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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llie 몰리 Mar 19. 2024

중국 담배냄새 때문에 살 수가 없다.

중국의 담배 사각지대는 어디일까?

우리 가족이 중국살이에서 가장 힘든 점 중의 하나를 꼽으라면 바로 담배 냄새이다. 이 흡연 문화 때문에 남편도 비흡연자고, 냄새에 많이 민감한 개코를 가진 나와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은 담배 냄새만 나면 질겁을 하고 그 자리를 피하게 된다. 하지만 살아보니, 피한다고 피해지지도 않고 늘 우리 주변에 만연하게 자리 잡고 있는 담배 문화를 내 손으로 뜯어고칠 수는 없다는 걸 종종 깨닫곤 한다.


담배, 진짜 많이 피운다. 거리에서 길을 걸으며 피는 건 당연하고,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피우는 사람, 또 식당에서 줄 서서 대기 번호를 기다리는 와중에도 그 옆에서 연기를 뿜어대며 바로 옆에서 담배를 피우면 정말 바로 얼굴을 쳐다보며, 싫은 내색을 내비치지만, 나의 부정적인 반응들이 통할 리가 없다. 


이제는 좀 살았다고, 또 코로나 통제를 거치며 단단해져서, 나도 피할 수 없는 곳에서 너무 대놓고 피면 되지도 않는 중국어로 "비에초얜!(别抽烟), 담배 피우지 마세요."라며 당돌하게 이야기하기도 한다. 자신의 기호이기도 하지만, 아이도 옆에 있거나 내가 피할 수 없는 공간에서 간접흡연을 하고 싶지 않은 나의 자유도 있기에 상황을 봐가면서 너무 심하다 싶으면, 한 마디씩 할 때가 있다. 그러면 슬쩍 멀리 자리를 피해서 피우기도 한다.


중국의 담배 문화에서 가장 놀랐던 때는 바로 아이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담배를 피우는 점이었다. 중국에도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손주를 맡아서 돌봐주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런데 아장아장 걷고 있는 손주를 한없이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한 손에는 담배가 쥐어져 있고 아무렇지도 않게 연기를 불어대며 담배를 피우는 모습에 경악한 적은 한두 번이 아니다. 또 손주가 아니더라고 자신의 자녀 앞에서도 담배 연기가 아이한테 줄 수 있는 피해를 아는지 모르는지 마구 피워대는 모습도 많이 보았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가족한테도 아무렇지도 않은 이 상황에, 자신도 모르는 제삼자 앞에서 자신의 흡연이 구속된다는 점은 자칫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식당에서 한정된 장소에서 어디 갈 수도 없이 모두 기다려야 하는 그곳에서조차 바로 옆에서 이렇게 담배를 피우면 너무 고통스럽다.

식당에서 대기 중인 사람들 사이에서도 담배를 피운다. Photo by Mollie

또 내가 중국에서 Didi라는 택시를 탈 때 프리미어만 고집하는 이유도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냄새와 관련이 있다. 기본적으로 뭔가 알 수 없는 찌든 냄새와 차에서 담배를 피운 탓에, 30분 이상이 되는 거리를 나는 그 차에 앉아서 창문을 연채, 담배 냄새와의 고통에서 숨을 참아야 한다. 간혹 창문 여는 게 싫은 기사님은 창문을 매몰차게 닫아버릴 때도 있다. 프리미어도 어쩌다가 잘못 걸리면 담배 냄새가 날 때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은 쾌적한 환경에서 이용하게 된다. 무엇보다 그 냄새가 내 옷에 배어서 옷을 세탁해야 하는 것도 큰 불편함 중의 하나이다.


외출을 하지 않으면 담배 냄새를 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집만큼은 담배 냄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각지대라고 생각했다. 베이징의 아파트는 화장실 배관과 주방 배관이 윗집과 냄새 차단이 한국에 비해서 안 되어 있는 것 같다. 집을 볼 때도 유난히 화장실에서 하수구 악취가 나오는 집이 있기도 하고, 주방 팬에서도 가끔 냄새가 강한 음식을 윗집에서 요리하면, 늘 내가 냄새를 맡게 된다.


음식 냄새야 어쩔 수 없지만, 집에서 흡연을 하는 사람이 잘못 걸리면 사는 내내 주방과 화장실에서 매캐하고 역한 담배 냄새를 계속 맡을 수밖에 없게 된다. 주부 특성상 주방에 머물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담배 냄새가 나면 나도 모르게 짜증 섞인 얼굴로 팬을 틀고 창문을 열고, 아이도 화장실에서 담배 냄새가 난다고 불평할 때가 많다. 이 담배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추위조차 두렵지 않다. 


한 번은 쓰레기를 버리러 밖으로 나가는데 건물 내부부터 담배를 피우며 나가서는 건물 입구에 아예 캠핑 의자를 가져다 놓고 피운다. 그 냄새는 입구에 베어서 건물을 드나드는 사람들은 누구나 그의 찌든 담배 냄새를 맡아야 했다. 이것도 원래 건물 내부에서 피우던 아저씨를 내가 여러 번 관리소에 신고를 해서 그나마 그를 밖으로 유인하게 만든 거다. 창문도 없는 건물 내부에서 담배를 피우니 냄새가 계속 지속되었고, 집의 현관문을 열 때마다 그 냄새는 고스란히 우리가 1차적으로 맡고 집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계단의 꽁초와 그의 흡연 의자를 찍어서 관리소에 신고했고, 수차례 이야기 끝에 이제 건물 내부에서는 피우지 않는다.


이것도 문화라면 문화이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비흡연자들과 아이가 있는 집에서 이러한 환경은 거주하기에 쉽지 만은 않다. 그 뒤로 그 아저씨와 나는 건물 입구에서 만나면 나는 그가 알아듣든 말든 눈총을 보낸다. 담배 냄새와 흡연 문화는 중국살이에서 가장 힘든 점 중의 하나이다.


사진출처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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