잘 보냈어. 안 그랬으면 지금 이것도 저것도 아니고, 와서 많이 힘들었을 텐데 말이야." 10년이 훌쩍 지나니 인정받는다. 잘한 선택이었다고.
살면서 '영어'라는 언어는 필수불가결한 언어이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날지 모르지만, 정말 떼려야 뗄 수 없는 언어이다. 외국어인 언어를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익히는 거라는 걸 누구나 알지만, 현실에서는 쉽지 않다. 만일 아이가 언어를 좋아하고 관심을 보인다면, 어릴 때의 영어유치원에서의 교육 방식도 멀리 내다보는 아이의 인생적인 측면에서 투자할 만한 교육 방식 같다. 다 커서 기러기 부부를 하게 되거나, 어학연수 또는 유학을 가거나 다 시기의 선택만 다를 뿐 목표는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단, 엄마의 욕심으로 아이를 영어유치원에 보냈을 경우는 아이가 많이 힘들어할 수 있으므로 내 아이를 잘 파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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