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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llie 몰리 Mar 26. 2024

중국에서 사마귀 쑥뜸 전문가가 되었다.

발바닥 사마귀 쑥뜸 자가치료

해외생활에서 가장 불편한 것 중의 하나는 단연코 의료 분야이다. 몇 분 거리에 증상별로 찾아갈 수 있는 병원과 주말까지 운영하는 약국과 병원이 즐비한 한국과 달리 중국에서는 언어 문제로 인해서 값비싼 외국인 병원을 이용할 때가 많다.


아이 발바닥에 갑자기 사마귀가 올라왔다. 지금은 없어진 베이징 내 한국어가 가능한 병원에서 냉동 치료가 있다고 했는데, 뭔가 미덥지 않아서 한국에서 가지고 온 티눈 연고도 발라보다가 결국 한의원에서 고약으로 뺐었다. 어디선가 냉동치료가 잘못되어서 고생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서 한국에 들어갈 때까지 다른 방법으로 버텼다.

고약 밴드로 뺀 사마귀인지 티눈인지, Photo by Mollie

한국에 방문했을 때 참고 참던 발바닥 사마귀를 한국의 피부과에서 2번에 걸쳐서 냉동치료를 받고 말끔하게 빼고 왔는데, 사마귀란 녀석이 참 재발도 잘 되고 번지기도 잘한다. 늘 그렇듯 병원 가는 것도 일이고, 한의원에서도 한 두 개면 고약 같은 밴드를 하루 정도 붙이고 있다가 다음 날 빼고 총 2번의 방문과 진료비가 필요했다.


수가 많아지자, 그쪽에서도 발 전체에 쑥뜸을 권했고 쉽사리 없어지지 않는 간접 쑥뜸을 하러 장시간 차를 타고 가서 매번 뜸을 뜨고 오는 것도 시간과 비용대비 효율적이지는 못했다. 결국 타오바오에서 검색 끝에 셀프 쑥뜸이 가능한 제품을 찾았고, 직접 집에서 쑥뜸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 병원에 가려면 왕복 1시간 이상을 왔다 갔다 하고, 기다리고, 치료하고 오면 지치고, 몇 번을 가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라 일단 집에서 가능해 보이는 스티커식 쑥뜸을 구매했다.


사진을 보니 집에서 하기에 간편하고, 효과는 모르겠지만, 끈기만 있으면 가능할 것 같았다.

일본 가정용 쑥뜸, 온도별로 구입 가능, Photo by Mollie

내게 필요한 건, 라이터, 티라이트, 쑥뜸, 종지에 물(쑥뜸 제거 후 불 끄기용), 선풍기(환기 위함), 알코올솜, 아주 정교한 핀셋과 마지막으로 체력과 끈기였다. 생각보다 해볼 만했다. 사마귀 부위를 소독하고, 쑥뜸을 붙이고, 뜨겁다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면 바로 쑥뜸을 떼서 종지에 넣는다. 좀 말렸다가 핀셋으로 조금씩 뿌리를 뽑거나 긁어낸다. 이거 재미있네? 뭔가 사마귀의 뿌리가 열기를 못 이기고 타는 듯한 느낌과 그걸 핀셋으로 긁어낼 때 쾌감이 있었다. 집안의 환기는 필수이다. 창문 가에서 하지 않으면 쑥뜸의 연기와 향으로 한 동안 냄새가 빠지지 않는다.

 Photo by Mollie

작은 건 2-3번, 크고 깊은 건 그 이상 여러 번을 반복하니 드디어 모든 뿌리가 뽑히고 정말 신기한 게, 그 뒤로 몇 년이 지나도 재발하지 않는다. 오히려 냉동치료 이후에는 재발이 돼서 늘 고민이었는데, 쑥뜸의 효과는 강력했다.

허리가 좀 아프지만 할 만했던 가정 쑥뜸, Photo by Mollie

처음에 작은 박스로 구입하다가 아예 큰 박스로 구매해서 저렴하고 집에서 간단히 사마귀를 치료했다. 정말 신기한 건 스스로 자가 뜸을 뜬 이후로 아이의 발에는 몇 년간 사마귀가 재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이가 스포츠를 하고 오거나 여름이 되면 발에 땀이 많아서 늘 재발되곤 했는데, 자가 쑥뜸 이후로 사마귀와는 이별을 하게 되었고, 우리 집 약통에는 아직 남은 쑥뜸들이 가득하다.


감기가 걸려도 병원에 가기보다는 천연 시럽과 감기 사탕, 코세척, 목 가글과 배즙 및 각종 생각과 도라지를 넣은 차를 마시는가 하면, 웬만한 건 아파도 참게 되는 일들이 빈번한 것 같다. 그래서 한국을 가면 병원 투어부터 시작하게 되는 게 늘 가장 중요한 스케줄이다. 아프지만 않고 건강하다면 해외 생활 참 할 만한데 말이다. 이렇게 해외 생활을 하면서 점점 면허 없는 돌팔이 의사가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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