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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연주 Jul 24. 2024

회사에서 삼십 대 중반이라는 나이는

이제 정녕 싱글 여성은 없는 건가요?

일 정말 많이 열심히 해야 하는 나이. 여기저기서 찾느라 바쁜 나이. 과장 진급 연차. 회사에선 ‘허리 라인’이라고 불린다. 사실 나도 이 나이는 처음이라 모든 게 어색하고 서툰데 무의식 중에 그런 속마음을 감쪽같이 숨긴다. 처세술이 제법 늘었나 보다.


올봄에 들어왔다는 옆팀 신입사원이랑 비교해 보면 여간해서 당황하지 않는 내 모습이 꽤나 능청스럽다. 사회생활 n년차에 뻔뻔함만 늘어난 것 같다. 아직은 어리숙해서 귀여워 보이는 사회초년생의 풋풋함이 지금의 나와 더 대비된다.




지금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다. 그래서 젊은 조직이었던 이전 직장과는 달리 연차별 스펙트럼이 아주 넓다. 특히나 타 기업 대비 정년 채우는 문화가 아직 존재하는 곳이라서 다른 조직에 비해 ‘늙은 회사’.


연봉 괜찮고 복리후생이 좋으면 다들 먹고살만해서 결혼을 빨리 하나? 일단 대기업에 이렇게 여자가 많이 없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지만 (그 많던 똑똑한 여대생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나랑 비슷한 연차에는 특히나 여자가 더욱 없다는 사실이 조금은 서글펐다. 그리고 그 적은 수의 여자들 중에 싱글은 나밖에 없다는 현실은 회사에서 나를 더 눈에 띄게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내가 결혼을 하지 않았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다 놀란다. 무례한 아저씨들은 오늘도 왜 시집 안 가냐고 묻는다. 우리 회사는 육아휴직도 잘 돼있고 자녀 학자금도 빵빵한데 더 늦기 전에 회사에서 하나 골라서 빨리 시집가라며 오지랖이다. (네네~) 심지어 젊은 꼰대들조차 멀쩡하게 생기고 돈도 잘 버는데 대체 어떤 하자가 있길래 그렇냐는 듯 의구심을 반쯤 대놓고 드러낸다. 그렇다고 내가 사기 결혼을 당해서 이혼 소송의 피고로 싸우는 중이라고 쏘아붙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혼자 사는 여자가 얼마나 살기 힘들지 대충 어림잡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앞으로 진급도 더 쉽지 않고 무시도 많이 당하겠지. 그래도 어쩔 수 없다. 개의치 않고 보란 듯이 이겨내야 한다. 나는 남편 대신 강아지를 껴안고 금고에 보석을 많이 쌓아놓을 수밖에. 처량한 외로움을 빛나는 고독함으로 바꿔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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