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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llie 몰리 Feb 27. 2024

중국에서 석회물 커피를 대접했다.

석회물을 4개월간 모르고 마셨다

중국의 수돗물은 상당히 더럽다. 화장실의 세면대의 수전 주변, 샤워 부스 안의 수전 주변과 유리로 된 샤워부스는 그야말로 석회가 굳어서 하얀 띠를 이루고, 샤워부스는 불투명하다 못해 보이지 않는다. 이걸 청소하려면 철수세미와 스테인리스용 세제, 그리고 강력한 팔힘을 써야지만 제거가 된다.


샤오미 수질 측정기로 측정을 해본 결과, 일반적인 가정집의 수돗물 수치가 280-380 정도가 나온다. 생수와 요리가 가능한 샤오미 정수기의 수질은 수치가 50 이하이다.

일반 수도를 쓴 양치컵, 샤오미 수질측정기 Photo by Mollie

중국 초기 시절, 집주인에게 정수기 설치를 부탁했다. 흔쾌히 허락해 준 집주인의 정수기를 4개월가량 사용하며, 물도 끓이고 밥도 하고, 요리도 하고, 커피도 마시고 깨끗한 정수물이라고 생각하고 마음 놓고 썼다.


그런데 어느 날! 검정 코팅 프라이팬에 흰 얼룩이 군데군데 묻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상해서 설거지를 다시 하고 물기가 마른 걸 확인해도 마찬가지였다. 프라이팬에 물을 조금 받아서 끓인 후에 마른 자국을 보니, 심상치가 않았다. 그때 샤오미의 수질 측정기를 주문했다.


세상에. 우리 집 수돗물 수치는 400에 육박했고, 그걸 4개월가량이나 온 가족이 먹고 마시고 있었던 거다. 물의 심각성을 모르고 1년 동안은 화장실에도 정수기를 설치하지 않았고, 그냥 중국 물이 약간 센물이라고 적응하자며 사용했다. 식수로는 생수를 마셨지만, 요리할 때와 밥물은 한국에서의 습관대로 수돗물을 사용했고, 정수기를 설치했어서 당연히 석회가 걸러지는 줄 알았다.



우리가 중국에 온 지 4개월쯤 됐을 때 동생이 중국에 놀러 오게 되었다. 정수기의 심각성을 몰랐던 때라, 동생도 우리 집에 머물면서 같이 커피도 여러 잔 마시고, 하루에 한 끼 정도는 집에서 해 먹었다. 이 사실을 알았을 때 동생한테 전화해서 이실직고했다.


동생아, 미안해. 네가 먹은 그 커피들, 석회물이었어.

그때 온 수도꼭지의 물을 다 테스트한 결과 전부 똑같이 오염지수가 상당했다. 중국집은 1년 단위로 계약이고, 우리도 이사를 생각했어서 화장실은 어쩔 수 없었지만 주방은 시급했다. 정수기를 렌털하는 한인업체가 있었지만, 약정을 걸고 가입을 해야 해서 내키지 않았다. 징동에 폭풍검색한 결과 샤오미에서 언더싱크 정수기가 있고, 심지어 4가지의 필터를 필요시에 구입해서 자가 설치할 수 있는 아주 마음에 드는 정수기였다.


바로 주문해서 주방에 설치를 하고 보니, 센서에 의해서 필터 교체시기가 되면 자동적으로 수전에 센서가 빨간색으로 변하는 아주 똑똑한 기기였다. 블루투스로 연결된 샤오미 앱에서도 필터의 사용기간과 현재 물의 오염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샤오미 언더씽크 정수기

그래서 중국에서는 설거지할 때 시간이 배로 걸린다. 설거지를 하고 마지막에 헹굴 때 졸졸거리는 샤오미 정수기에서 나오는 물로 마지막 헹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화장실이 문제였다. 샤워할 때도 정수가 안된 물로 계속 씻을 수는 없었다. 수도꼭지에만 설치하는 필터를 쓰다가, 나중에 업체를 하나 알게 되어서 물을 쓰는 집안의 모든 수도꼭지 쪽에 연수기가 같이 있는 정수기를 설치하고 2달에 한 번씩 필터를 교체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정수기는 석회까지 걸러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한국에 가서 샤워를 하면 물의 촉감이 굉장히 부드럽다는 걸 느끼게 된다.


업체가 설치한 정수기에서 나오는 세면대의 물 역시, 샤오미 수질 측정기로 해봐도 양치 시에 입을 헹구기에는 무리였다. 결국 우리 집 화장실에는 자리를 차지하는 큰 정수기가 들어오게 되었고, 4리터 혹은 5리터의 생수통을 교체하며 양칫물로 사용 중이다. 이 큰 정수기 통도 안에 물때가 잘 끼는 편이라서 물통 교체시마다 세척을 하고, 귀찮을 때는 2리터 생수병을 놓고 사용하기도 한다.

양칫물로 사용 중인 생수 Photo by Mollie

기본 물은 더럽지만 최대한 깨끗한 물을 사용하고 싶어서, 나름 노력을 하는데 참 번거롭긴 하다. 이미 초기 시절에 4개월간 더러운 석회물을 마시기도 했고, 1-2년은 중국 생수인 농푸산천을 마셨다. 농푸산천이 지하수 같은 광천수가 아닌, 산골에서 흐르는 시냇물을 정화해서 만든 물이라, 중간에 광천수인 백세산(Ganten)으로 바꾸어 마셨지만, 작년에 한국 가서 했던 모발 중금속 검사에서 내 몸에 우라늄 수치가 엄청 높게 나왔다. 담당 선생님이 우라늄이 물의 영향일 가능성이 크다고 해서, 그 뒤로는 한국 물인 백산수로만 이용해서 밥, 요리, 식수를 사용하고, 양칫물은 Ganten으로만 사용 중이다. 외식을 자주한 편은 아니라서 내게 들어온 물의 경로는 소량의 외식, 카페에서의 음료, 생수와 오랫동안 먹어온 중국 한의원에서의 한약뿐이다.


물이 깨끗하다는 것은 삶의 질을 높이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같다. 나중에 나도 중금속 검사를 재검하고, 두 남자들도 한 번 해봐야 할 것 같다.

왼쪽부터 한국 농심 백산수, 중국 농푸산천, 백세산(Ganten) / Photo by Moll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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