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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llie 몰리 Feb 20. 2024

중국어를 배웠는데 왜 벙어리같지??

최소한의 생존 중국어로 용케 살아남기

회사에서 중국 생활 적응차 초기 중국어 학원 수강료를 몇 달 지원해 주었다. 처음 중국어 학원을 등록할 때만 해도 몇 달 뒤면 유창하게 현지인들과 중국어를 구사하며 중국에 산 티를 톡톡히 낼 정도로 중국어를 잘하는 내 모습을 상상했다.


중국은 56개의 소수 민족으로 그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한족의 언어인 한어(汉语, han yu)를 사용한다. 중국인 한족 선생님과 한국인, 또 외국인들과 중국어 수업을 들으며, 인사, 자기소개, 안부 묻기, 날씨, 길 묻기, 시간 묻기, 장소 묻기 등의 기본 회화를 배우기 시작했다. 처음 접하는 중국어는 재미있기도 하고 생소하지만, 현지에서 배우는 재미가 꽤 있었다. 결혼하고 평생을 주부로만 살다가 내 가방에 교재와 필통, 공책을 챙겨서 집과 학원을 왔다 갔다 하는 생활로 하여금 다시 학생이 된듯한 충분한 동기부여가 되었다.


하지만, 중국에서 쓰는 한자는 한국에서 학창 시절 때 배웠던 한자와는 많이 달랐다. 한국에서 배웠던 한자는 번체자로 조금 더 복잡한 글자 모양을 갖추고 있지만, 중국에서 쓰는 한자는 번체자를 간소화시킨 간체자였다. 즉 내가 알고 있는 한자와는 또 다른 모양이었다. 뜻글자인 한자는 쉽게 읽기 위해서 한어병음인 핀윈(拼音, pin yin) 읽는 방법을 알아야 했고, 중국어로 의사소통을 하기가 현실적으로 가장 어려운 이유 중의 하나인 소리의 높낮이, 성조(声调, sheng diao)를 일일이 외워야 했다. 4가지의 성조를 제대로 소리를 내는 방법도 어려웠지만, 각 글자마다 가지고 있는 성조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이 성조들을 외우는 게 나에게는 굉장히 따분한 일이었다. 성조 때문에 최대한 비슷하게 흉내를 내도 사람에 따라 못 알아듣는 경우가 많았다.


또, 한자라는 글자도 어려운데 띄어쓰기까지 없으니 점점 레벨이 올라가면서 빽빽한 한자감옥에 빠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숙제가 조금씩 밀리고, 복습이 잘 안 되어있으면 다음 수업에서 벙어리가 되기 일쑤였고, 중국어를 공부하는 거에 대한 회의감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또 초반의 불타는 학구열을 뒤로할 어이없는 다른 이유로 점점 중국어에 대한 열기가 식게 되었다. 결국 독학을 핑계 삼아 학원을 그만두었다.



독학을 한다고 마음먹은 순간, 내 마음속에서 점점 중국어는 사라져 갔고, 잠시잠깐 학원에 발을 담갔던 시절의 짧은 몇 마디 중국어로 중국 생활을 이어갔다. 결과적으로 나는 생존에 필요한 몇 마디만 반복적으로 기계처럼 대화하고 살아가는 중이다. 물론, 큰 무리 없이 살아가다 보니 더 중국어에 대한 애착이나 미련이 없지만 좀 더 배우지 않은 게 이제 후회가 되기도 한다.



1. 마트 중국어

어느 나라를 가든지 로컬 마트를 방문하는 재미는 쏠쏠하다. 처음 중국 마트에 방문했을 때 낯설지만 신기한 물건들을 구경하고, 눈에 들어오지 않는 중국어 글씨들 속에서 원하는 물건을 찾아 말없이 계산대에 올려놓았다. 돈계산만 하면 되므로 말이 필요 없다고 생각한 건 완전한 우리의 착각이었다.


계산대의 직원은 우리에게 알아들을 수 없는 중국어를 반복하여 묻기 시작했다. 단어 자체를 모르니 그냥 뭉개지는 문장을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었고 그곳에서 눈만 껌뻑이는 벙어리의 모습으로 한 손에는 발을 동동 구르며 번역기를 들고 뒷사람들을 기다리게 한채 한 참을 기다려야 했다. 나중에 알게 되었다. 그들이 물은 말은 "너 봉투 필요해?" 였다는 것을. 이렇게 부딪쳐가며 배운 말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袋子要吗?(봉투 필요한가요? daizi yao ma? / 다이즈 야오 마?) '袋子'는 '주머니'란 뜻으로 물건을 담을 봉투가 필요한지를 묻는 거였다.

我要 ~。(나는 ~를 원해요. wǒ yào ~. / 워 야오.)

我不要~。(나는 ~를 원하지 않아요. / 워 부야오.)

