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을 일어요
낯설게 아주 낯설게
물을 부어요
여기서는 한결같아 익숙하지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려 해요
멀어지며 미안하다 말해요
혼자여서 미안한 건 미안한 게 아니라고
손을 흔들어요
'그동안 너무 고생 많았어'가 마중을 와요
나도 몰래 흔들렸네요
미안하고 미안하면 안 되는
나와 당신의 틈
밀물이 들고 달이차서
뭉뚝해진 그 길이 무너졌네요
미어졌네요
당신도 울고 나도 우네요
인천 가는 버스와
바다 건너는 비행기
거기서는 흔들리지 말아요
의자라도 꼭 붙들어요
나 때문에
울었던 지난 세월을 다 내려놓을 수 있게...
나를 일어요
깨어나게
당신을 가득 부어요
뜨겁게 익어서 넘쳐흐르게요
낯설고도 익숙한
처음이 되돌아오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