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가계부 실전후기 #가계부 #생존기 #기록의힘
저는 1976년생, 올해로 쉰 살이 된 아줌마입니다.
흔히들 말하죠. "그때는 은행 이자가 높았잖아." "그때는 집값이 지금 같지 않았잖아."
맞습니다. 인정합니다. 저는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역동적이었던 시기에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운 좋게 자산 상승의 막차를 탄 세대일지도 모릅니다.
지금 2030 세대가 겪는 박탈감을 제가 감히 다 이해한다고 말하면 거짓말일 겁니다. 월급을 한 푼도 안 쓰고 모아도 서울 아파트를 살 수 없다는 절망감, 그 앞에서 저의 "아끼고 모으라"는 조언이 얼마나 한가한 소리로 들릴지 저도 두렵습니다. 76년생인 제가 마치 76세 노인처럼 "라테는 말이야"를 외치는 것처럼 들릴까 봐 글을 쓰기까지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고 화폐 가치가 요동쳐도 절대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지겹고 힘든 일을 꾸준히 하는 힘’입니다.
제가 24년간 쓴 가계부는 사실 대단한 비법서가 아닙니다.
매일 영수증을 모으고, 10원 단위까지 맞추고, 먹고 싶은 600원짜리 과자를 참아내는...
죽도록 지루하고, 티도 안 나고, 때로는 구질구질해 보이는 반복의 기록입니다.
요즘 세상은 '단기간에 10억 만들기', '3개월 만에 월 천만 원 벌기' 같은 달콤한 말들로 가득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마법을 모릅니다.
제가 아는 유일한 마법은 오늘의 지루함을 견뎌 내일의 평범함을 지키는 것뿐입니다.
비교는 지옥입니다. 제가 겪은 IMF 시대와 여러분이 겪는 저성장 시대를 비교하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각자의 전쟁터가 다를 뿐, 우리는 모두 생존을 위해 싸우고 있으니까요.
이 글은 그 전쟁터에서 '꾸준함'이라는 가장 무식하고 튼튼한 무기 하나로 살아남은 한 사람의 전투 일지입니다.
가진 것 없던 한 도서관학과 졸업생이 숫자로 된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쳤던, 아주 개인적이고 치열한 '생존 기록'입니다.
화려한 기술은 없지만, "결국 버티는 놈이 이기더라"는 투박한 진심 하나가, 불안한 시대를 건너는 여러분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