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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llie 몰리 Feb 13. 2024

중국, 아메리카노와 카페라테를 모르다니!?

영어가 전혀 통하지 않는 나라

중국에 외국인의 신분으로 살면서 가장 불편한 점 중의 하나는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말 우리가 생각할 때 기본 영어라는 것조차 일상적으로 마주치는 중국인들에게는 소통이 불가능하다. 마트, 택시, 버스, 관광지, 식당, 택배 기사 등 어쩌다가 젊은 사람이거나, 영어를 좀 배운 사람이 아닌 이상은 우리가 영어로 말을 해도 그들은 한결같이 중국어로 대답을 한다.


그래서 중국어를 배우지 않은 이상 어쩔 수 없이, 늘 번역기 사용이 너무 생활화되어 있고, 마트 어플 주문이나 타오바오나 징동같은 인터넷 쇼핑을 할 때도 늘 스크린숏 번역이 필수이다. 이 점이 중국 생활에서 많이 불편하다. 중국어를 배웠다고 해도 성조가 있다 보니, 정말 제대로 흉내 내지 않는 한 의사소통에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우리가 처음으로 1박 2일 중국 투어를 갔을 때다. 아들은 국제학교에서 중국어 수업을 듣는다고 2달간 중국어 수업을 시작하고 있었고, 남편도 회사에서 지원해 주는 중국어 수업을 몇 달간 주 2-3회 듣고 있었다. 중국 공항에 도착했을 때, 이미 우리가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말은 Nihao(你好, 안녕하세요)와 Xiexie(谢谢, 감사합니다) 뿐이지만, 그들로부터 들을 수 있는 말은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베이징은 특히 노후된 건물이 많아서 밖에서 보면 영업을 하는지 안 하는지 알 수가 없기도 하고, 간판을 봐도 어떤 곳인지 모르는 곳이 많다. 배고픔에 근처 쇼핑몰로 가서, 지금은 중국에서 철수한 던킨도너츠에서 아메리카노와 카페라테, 그리고 달달한 도넛이 먹고 싶었다. 도넛은 트레이에 원하는 걸 집게로 집어 오면 되지만, 커피 주문은 난감했다. 그래도 우리는 아메리카노(Americano)와 라테(Latte)는 만국 공통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카페에서의 사용은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중국에 대해 전혀 아는 게 없었던 거다.


자신감 있게 도넛 트레이를 들고 수줍은 영어로 주문을 했다.

"Can I have a Tall Americano and Latte, please?"

그와 동시에 중국인 직원의 폭풍 중국어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화난 듯한 목소리에, 당황하고, 한 단어씩 말해봤다. 여러 차례 반복했다. 이게 아닌가 싶어서 천천히 또박또박.

아. 메. 리. 카. 노 앤 라. 테

또 흥분한 듯한 중국인이 뭐라고 말을 하고, 우리는 메뉴판의 Coffee란 글자를 가리키며, Zhige(这个, 이것)라며 손가락으로 커피를 가리켰다. 이쯤 되면 알아 들었겠지?


중국인 직원은 전혀 알아듣지 못하고, 계속 우리 귀에 외계어인 중국어 방언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갑자기 구석에서 왠 긴 막대기를 우리한테 건네주며, 마치 그걸로 메뉴판을 가리키라는 것 같았다. 너무 부끄럽고 민망했지만, 줄이 서 있는 곳에서 원맨쇼를 하며, 긴 막대기로 메뉴판의 아메리카노와 라테를 가리켰다. 물론 민망함 한 바가지와 우리 입에서 나오고 있는 말들은 갖은 기본 중국어가 섞인 한국말과 바디랭귀지뿐이었다.


커피 한 잔 사 먹는 게 이렇게 어려웠던가. 상대방이 알아들은 게 맞는지 그의 말을 듣고 우리도 두 눈만 껌뻑거리고, 허공을 휘젓던 막대기를 내려놓으며, "가자, 커피는 못 마시겠다. 도넛만 먹자. 피곤하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때 뒤에서 도움의 손길을 내민 한국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희가 주문 도와드릴게요." 그 귀인들은 바로, 중국 유학생 부부라고 자신들을 소개하며, 현란한 중국어 솜씨로 우리의 커피를 대신 주문해 주었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연신 굽신거리며 너무 큰 도움 되었다고 고맙다고 인사하고, 자리에 앉아서 어이없는 쓴웃음과 황당함을 떨치지 못하고, 한동안 막대기 사건으로 이야기 꽃을 피우며 스스로의 무지함에 대해서 토로하고 있었다. 그때 번역기를 통해서 열심히 연습한 결과, 이 단어는 잊어버리지 않게 되었다.


Americano : Meishi kafei(美式咖啡, 미국식 커피)

Latte : Natie(拿铁)

차가운 : Bing(冰) / 뜨거운 :Re(热)


차가운 아메리카노 : 빙메이쉬 / 뜨거운 아메리카노 : 르어메이쉬

차가운 라테 : 빙나티에 / 뜨거운 라테 : 르어나티에


이렇게 원시적으로 연습하면서 이제는 커피는 주문할 수 있게 되었다. 가끔 어버버 하면서 중국어 벙어리인 상태였다가 누가 외국인인 거 알고 간단한 영어를 사용하거나, 처음부터 상대방도 번역기를 사용해서 대화를 하려고 하면 그나마 우리를 배려하는 모습에 너무 고맙고, 얼었던 마음이 녹아든다. 그래도 중국어 하나도 몰라도 우리끼리 개인 여행도 가고 잘 다니지만, 늘 예상 시간보다 더 길어지는 난관의 순간들이 늘 있는 중국살이다.


사진 출처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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