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직장인에서 작가로
초고를 쓰기 시작하면서 나는 다이소에 가서 작은 수첩을 하나 구매했다.
생각나는 에피소드, 일상의 기록을 위해서였다.
메모장의 제일 첫 장에는
[책 제목, 부제목, 핵심독자, 확산독자, 장제목, 꼭지제목]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인쇄해서 붙여놓았다.
나는 이 페이지를 항상 열어두고 글을 썼다.
이유는 딱 한 가지이다.
[글의 목적지를 잃지 않기 위함]
제목 - 부제목 - 장제목 - 꼭지제목을 연결 지을 수 있는 글이어야 하는데,
마음 내키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글을 쓰다 보면 방향을 잃을 때가 있다.
"장제목이 뭐였지? 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지? 꼭지제목은 뭐였지?"
이런 순간들이 찾아올 때마다 항상 첫 페이지를 봤다.
물론 생각나는 대로 모두 적고 글을 쳐내면서 글을 완성해도 된다.
하지만, 나는 삼천포로 빠지지 않기 위해서 이 방법을 생각해 냈다.
나는 초고 쓰는 순서를 1장 -> 2장 -> 3장 -> 4장 -> 5장 장 순서 그대로 글을 썼다.
아무래도 1,2,3장은 나의 에피소드로 채워질 부분이라 4,5장보다는 쉬워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번째 책을 쓴다면 잘 쓸 자신 있는 부분은 가장 막지막에 쓸 것이다.
이유는, 쓰기 어려웠던(에피소드가 부족) 4,5장을 제일 마지막에 쓰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
초고를 시작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지치기 시작했다.
지침의 순간에 내가 가장 자신 있게 쓸 수 있는 꼭지들을 하나씩 써가는 것이
자신감도 생기고, 텐션도 유지되면서
어려운 부분도 더 잘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초고를 다 쓰고 난 뒤에야 했다.
만약 다시 에세이를 쓴다면
4장 -> 3장 -> 2장 -> 1장 -> 5장의 순으로 쓰게 될 것 같다.
1장과 5장을 뒤로 빼는 이유는 딱 한 가지이다.
독자의 기억 속에 가장 강렬하게 자리 잡는 <처음>과 <끝> 이기 때문이다.
해봐야 알 수 있다.
시작하지 않았다면 알지 못했을 것이다.
갓난아기가 태어나 두 발로 걷기까지..
몸을 뒤집고, 배밀이를 하고, 기어 다니며, 턱을 바닥에 찧기도 하고,
머리를 바닥에 쿵 박아 울기도 하고, 두 다리로 서보려 엉덩방아를 찧기도 하고,
수많은 과정을 겪고 나서야 겨우 두 발로 걷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시작하지 않았다면, 절대 몰랐을 것들이다.
가장 어려운 일은 행동하기로 결정하는 것이고,
나머지는 단지 끈기일 뿐이다.
- 아멜리아 에어하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