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글들을 읽고
글에 이렇게 힘이 있는지, 글을 읽고 쓰기 전에는 몰랐다.
머리에서 시작되어 내 손을 통해 쓰인 글도,
다른 사람이 쓴 글도,
힘이 있다.
어떤 글은 나를 생각하게 만들고, 어떤 글은 나를 움직이게 만들고, 어떤 글은 나를 쓰게 만든다. 물론 아무런 감흥도, 변화도 만들어 내지 않는 글도 많기는 하지만..
올해 초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었었다.
그리고 얼마 전 채식주의자를 읽었다.
괜찮았다 생각하는 책을 읽고 나면 감상평을 남기고자 노력하는 편이지만, 이 두 권의 책은 감상평을 남기지 못했다. 어떤 면에선 소화가 안 되기도 했고, 어떤 면에서는 나에겐 좀 기괴하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두 소설 다 어두운 분위기인데 그렇다고 어둡기만 한 것도 아니었다. 어두운데 한줄기 희미한 빛이 있는듯한 느낌.. 동굴 안인데 저 멀리 구멍이 하나 있어서 그 구멍으로 빛이 들어오는 느낌. 하지만 그 빛이 계속해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들어왔다 안 들어왔다 한다. 꼭 동굴밖의 구멍 앞에 잎사귀 같은 것이 있어서 평소에는 막고 있어서 빛이 들어오지 않지만, 바람이 불어서 그 잎사귀가 옆으로 비켜지면 그 순간 빛이 들어오는 듯한 느낌이라고 해야 하려나?
그러다 한강의 소설 말고 산문집을 읽어보고자 산문집을 빌렸고 그 글들에서 나는 편안함을 느꼈다. 굵은 뼈대로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사람들의 잔인함에 깊은 고민을 느꼈고, 반대로 또 사람들이 서로 돕는 모습에서 사랑을 발견한다. 그 두 개의 공존이 이해가 되지 않아 많은 고민을 하다 작가 나름의 방향을 찾고 소설들을 썼다는 말들에서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하는지가 느껴졌다. 그리고 그 치열한 고민의 결과들로 소설들이 탄생했다.
한 가지를 치열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보면 나는 경외심을 느낀다. 내가 하지 못하는 것을 한다는 선망의 마음도 있고, 내가 해야 하는 부분을 해준다고 생각하는 마음에서 오는 부채감도 있고, 부러움도 있고, 부끄러움도 있다. 앞으로도 내가 그런 것들을 하면서 지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다만 이런 글들을 꾸준히 읽고, 그때라도 공감하고, 그때라도 깨어나길 바랄 뿐이다.
최근 읽고 있는 책인 "희망 대신 욕망"의 한 문단으로 글을 마무리해야겠다.
나는 장애를 이해한다는 것이 반드시 정치적으로 올바른 태도와 지식을 몸에 익히거나 종교적 신념에서 비롯한 헌신과 배려에 기반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다. 어떤 사람들은 별다른 교육을 받지 않아도, 세상에 대해 특별히 이타적이거나 헌신적으로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자신과 다른 존재들이 함께 만들어갈 새로운 관계, 새로운 삶의 방식,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는데 능숙하다. 오히려 그런 사람들일수록 강력한 신념을 갖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