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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llie 몰리 Mar 05. 2024

부끄럽고 민망한 중국 화장실

쳐다보지 마세요! 열지 마세요!


중국에서 우리의 첫 여행지는 낭만이 가득하다는 드넓은 호수인 스차하이(什刹海, 십찰해)였다.

중국 베이징. 관광지 스차하이, Photo by Mollie

책에서 본 대로 푸른 호수와 버드나무들의 멋진 경관을 꿈꾸며 지하철역에 도착해서 스차하이로 가는 출구로 나왔다. 좀 오래되어 보이는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걸어가는데, 갑자기 코를 찌르는 역한 냄새에 코와 입을 막고 줄행랑을 친 경험이 있다.

"억! 이거 무슨 냄새야! 숨을 못 쉬겠어."

그 골목길 내내 냄새가 진동을 해서 쏜살같이 달려 나가며 냄새 지옥을 탈출했다.


그 뒤로 우리는 여행지에서 중국 화장실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고 어딘가 깨끗한 곳이 있으면 볼 일이 없어도 화장실을 한 번씩 들리는 게 습관이 되었다. 대부분의 중국 화장실이 다 더럽고 냄새나는 건 아니라서 다행히도 또 적응하며 살고 있지만, 늘 화장실이 좀 걱정이다.


그러다가, 석림협(石林峡)이라는 유리전망대에 놀러 갔을 때 또 화장실을 경험하게 되었다.

중국 베이징 관광지 석림협, Photo by Mollie

어딜 가든 먹거리가 우리 입맛에 맞지 않아 고생인 우리 가족은 늘 차에 캠핑용품과 컵라면, 그리고 뜨거운 물을 챙겨가지고 다녔고, 이 날도 산에 오르기 전에 든든히 먹고 가자고 컵라면 한 사발씩을 먹고, 가지고 온 간식들을 다 먹고 입장을 했다. 물을 많이 먹자 신호가 왔고,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화장실에 들어갔다.


어머! 그런데 화장실 문이 조금 이상했다. 튼튼한 잠금식 문이 아닌 커튼이다. 응급실에서나 볼 수 있는 간이 커튼.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볼일을 보는데, 갑자기 빛이 확 들어오며 커튼이 열린다.

"엄마야!"

누가 커튼을 열어버린 거다. 내 자리에만 고리가 없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커튼은 잠겨지지 않았고, 커튼을 닫아 놓으면 당연히 사람이 있으니 문을 열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당황한 채, 다시 커튼을 닫았고, 그때 이후로 '석림협'을 생각하면 유리전망대에서의 아찔함과 여름의 멋진 등산로보다 '화장실 사건'이 먼저 떠올랐다.



작년에 동생이 베이징에 방문했을 때, 동생네 가족은 우리보다 더한 충격의 화장실을 체험하게 되었다. 우리 일정 중에 스차하이를 갔다가 바로 옆 동네인 난뤄구샹(南锣鼓巷)을 구경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인사동이나 명동과 비슷한 느낌의 거리이다. 맛있는 것도 먹고, 구경도 하고 집에 갈 시간이 되어서 Didi(중국 택시의 일종)를 부르고 기다리는데, 조카가 급하다고 화장실을 찾기 시작했다.


로컬 거리에서 우리도 찾기 쉽지 않은 화장실을 위해 남편과 동행하여 주변에 물어서 어느 한 건물의 화장실을 다녀온 동생은 이 사진과 함께, 박장대소를 하며 내게 물었다. "중국 화장실 다 이래?"

사진을 본 우리도 다소 충격이었다.

"어머! 문이 없어? 다 개방형이야? 사람은 있었고?"

다행히 빈 화장실에서 아무 눈치 없이 볼 일을 보았다고 하며, 중국의 기이한 화장실을 두고두고 이야기했다.

난뤄구샹의 한 화장실, Photo by Mollie

화장실이 프라이빗한 공간이라는 우리의 생각과 달리, 이곳에서 볼일을 보면 서로의 모든 것을 공유해야 하는 부끄럽고 민망한 화장실이 아닐 수가 없다. 화장실에 누군가가 볼일을 보고 있어도 무안하고, 내가 사용 중에 누가 들어와도 얼굴을 쳐다보게 될 그 부끄러운 상황이란. 우리도 아직 이런 곳은 보지 못했는데, 시내로 들어갈수록, 중국의 향이 깊게 배어있는 곳일수록 진한 로컬의 색채가 많이 묻어있는 것 같다. 다시 봐도 충격이다.


사진 출처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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