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은 잡지 못했지만.
우리 가족의 취미 중의 하나는 주말에 자전거를 타는 것이다. 언덕이 많은 한국에 비해서 대부분이 평지고 길이 직선으로 쭉 뻗어있는 베이징에서의 라이딩은 그야말로 꿀재미다. 단지 주변으로 녹지가 잘 조성되어 있고, 비교적 한적한 곳에 살고 있어서 산책이나 라이딩으로는 최적의 장소로, 여행을 제외하고는 이것 말고는 특별한 재미가 없는 지루한 곳이기도 하다.
노동절의 연속적인 휴가에도 우리 가족은 따뜻한 봄을 맞아서 편도 1시간 30분 이상의 라이딩을 하고 콧바람을 쐬고 돌아왔다. 당시에 코로나로 통제를 받던 시절이라 여행을 갈 엄두조차 내지 못한 채 몇 년을 동네만 배회하고 있던 그때 우리는 틈만 나면 자전거를 타고 주변 쇼핑, 맛집을 놀이 삼아 다니곤 했다.
한국에서 타던 아이의 자전거도 작아져서, 지역 중고방에서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하여 구매한 이 중고 자전거는 탄지 얼마 안 되어 앞바퀴가 빠지고, 이어서 고무 타이어를 타오바오에서 구매하여 교체를 하는 등 손이 많이 갔지만 아이에게는 나름 애착 자전거가 되었다.
어느 해 5월 7일, 여느 때처럼 코로나 전수 검사가 예정되어 있었고, 우리는 오전 시간을 이용해서 자전거를 타기로 했다. 그런데 아이의 자전거 바퀴가 심상치 않아 보였다. 자전거를 타려던 아이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엄마, 아빠! 자전거 바퀴가 찢어져있어!" "어머, 진짜? 어디 보자!" 누가 봐도 고의성이 다분해 보이는 반듯하게 네모난 모양으로 바퀴는 찢어져있었다. 이 질긴 바퀴를 저렇게 자르기도 쉽지 않아 보였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혹시 CCTV라도 있으면 남의 자전거에 이렇게 손을 댄 그 사람을 찾아내고 싶었다. 당시에 어떠한 상황으로 예측되는 인물이 있었지만 괜한 의심은 금물이라 정확한 증거를 찾아서 이 상황을 해결해야 했다. CCTV의 사진을 찍어서 관리소로 가서 대충 상황 설명을 했고, 자주 관리소와 안면을 터서인지 그들은 나를 보면 바로 우리 집의 호수를 얘기했다. 그날 관리소의 담당자는 약간 찐빵같이 생긴 평상시에도 얼굴에 짜증이 가득해서, 일처리를 할 때마다 괜히 심술이 잔뜩 나있는 듯한 모습의 여자 직원이었다. 안 그래도 매사가 귀찮은데,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줄 리가 없다.
부동산에 이야기하여 통역을 요청했지만, 관리소 담당자는 일관되게 "여기 CCTV는 다 고장 나서 꺼져있어."라며 관심 없는 듯한 귀찮은 내색을 표현했다. 아니, 이 많은 CCTV가 다 고장이라고? 이상한데? 우리는 회사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단지의 CCTV를 확인하고 싶은데 이곳에서는 도움을 주지 않으니 공안을 불러서 해결하면 될 것 같다고 직접 공안에 신고를 해주었다. 직원의 도움으로 잠시 뒤에 공안의 차가 도착했고, 관리소는 공안의 지시하에 우리를 CCTV실로 안내해 주었다. 한참을 실랑이할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2명의 공안과 번역기로 대화하며, 관리소의 CCTV 녹화실에 들어가서 자전거가 있던 위치와 예상되는 그 사람의 이동 경로 쪽의 CCTV를 확인했다. 역시나 자전거의 위치가 있던 우리 집과 그 근방의 CCTV는 고장이 나서 검은색 암흑색의 화면이었고, 우리와 상관없는 위치들만 생생하게 찍고 있는 CCTV들을 한참 보며 애를 썼지만 결국 범인을 찾을 수는 없었다. 시간이 너무 길어서 최대 8배속까지 돌려봤고, 또 화질이 그렇게 좋지 않아서 누가 지나간다고 해도 사람의 얼굴을 분간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어 보였다. 즉, 무용지물의 CCTV 앞에서 범인 찾기를 포기했고, 계속 우리와 관리소 사이에서의 협조를 맡아준 경찰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데, 그중 한 명이 번역기를 통해 계속 "너희 중국어를 할 줄 아니? 경찰서에 가서 서류를 작성해야 한다." 등의 알 수 없는 이야기를 꺼냈다.
어쨌든 사건 접수가 되었으니 대표로 한 명은 본인들이 속해있는 경찰서에 가서 사건 접수에 대한 조서를 작성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근처에 살고 있는 중국어가 가능한 친한 직원이 함께 경찰서에 대동했고, 어쩌다가 남편은 중국 경찰서에 들어가 보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주숙등기하러 가는 곳이지만 전혀 다른 출입문이었고, 이곳은 내가 예전에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경찰 한 명이 따라붙어서, 그가 나를 화장실 앞에서 기다리는 민망한 일을 당했던 그곳이다.
나와 아이는 1시간가량을 차에서 기다렸고, 경찰서에서 나온 남편은 "내가 살다 살다 경찰서에 가서 조사를 다 받네. 죄짓고는 못 살겠더라. 정말 힘들어. 옆에는 다 임금 체불, 사기, 이런 걸로 오고 어떤 아저씨는 비자 연장이 안 돼서 그런 문제로 왔는데... 나는 뭐 버릴까 말까 하는 아들 자전거의 바퀴가 찢어져서 그거 가지고 조사하는데 묻는 말에 대답하면서 내가 웃기더라." 그래도 옆에서 어떤 영어를 좀 하는 중국 아저씨가 자기 단지에도 그런 애들 많다고 신경 쓰지 말라고, 용기를 주었다고 했다.
오전부터 하루 종일 CCTV 찾는다고 단지를 몇 바퀴 돌고, 관리실과 신경전하고, CCTV실에서 계속 서서 보느라 기진맥진한 채로 근처의 자전거 매장으로 기분 좋게 향했다. 차에서 우리의 탐정놀이는 계속되었지만, 어차피 다 망가져가는 중고 자전거라 다행이라며 어린이날은 지났지만 그 기념으로 새 자전거를 선물해 주었다.
한국에서도 면허 갱신 때만 가본 경찰서를 중국에서 다 가보고, 신고 접수를 하면 서류 작성할 겸 조사를 받는다는 것도 처음 경험했고, 참 하루하루가 파란만장한 기억에 남는 중국살이다.
대문사진 : 동네 경찰서 Photo by Moll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