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땅콩 Dec 01. 2024

즐거운 학교





여기가 학교였으면

때가 되면 아이들을 입학시키 

또래의 학생들을 한데 모으는

교생실습을 위해 나온 청춘들이 가장 선생님 다운 

염소똥 같은 알약을 주는 양호실이 있고 소사아저씨가 의자를 고치고 있는

철가방에  열리면 국물 흘린 짬뽕숙직실로 배달되는 


학생이었으면 해

글자와 띄어쓰기와 바른 인사와 예의를 배우는 가끔은 말썽 때문에 팔을 들고 벌을 서는

마음의 굴곡을  다스리는 방법과

함께라는 질서를 실천하


그런 학교였으면 해

정신없이 넘어지면 누군가 일으켜 세워주는

바로  수 있도록 뒤늦더라도 부축해 주는

촌지 받은 선생님이 가끔은 미안해하는  여자애들끼리 웅성대면 자리 한켠을 비켜주는

운동장에 축구공이 하루종일 굴러다니는  

선생님이 그 공을 뻥 차주는

헛발질이 환한 길이 되는


그러니까

있는 것이 없고

없는 것이 있어서

끝내는

자물쇠와 문턱이 없

아무 때나 질문하는

한아름 느티나무 그늘이 있는

한정 없이 물드는 은행나무가 있는

푸르른 교문 너머 아침이 등교하는



그런 학교를 다녔으면 해

방학을 마치고 돌아와도 숙제를 묻지 않는 

진도를 진도로 보지 않는

사람 사는 얘기가 가장 큰 공부라는

솜이불 보다 사랑이 포근하다는

마구그린 낙서에도 칭찬을 하는

지각이나 조퇴는 잘못이 아니라는 

전학과 졸업을 해도 그리워지는

조회시간으로 돌아가고픈


그런 학교가 세상이었으면 해

제일 잘한 노트필기를 나누어 갖는

토론하기 위해 시험을 보는

내게 생긴 나쁜 일에 나보다 먼저 한숨 쉬는

서열이 없는

엄마 아빠는 좋은 사람이라는

모든 건 괜찮아진다는

억지로 배우지 않아도 된다는

어른 아닌 선생님

아이 아닌 학생이

식구 같은


달이 차오르듯

부풀어가는 연애를 하고

콩거플 색안경을 뒤집어쓰고

양가 어른들과 상견례할 적에

이미 먼저 알고 있는

간첩 날개 숨긴 천사의 정체를 두루 가진 

의미심장하고 마법 같은 학교와 선생님들


세상에서 가장 멋진 그대와 

결혼을 할 때 혹은 가족이 늘 때

배불뚝이 교장 선생님이 좋은 만남이라 너무 잘됐다는 

독사 같은 학생주임이 둘 다 숙맥이라

자녀교육이 염려된다는


그리하여

삶의 질곡이 아프게 시려올 때나

눈물 속에 피는 꽃을 봐야 할 때나

누군가의 언 손을 녹여주어야 때에

우레 같은 박수소리가  들리길 바래


그리하여

희망과 소원이 사그라들

포용과 배려가

용서관용이 여지없이 무너지려 할 때에도

교무실의 불빛이 꺼지지 않기를

울퉁불퉁한 현재의 바퀴가

장화를 신은 그들의 덕택으로

늪에서 빠져나오기를


그리하여

생이 잊혀지고

지느러미 닳아버린 연어들이 되돌아오는 마지막날에

완주의 기쁨이 축포처럼 쏟아지는 학교

귀환을 뜨겁게 포옹하는

굳건한 학교

여전한 선생님들


나는 세상이 학교였으면 해

세상살이가 공부였으면 해

내 모든 걸 다 받쳐야 얻을 수 있는

단 하나의 사랑

여기에 온 이유란 걸 깨닫기 위해


나는 이 세상이 돌고 도는 학교였으면 해

지난시절 알고 있는

아닌 척을 해도 누구나 다니고 있는

입학생은 태어나 졸업생은 죽지 않는

온갖 배움으로 가득한

처음이자 

끝이자  처음

처음과 끝이 무한 속에 꼬리를 무는

사람이라는 학교

세상이라는 학교


나는 학교가  안에서 떨렸으면 해

두근두근 설레어

볼이 붉어지길 바래

목젖을 드러내며 웃는 아이

속울음을 삼키며 흐르는 눈물 사이를

오가면서 깊어지기를 바래

풀잎과 

흰구름을 마중 나오는 바람

먼동이 트기 전에 글썽이는 샛별 같이

온몸으로 떨리기를

그 힘으로  더 아름다워지기를

손 흔드는 선생님과 두 팔 안아주는

나의 학교가 나의 세상이

지금도 꿍꽝대며 나를 밀고 있는 심장처럼

함께였으면 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