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여직원이 겪은 조금은 불편한 이야기
내가 일하는 팀은 예로부터 남자들만 많은 팀이었다. 이전 회사도, 전전 회사에서도 그랬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 직무에서만 그런 건 아니다. 여자들한테 파는 화장품 회사의 대표도 남자고, '여초' 회사로 유명한 회사들 역시 팀장급 이상의 임원들은 대부분 남자인 게 비단 어제오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물론 이제 여성의 사회 진출과 왕성한 활동이 당연해지면서 여성 임원의 비율도 많이 높아졌다. 그러나 여전히 모 기업 최초의 여성 임원 등의 기사가 대단하다는 듯이 헤드라인으로 나오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새 회사에 들어오자마자 가장 충격을 받은 것 중 하나는 차장 부장급 상사들의 환영인사였다.
“그래, 은연주씨. 앞으로 잘 부탁해요. 우리가 남초 부서인 것 같아도 의외로 여직원도 있으니깐, 생활하다 불편하면 여직원한테 가서 말해요.”
여직원.
알고 보니 그 여직원은 이 회사에만 25년 근무한 베테랑 부장님이셨다.
[생활하다 불편하면 땡땡 부장도 여자니깐 그 분한테 가서 말해요.] 라는 말이 <여직원> 한 단어로 축약되는 상황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부장이라는 직급이 엄연히 있음에도 여전히 여직원이라는 말로 퉁쳐지는 세상이라니. 2024년도 현실에 이게 맞아?
혹시 이게 서울이 아니라서 그런걸까 잠시 생각을 해봤지만, 서울이든 서울이 아니든 지역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생각의 결론이 났다.
‘내 꿈은 사장님이지 사모님이 아니야!’라는 독기를 조용히 품은 여직원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