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별 - 그 절대적 이별
사랑하는 아내가 숨을 거두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영원히 헤어졌습니다.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나겠지만, 적어도 이 땅에서는 영원한 이별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이 슬픈 일입니다. 다시는 그 사람의 모습을 직접 볼 수 없고, 다시는 그 사람의 숨결을 느낄 수 없으며, 다시는 그 사람의 육성도 들을 수 없습니다. 영원히.
그렇게 이별하는 것이고, 죽음으로써 헤어진다는 뜻에서 그것을 ‘사별’이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사별이란 단어가 갖는 무거운 뜻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입니다. 아무리 소리쳐 울고 발버둥쳐봐도 돌이킬 수 없는 이별. 그 어떤 수단도 통하지 않는 절대적인 이별. 그것이 사별인 것입니다.
사랑하지 않았다면 모르지만, 사랑을, 그것도 깊은 사랑을 오랫동안 나누었던 사람을 그렇게 영원히 떠나보내는 것이 이처럼 미친 슬픔으로 몰아치지 않는다면 그것이 이상한 일이겠지요.
시간이 지났습니다.
오로지 격렬한 비탄에만 빠져서 보낸 시간도 있었고, 깊은 슬픔의 늪에서 허우적거린 시간도 있었으며, 슬픔이 의식의 밑바닥에 깔려 있는 무기력한 나날이 계속된 시간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고, 어찌되었던 보통 사람들이 말하는 ‘일상’을 다시 살아가고 있습니다. 때때로 그 사람이 생각나고, 그래서 슬픔에 빠지기도 하지만, 먹고 떠들고 웃고…그렇게 일상을 살아갑니다.
슬픔이 사라졌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 슬픔을 내 몸의 일부처럼 여기고 함께 동행하며, 그 사람과의 삶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되새길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그것이 이별의 가장 아름다운 형태 중 하나임을 깨닫습니다.
“사별은 가장 아름다운 이별 중 하나이다.”
몇 년을 함께 보냈든, 연인 또는 부부가 헤어질 때는 서로가 상처를 주고받기 마련입니다. 아무리 서로 사랑했든지 간에 뭔가 틀어져서 사이가 멀어지고, 또는 어떤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어서 헤어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다 보면 불가피하게 서로에게 아픈 상처를 남기기 마련입니다.
사별 또한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헤어지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상황이란 것이 인간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이므로 누구를 탓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사별은 서로에게 애틋함 만을 남기는 아름다운 이별입니다. 그 애틋함 속에 생전에 있었던 크고 작은 다툼은 모두 파묻혀 버립니다. 그러므로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 속에서 헤어지는 것이지만, 서로의 마음을 할퀴는 어떠한 상처도 남기지 않는 아름다운 이별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처음 맞닥뜨리는 길고 어두운 비탄의 터널을 지나면 잔잔한 슬픔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피어오르는 새로운 세상을 살 수 있습니다. 그 아름다운 추억 속에 머물 수도 있고, 또다른 즐거움, 또다른 행복을 찾아 새 삶을 살아 갈 수도 있겠지요.