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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llie 몰리 May 07. 2024

중국 이사, 보증금을 대하는 다른 자세

한국이라면 어림도 없지.

이사를 하면 묵은 짐을 한 번 털어버리며 정리를 하는 장점도 있고, 여러 환경 변화를 체험할 수 있기도 하다. 우리 가족은 중국에서 세 차례 이사 경험이 있다. 한 곳에서 오래 사는 사람들도 많지만, 우리는 바뀌는 상황 여건에 따라 이사를 하게 되었다. 한국에서 중국으로 해외 이사 후에, 베이징 내에서 이사를 두 번 하게 되었고, 가장 최근에는 남편이 귀국을 함과 동시에 아들과 나는 잠시 중국에 남겨지게 되어 둘만을 위한 곳으로 마지막 이사를 했다.


중국에서 이사를 하며 가장 체감적으로 낯설었던 것은 적응 초기 시절에 부동산 온라인 매물 사이트에 버젓이 올라온 '가짜집'이었다. 중국 부동산 어플에서 지도를 보며 가고자 하는 동네와 단지를 정해서 사진을 보던 중,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하여 중국 입성 초기에 무작정 부동산에 사진을 들고 찾아간 적이 있다. 기대와 달리 돌아온 직원은 우리에게 "이 집은 없습니다. 가짜집입니다. 사진을 짜깁기 한 거예요."라는 다소 황당한 답변을 내놓았다.


그 후에 또 다른 이사 과정에서도 마음에 드는 집이 있어서 계약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집주인과 부동산 측으로부터의 연락이 늦어 애를 먹었다. 시간을 질질 끄는 상황이 발생했지만, 집을 구하다가 지쳐서 그냥 그 집을 계약하기로 결정하고 계약서가 오고 가던 중, 갑자기 부동산은 우리에게 주인의 입장이라며 동의를 구할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사실 이 집은 팔려고 내놓은 집이에요. 매주마다 집을 보여주겠다고 계약서에 쓸 수 있나요? 주인이 그걸 원하네요." 처음부터 사실대로 말하지 않은 점과 매매로 내놓은 집에 월세로 들어가는 게 달갑지는 않았지만, 어차피 중국은 1년이 계약이고, 우리가 집에 있는 시간이라면 흔쾌히 보여줄 수 있었다. 하지만, 계약서에 쓸 경우에 우리가 집을 비우게 됐을 때 보여주지 못하는 상황의 책임을 우리에게 몰 수도 있었다.


주인이 자신의 입장을 제시했듯이, 우리도 반문했다. "그러면 우리가 사는 1년 동안은 이사를 하지 않도록, 월세를 끼고 매매를 할 수 있나요?" 당연히 O.K 사인을 받을 거란 우리의 생각과 다르게 그건 알 수 없다는 답변이었다. "뭐야, 너무 이기적인데. 그럼 우리도 굳이 이 집을 들어갈 필요가 없지." 나중에 알았지만, 다른 집이 없었던 것도 아닌데, 그 부동산은 우리에게 마치 그 집만 있는 것처럼 이야기한 후에 그 집 계약을 성사시킬 욕심이었다는 걸 다른 직원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이처럼 주재원으로 있는 동안에도 한국에서와는 또 다른 부동산 문화의 불편함과 문화 차이를 겪기도 했다. 이사는 참 쉬운 일이 아님은 분명하다.


             



자비로 월세를 충당하게 되자 이제야 중국의 이사 관련한 계약 시스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몇 년째 믿을만한 부동산과 거래를 해서 집을 구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단, 주재원일 때에는 보통 회사와 부동산끼리 거래가 이루어져 렌트비 정도만 알고 집을 구했기에, 우리가 이사를 가고 나서 보증금이 회사로 돌려지는 부분이나 부동산 수수료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쓸 일이 없었다. 또 보증금이 얼마인지, 보통 1달 렌트비라고는 알고 있지만, 우리 주머니에서 나가지 않으니 그 부분은 잘 모르고 있었다. 


