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버스 정류장에서, 한 소녀

어느 날, 버스를 타고 가던 중이었다.
차가 정류장에 멈추었고, 창밖을 보니 한 초등학생 여자아이가 서 있었다.
운전석에 앉아 있던 기사님은 문을 열고 아이를 바라보았다.

"아빠 보려고 기다렸어."

그 말 한마디에, 기사님의 얼굴에 순간적으로 번지는 미소를 보았다.
어린 딸은 아빠를 보기 위해 그 정류장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 장면을 본 순간, 내 마음속에 따뜻한 감정이 스며들었다.
요란한 말도, 화려한 표현도 없었지만
그 짧은 순간 속에는 깊은 사랑이 담겨 있었다.

우리는 종종 사랑을 거창하게 생각한다.
멋진 이벤트, 값비싼 선물, 특별한 날의 기억.
하지만 정작 사랑은 그런 외적인 것들보다
소리 없이 쌓이는 작은 행동들 속에 있다.

누군가를 위해 시간을 내어 기다리는 것,
아무 조건 없이 바라봐 주는 것,
그냥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것.

그날의 버스 정류장에서,
나는 사랑이란 결국 기다림과 배려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