저걸 못 알아들어서 몇 날 며칠을 따이즈가 뭔지 번역기에서도 찾지 못하고, 마트 공포증이 생겼었다.


와이마이로 어플을 통해서 마트에서 주문을 하게 되면, 주로 번역기를 통해서 야채, 고기, 쌀, 물 등을 검색해서 붙여 넣기를 해서 장바구니에 담는다.

물(水,shuǐ / 쉐이)

쌀(米, mǐ / 미)

야채(蔬菜, shūcài / 슈차이)

사과(苹果, píngguǒ / 핑궈)

고기(肉, ròu / 로우)

버섯(蘑菇, mógu / 모구)


좀 더 세분화해서 바나나, 깻잎, 상추, 버섯, 마늘, 대파 등의 단어를 중국어로 찾아서 그 단어들을 반복적으로 마트 어플에 붙여 넣고 검색을 해서 주문을 한다. 이때, 사전에서 한 두 번씩 중국어 발음 듣기를 하면, 자연스럽게 해당 중국어 단어를 익히게 된다. 그래서 내가 주문하는 대부분의 물건들에 대한 중국어는 알고 있다.


혹시나 마트에 방문했을 때는 "이 물건이 어디에 있나요? " 정도면 알면 충분했다.

이 물건은 어디에 있나요?(这个东西在哪里?/ 쩌거 똥시 짜이 날리?)

그냥 간단히 "짜이날?"만 해도 알아듣는다.


와이마이로 배송을 주문했는데 간혹 다른 집에 잘못 배송이 되어 물건이 도착하지 않았을 때나 색깔을 교환해야 할 때, 또는 환불을 원할 때 전화를 걸어서 이야기를 해야 한다. 비록 상대방의 말을 100%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최소한 나의 상황을 전달하면 문제가 해결될 때가 많다. (환불은 앱상에서 몇 번의 클릭으로 가능하기도 하다.)

나의 물건이 도착하지 않았어요.(我的东西没来. / 워더 똥시 메이 라이, 我的东西还没到. / 워더 똥시 하이메이 따오.)

나는 ~에 살아요.(我住在 ~. / 워 쭈 짜이 ~.)

몇 시에 배송되나요?(几点配送? / 지 디앤 페이쏭?) 실제 전화에서는 “지디엔. 워더짜이” 몇 시에, 우리 집“ 이런 엉터리 중국어를 더듬거리며 이야기할 때가 많다.

지금 집에 있어요.(现在我在家. / 씨앤짜이 워 짜이 지아.)

환불해 주세요.(请给我退款. / 칭 게이 워 퉤이칸., 退还 / 퉤환)

외국인들을 많이 대했던 직원들은 성조가 조금 어설퍼도 알아듣지만, 로컬 색깔이 강한 마트는 의사소통의 실패로 내가 원하는 요구사항들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서 원치 않는 물건을 어쩔 수 없이 그냥 가질 때도 있다.


2. Didi, 중국 택시 중국어

 Didi는 중국 택시로, 일반 미터기로 계산하는 택시가 아니라, 겉에서 보면 일반 승용차지만 Didi앱을 이용해, 출발지와 목적지를 미리 정해서 부르는 중국 택시이다. 그래서 중국어를 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외국인들에게 상당히 매력적이다.


또 Didi 어플은 언어 선택이 영어로도 가능해서 중국어의 Pinyin만 알면 목적지를 찾기도 수월하다. 하지만, 문제는 나의 위치가 가끔 GPS의 실수로 엉뚱한 곳에 잡히거나, 차가 밀리는 등의 교통 상황으로 아저씨가 나를 찾지 못해서 전화가 올 때가 있다. 이때가 가장 난감하다.


아무리 내가 있는 곳의 건물 위치나 주변을 최대한으로 설명해도 의사소통이 안될 때가 많다. 내가 선택한 방법은, 아저씨한테 지도를 보고 따라와 달라라며 ‘칸띠투(看地图, 지도를 보다)’라는 말을 반복한다. 아저씨가 나를 찾으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언제 오냐고 전화가 오면, ‘마샹 마샹’ 이러면서 뛰어간다.

马上到.(곧 도착해요. / 마상 따오)

请稍等一下.(잠시만 기다려주세요. / 칭 샤오 덩 이샤)


평소에 가던 장소가 아닐 경우, 서로 위치를 찾지 못한 채 추가 비용이 발생하며 시간이 지체되며 Late fee가 발생될 때가 있다. 그때는 급하게 주변의 경비원 또는 친절해 보이는 사람에게 허겁지겁 다가가서 다짜고짜 도움을 청한다.

나 좀 도와주세요.(请帮我. / qing bang wo, 칭빵워.)"

이곳이 어디인지 그에게 말해주세요.(请告诉他这里是哪里. / qing gaosu ta zheli shi nali, 칭 까오수 타 절리 쉬 날리.)

