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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llie 몰리 May 21. 2024

중국, 택시를 부르니 날개 달린 차가 왔다.

Didi 프리미엄 vs. 럭셔리 차량

중국에서는 '택시'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우리가 아는 각 나라의 특징을 가진 색깔과 모양의 出租车 [chūzūchē, 추추처]라고 하는 택시가 있다. 미터기로 계산을 하고, 목적지를 말로 이야기를 해야 하니 언어가 안 되면 이용하기에 불편하다. 외국인들은 대부분 'Didi라는 어플을 이용해서 '카카오택시'처럼 원하는 목적지를 검색해서 기사가 배정되는 방식의 Didi 택시를 많이 이용한다. 은행 계좌로 연결을 해두면 하차 후에 자동 결제가 되기도 하고, 목적지를 고른 후에 등급별로 내가 원하는 차를 골라서 부를 수 있다.


중국어뿐 아니라 영문 버전으로 언어 설정도 가능하고, 기사분한테 택시 타기 전에 내가 할 수 있는 메시지가 내장되어 있어서, 쉽게 메시지도 전송이 가능하다. "금방 가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저는 중국어 못하니, 전화하지 마세요." "조금 시간이 더 필요해요." 등 꽤 쓸만한 문장들이 영어로 쓰여있어서 그걸 전송하면, 기사도 자신이 누르는 중국어 메시지가 영문으로 내게 보인다.


보통 일반적인 택시는 Express가 기본 차량이고(Didi 어플에서 노란 Taxi는 이용해 보지 않았다), Select는 Express보다 조금 더 깨끗하거나 업그레이드이며, 넓고 쾌적한 택시 환경과 승차감 및 서비스를 원하면 Premier를 선택한다. 나도 보통 15분 이내의 단거리는 Express를 많이 이용하지만, 30분 이상 택시를 이용해야 하면 웬만하면 Premier를 이용하는 편이다. 일반적으로 Express는 차량 관리가 잘 되지 않아서 잘못 걸리면 담배 냄새가 찌들거나, 이상한 퀴퀴한 냄새 속에서 숨을 참으며 가야 하기 때문이다. 나처럼 후각이 예민한 사람들은 그 순간의 지속되는 괴로움과 옷에 냄새가 배어서 계속 찝찝함이 남기도 한다. 맑은 공기를 마시려고 창문을 열게 놔두는 운전기사들도 있지만, 에어컨이나 히터를 틀었을 때는 기사의 의견대로(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운전기사의 머리를 날리게 할 때가 있음) 창문을 다시 닫기도 하고, 밖에 미세먼지라도 심해서 어차피 창문을 열 수도 없는 날에는 가는 길이 정말 고역이다. 냄새가 그러니 멀미가 날 때도 많다.


택시를 부르면 택시 기사의 이름, 차량, 운전 경력 연수, 차종, 차량 색깔, 넘버가 뜨고, 이용 후에는 기사의 서비스를 평가하기도 하고, 코로나 때는 마스크를 썼는지의 유무도 대답할 수 있었다. (요새는 주의 깊게 보지 않아서 모름.) 중간에 위험한 일이 생기면 신고를 할 수 있는 Call Police 버튼도 있고, 외국인이 Didi 택시를 이용하기에 아주 편리하다.

Didi Premier의 또 다른 서비스는 운전기사가 슈트 차림으로 용모 단정한 모습으로 운전을 하고, 무료 생수 2병이 제공되며 차량도 Express보다 대형 차량이 제공된다. 차량도 냄새가 거의 나지 않으며, 좋은 방향제 향이 나는 차도 많다.

Premier 차량은 공항 Pick up / Drop off 서비스를 이용하는 섹션이 따로 있어서, 미리 공항 터미널과 시간으로 Pick up / Drop off를 예약할 수도 있어 최근에도 한국에 갈 때 편하게 이용하곤 했다. 새벽 시간에 예약을 해도 그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다.

Didi 프리미어로 베이징 수도공항 이용하기, Photo by Mollie



이렇게 중국에서 택시를 이용하다가 어처구니없는 해프닝이 일어난 적이 있다. 가끔 매일 가는 등하교 시간에 스쿨버스를 타고 학교에 가는 일정 외에, 아들은 학교에 잠깐씩 가야 할 일이 있는데, 우리는 대중교통이 불편한 곳에 살고 있기에 택시를 태워서 보낸다. 예전에는 데려다주고 데리고 오다가, 멀지 않은 거리라서 내가 Didi 앱으로 택시를 부르고 요새는 아이만 태워 보내는데, 어떤 날은 프리미어 차량으로 테슬라가 왔다. 택시가 테슬라라고? 진짜 테슬라는 아닐 거라고 생각하지만, 아이도 나도 "뭐야, 진짜 테슬라가 온 거야?" 이러면서 아이는 테슬라라고 쓰여있는 차량을 타고 학교에 갔다.



작년에 친한 엄마가 입시설명회가 있다는 정보를 듣고 너무 아무것도 모르는 나를 위해서 특례 입시설명회에 같이 가보자고 말을 꺼냈다. 아이는 특례 해당자는 아니지만, 겸사겸사 오랜만에 한인타운에 가서 나들이 겸 밥도 먹고, 그 김에 주중 한국대사관에 가서 아이 성적표의 공증까지 받아올 생각으로 스케줄을 잡았다. 그 엄마도 곧 아이의 성적표를 공증해야 했기에, 나의 일처리를 보며 시뮬레이션을 하고 싶다고 해서 우리는 구석 자리에서 입시설명회도 듣고, 왕징 한인 고깃집에서 맛있는 점심 특선을 먹고 주중 한국대사관으로 출발했다. 결국 그분은 여권을 들고 오지 않아서 대사관 입장은커녕 근처 스타벅스에서 기다리는 일이 발생했지만 말이다.