계약서에 관련해서는 혹시 우리가 부당한 조항이 없는지 회사에서 조언만 받기로 하고 계약을 진행하며 보증금, 관리비, 부동산 수수료에 대해서 질문을 했다. 그런데 이곳의 관리비와 부동산 수수료는 특이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보통 1년 이상을 계약하고, 집주인들은 관리비를 내고, 세입자는 가스, 전기, 수도세를 지불한다. 그래서 우리도 중국에 살면서 관리비(개인 유틸리티만 지불)를 한 번도 낸 적이 없으니 돈을 절약한 셈이다.  또, 1년 이상의 계약을 하면 부동산 수수료를 집주인이 내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의 경우는 단기 임대라서 우리가 지불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결국 공용관리비는 주인이 내고, 우리는 우리가 쓴 만큼의 전기와 가스를 충전하고, 수도세만 지불하면 되었고, 또 부동산 수수료는 단기 임대 특성상 1달의 절반인 반값 월세만큼의 수수료를 입주 후에 지불했다. 이제 여기서 궁금한 것은 우리가 이사를 나온 집에 대한 보증금이 회사로 잘 돌려졌는지의 부분이었다. 우리가 집을 며칠 먼저 빼기도 했고 심지어 계약이 끝나는 날은 중국 휴일과 겹쳐서 집주인이 집을 확인하러 오지도 않았기에 우리는 이사 후에도 그들의 열쇠와 각종 리모컨들을 들고 있어야 했다.


몇 차례 부동산과의 채팅을 통해서 더 이상 우리의 물건이 아닌 것을 들고 있기가 불편해서 부동산에 재촉하기 시작했다. "언제 주인이 집을 보러 오는지, 열쇠랑 리모컨은 언제 돌려주어야 하는지, 계약 만료 날짜가 1주일이 지났는데 보증금은 회사로 돌아갔는지?" 계속된 답변은 "여자 주인은 베이징 밖에 있고, 남자 주인이 집을 보러 오려고 했다가 출장을 가게 되었다. 다음 주에 나랑 만날 예정이니, 걱정 말아라." 며칠 뒤에는 "오늘 그 집을 누가 보기로 했는데. 열쇠와 리모컨들을 관리소에 맡겨놓으면 찾아가겠다." 나는 오래 거래한 부동산을 믿고는 있었지만 그 주인들의 안일한 태도가 조금 이상했다.


우리(회사)는 보증금을 돌려받지도 않았는데, 새 사람들이 집을 둘러봐야 하니 열쇠를 줘야 하는 상황도 의아했고(확인도 안 된 빈집을 새로 보여주는), 아무리 휴가라고 해도 본인의 집 계약일인데 10일이 넘도록 코빼기도 비치지 않는 점이 한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남편 역시 어디서 들은 바로는 "중국인들은 자기 주머니에 들어온 보증금은 자기 거라고 생각한대."라는 말이 떠오르며, 2주가 되도록 보증금 해결이 되지 않는 점에 내가 앞으로 받을 보증금이 걱정이 되었다.


나는 이곳을 떠나면 핸드폰이 끊길 테고, 그러면 은행 거래에도 차질이 생길 거다. 그걸 대비해서 핸드폰을 1달은 더 살려놔야 하는 건지, 이곳을 떠난 후에도 받지 못한 중국 인민폐의 보증금을 걱정하며 중국에 연락을 해야 하는지 말이다. 일단, 나의 입장에 대한 이야기는 해놓았다. 아이와 언제든 이곳을 떠날 간소한 짐만 챙긴 우리는 떠나기 전날까지 물건 정리 후 주인을 맞이할 수 있다고. 늦어도 우리가 떠나는 날 아침에는 빈집 상태로, 캐리어만 남겨놓은 채 있을 테니 보증금을 위한 주인과의 일정을 잡아달라고 말이다. 


일단은 일정을 잡아줄 테니 걱정 말라고 답변을 들은 상태지만,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이라서 잘 해결될지는 그때가 되어봐야 알 것 같았다. 내가 빌려 썼던 집을 정리함과 동시에 보증금을 돌려받는 건 동시 이행이라고 알고 있는 한국 사람 입장에서는 참 아이러니한 광경이다. 



3월 말쯤 이사를 나온 집의 부동산 보증금 처리는 1달이 지난 뒤에도 해결되지 않았었다. 회사에서 조차 연락이 없는 믿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중국이 아무리 만만디라고 하지만, 부동산으로부터 며칠 전에 위챗을 받았다. 자신조차 보증금 처리를 잊어버렸다며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보내라고 할 테니, 남편 회사의 은행 계좌를 달라고 말이다. 이미 처리가 끝나서 말이 없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미해결 상태였다. 순간,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우리의 자금으로 구한 집에서 이곳을 떠나는 날 보증금을 받을 수 있을지 한 번 더 의문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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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도 출국 날, 우리의 짐가방도 문 밖에 꺼낸 채 집주인에게 집검사를 받기 위해 시간을 꼭 미리 잡아야겠다. 떠나는 날 받을 수 있겠지? 받아야지. 받고 싶다. 땀을 흘리며 웃고 있지만, 저게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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