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시작했다. 이삿짐센터를 불러서 견적을 보고, 사다리차를 부르는 흔히 생각한 이사는 아니었다. 기존에 쓰던 짐들만 옮겨왔다. 입을 옷들, 이불이랑 베개, 조리도구들, 세면용품들 당장에 필요한 것들로 하나씩 채워나가갔다. 이삿날은 정신이 없어서 몰랐다. 나에게 정말 필요한 게 무엇인지.
정수기가 없으니 너무 불편했다. 근처 마트에서 2l 생수를 사놓았다. 오랜만에 생수를 식수로 사용하니 여간 불편하지 않았다. 그래도 물은 마트에서 바로바로 필요할 때 살 수 있었다. 정작 답답한 것은 물이 아니었다.
와이파이.... 인터넷이었다.
휴대폰 요금제가 정해져 있어 집에서 데이터를 쓴다면, 외출해서 데이터를 쓸 수 없다. 휴대폰 요금제를 변경하거나, 집에 인터넷을 설치하거나. 둘 중에 하나가 시급했다. 집에서 자유롭게 인터넷을 쓰기 위해 집 안에 인터넷을 설치하기로 했다.
처음으로 해보는 인터넷 설치. 막상 하려니까 정보가 너무 없다. 공식 콜센터에 전화를 하고 상담을 받고, 설치까지 1주일이 걸린다. 그것도 원하는 시간대에 하려면 더 늦어진다. 연차를 쓰고 오후에 집에 일찍 오는 수밖에 없다.
인터넷 설치일을 기다리기까지 휴대폰의 데이터가 모두 소진될까 봐 불안했다. 집 안에서도 데이터를 조심스럽게 사용했다. 정말 필요한 카톡 연락만. 인터넷 검색도 블로그도 유튜브도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해서는 안되다. 인터넷 설치가 되어야 세상과 소통할 수 있다. 물은 마트에서 바로바로 사 오면 되는데, 인터넷은 바로바로 설치할 수가 없다. 내가 독립해서 생존하려면 물이 아니라 인터넷 설치부터 했어야 했다.
인터넷이 안되면 소통 창구가 사라진다. 인터넷 없이 살아보니 나의 생존에 제일 중요한 것은 물이 아니었다. 인터넷이었다. 인터넷 바로 너. 이제 잠시라도 헤어지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