우리는 한인타운의 자하문에서 1인당 88 rmb인 돼지양념목살구이 정식을 배불리 먹고, 다음 스케줄인 주중 한국대사관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한국을 제대로 느낀다며 두 시골 여자들은 앞으로 펼쳐질 일은 모른 채 마냥 즐거웠다.

Photo by Mollie

밥값을 그 엄마가 냈기에, 중간 이동경로의 택시는 한 사람이 내고, 추후 분할결제를 하기로 해서 대사관으로 가는데, 그분의 Didi 앱은 영문이 아닌 중문이다. 대사관도 중문으로 검색하다 보니, 대사관저부터 시작해서, 비슷한 중국어가 꽤 나왔고, 맵대로 잘 가는데, 한참을 달리다가 기사 아저씨가 묻는다. "너희 진짜 여기로 가는 거 맞아?" 음,, 밖을 보니 늘 가던 곳이 아니고, 꽤 시내로 간다. "여기가 아닌데, 어디지?" 아저씨가 계속 이상하다며 우리에게 말씀하시기를 "여기는 차오시엔 따시관(북한 대사관) 같은데?" "네~? 뭐라고요? 우리 북한대사관으로 가고 있대요." 우리 둘은 엄청 당황했다. 중국어를 몰라도 차오시엔 따시관은 정확히 들렸다. 중국어도 못하는 두 여자가 "뚜에부치(죄송합니다.)"와 "팅부동(못 알아들어요.)", "샤오덩이샤(잠시만 기다려주세요.)"를 외쳐대며, 중간 경유지를 바꿔가며 계속 시내를 헤매었다.


그 와중에 내 핸드폰은 이미 배터리가 없어져가고, Didi 맵으로 위치를 보고, 번역기를 이용해도 자주 가던 대사관의 중문 이름을 모르겠다. 남편한테 곧 있음 꺼질 핸드폰으로 SOS를 쳤다. 우리는 지금 북한 대사관으로 가고 있는 것 같은데,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다며 중문으로 주중 한국대사관을 보내라고 난리법석을 떨었다. 결국 아저씨는 목적지를 헤매는 우리를 더 이상 태우고 갈 수가 없었는지 이쯤에서 내리라고 하셨다. 다행히 멀지는 않았지만 꽤 걸어갔고, 대사관 주변으로 가니, 길에서부터 "너희 어디 가니? 왜 가니?" 등을 물으며 우리를 가로막기도 했다. 평소에 오던 길이 아니라 신호등만 건넜을 뿐인데도 갑작스러운 보안 절차에도 당황하고, 보통 이런 일이 없는데 이 날은 그런 날이었다. 예상치 못한 일들이 겹겹이 쌓이는 날.


볼 일을 보고, 집에 갈 때는 무사히 갈 수 있겠지라며, 한인타운으로 갈 때는 내가 택시를 잡았어서, 집으로 돌아올 때는 그 엄마의 폰으로 택시를 잡았고, 역시 중국어로 되어있는 Didi 어플에서 프리미어 차량을 고르는데도 우리는 그날 '덤 앤 더머'의 주인공이 따로 없었다. 한 번 일을 겪었으니, 굉장히 신중해졌지만, 역시나 글자가 아니라 차량의 그림과 가격으로 대충 감을 찍어서 우리가 왔던 차량과 비슷한 류의 택시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갑자기 저 멀리 차가 오는데, 우리 둘 다 두 눈이 똥그래졌다.


"이,, 차,,, 맞아요? 맞죠? 문은 어떻게 여는 거지?"라는 순간, 슈트를 차려입은 30대 정도 되어 보이는 여성 운전기사가 운전석에서 내려 우리를 보고 인사를 깎듯이 하고, 흰 면장갑을 낀 손으로 자동버튼을 눌러 손잡이를 열어주었다. 그런데 문이 위로 열렸다. TV에서 보던 차가 날개를 펴듯이. 테슬라 X Wing인지 이름은 잘 모르지만 그런 것처럼 차문이 열렸지만, 테슬라는 아니다. 둘 다 이걸 타야 할지 말아야 할지 얼음처럼 잠시 멈칫하며 서 있었다.


차에 타는 순간, 차 안에 번쩍이던 파란 네온사인과도 같던 실내등이 아직도 기억이 나고, 마치 연예인차처럼 중간에 마실 음료와 간식도 있고, 가는 내내 고요한 클래식이 울려 퍼졌다. 우리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오늘 하루가 상당히 길고 해프닝이 여기저기서 터지네요." 이렇게 우리는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주중 한국대사관에서 출발하여 집까지 강렬한 고급진 코스로 집에 오게 되었다. 그 차가 무엇인지, 중국어로 어떤 차를 불렀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몇 년을 프리미어를 탔지만, 그런 차는 처음이었고, 중국어로 된 어플에는 차량이 좀 더 세분화가 되어있는 건지 럭셔리 차량인지 미궁 속이다.


Photo by Mollie

지인의 집에서 먼저 내려 활짝 위로 열린 문에서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아가며 인사를 하고, 나도 무사히 집으로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고 떠나는 차량의 뒷모습을 봐도 무슨 차량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나의 눈에는 그냥 택시를 불렀는데 날개 달린 차가 왔을 뿐이다. 결제할 때 보니 프리미어보다 조금 더 금액이 붙었다는 지인의 말을 보면, 멋모르는 우리가 잘못 불렀지만 일반적인 경험이라기엔 다소 난감했던 중국에서 경험했던 아찔한 순간 중의 하루였다.


대문사진 출처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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