라며 내 전화기의 어플 상황을 보여주며, 아저씨에게 이곳을 설명해 달라고 부탁한다. 대부분 흔쾌히 이곳 위치를 설명해 주어서 택시 기사가 곧 내 앞에 도착하는 기적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Didi가 무료로 기다릴 수 있는 제한 시간이 지나고, 결국 서로 미로 찾기를 하다가 취소 수수료를 머금고 취소하고 다시 새로운 Didi를 예약해서 타게 되는 경우도 있다.


택시에서 가장 많이 쓰는 말은 나의 전화번호이다. Didi에 탑승하면 항상 전화번호를 물어보며 맞냐고 확인을 하기에, 전화번호를 잘 알아듣고, 나의 번호를 이야기해 주는 게 가장 자신 있는 중국어이다.

빨리 가주세요. (快走吧. / 콰이 조 바.)

차에서 내리다.(下车 / 씨아처)

코로나 이전에는 한국인에 대한 택시 기사들의 관심이 많아, 늘 어디서 왔냐, 중국 생활 어떠냐 등의 정보를 물어서 즐겁게 간단한 중국어를 주고받았는데, 코로나 이후로는 다들 마스크 쓰고, 웬만하면 접촉을 피해서 그러는지 특별한 대화를 할 일이 없어서 오히려 편안하다.


3. 식당 중국어

식당에 입장하며 총인원수를 얘기하기에, 숫자는 정말 필수이다. 중국은 차가운 물과 음료가 제공되지 않으므로, 차가운 물과 음료를 달라고 추가 요청을 해야 할 경우가 있다. 주문은 손가락과 눈치로 하고, 계산서를 받고 결제는 위챗이나 알리페이로 하면 된다.

메뉴판 갖다 주세요.(我想要菜单. / 워 씨앙 야오 차이딴.)

수저(筷子, 콰이즈)

포크(叉子, 차즈)

젓가락(筷子, 쿠아즈)

앞접시, 빈접시(空盘子, 꽁판즈)

얼음물(冰水, 삥 쉐이)

계산할게요.(我要买单, 워 야오 마이딴.)

막상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기본적으로 중국에서 살아갈 때 필요한 모든 중국어 대화를 다하는 것 같지만, 실상은 내가 하고 싶은 말과 내가 요청해야 하는 말만 할 뿐 상대의 말은 들리지 않는다. 그냥 눈치코치로 알아듣거나, 늘 한 손에는 번역기가 대기 중이고, 늘 나는 벙어리처럼, "엄, 음, 저거, 이거?" 이러면서 옆에서 보면 사지는 멀쩡한 말 못 하는 외국인의 모습일 때가 많다.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부끄럽지만,

나는 못 알아들어요.(听不懂. / ting bu dong)

글자를 몰라요.(看不懂. / kan bu dong)"이다.

이를 모르는 한 중국 직원이 우리에게 이것저것을 화려하게 설명해 줄 때, 우리가 말 못 하고 못 알아듣는 외국인임을 캐치한 중국 직원은 "쟤네 못 알아들어."라고 대놓고 귀띔을 해주기도 하는데, 그때 그렇게 무안할 수가 없다. 특히 집에 AS 기사 아저씨가 왔을 때가 가장 공포의 시간이다. AS 기사 아저씨와 서로 무언의 번역기 대화를 하는데 이것도 나이가 많거나, 센스가 없으신 분들은 내가 알아듣든 말든 본인 말만 하고 떠나신다.


그래도 살다 보니, 우리 집을 잘 못 찾는 택배기사에게 위치를 설명해 주는 법과, 택배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을 때 언제 도착하는지, 앱에는 도착했다고 나오는 내 물건이 없어졌다고 이야기를 하거나, 아니면 집에 부재 시에 문 앞에 두고 가라는 말(放在门口, fang zai menkou, 팡짜이 먼코우 / 가장 많이 쓰는 말) 등의 기본 일상 중국어로 무리 없이 살아가고 있다.


정 못 알아들으면 ‘문자로 보내달라고 하거나, 위챗 친구를 추가해서 서로의 언어로 이야기하고 위챗상의 번역으로 상대의 말을 알아듣는 게 가장 생존을 위한 마지막 방법이다. 그래서 나는 우리 동네 경찰인 공안, 웬만한 AS기사, 택배 아저씨들과 위챗 친구이다. 택배 보낼 일이 있을 때 위챗으로 연락하면 와주신다. 대화는 쌍방으로 서로 주고받아야 하는데, 나 혼자만 나의 이야기를 하는 일방적 소통 방식으로 점점 하고 싶은 말은 하고 듣지는 못하는 생존 생활이 되어가고 있지만 어떻게든 우리의 생존 방식대로 살아가고 있다.


*발음 성조는 기재하지 않았습니다.

사진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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